수도권공화국 이대로 안된다<6> 부·울·경 손잡아야
정부의 '지방경시', 동남권 단합된 힘으로 대응하자
- '사생결단' 유치전 신공항 - 정치 부담 우려 MB 정부, 수도권 중심 논리에 무산, 후유증 고스란히 지방몫
- 지역간 화합·협력 없이는 지방 발전 요원 보여줘 - "분권·광역화로 지역이 스스로 비전 만들어야"
"물 하나 나눠먹지 못하면서 무슨 한 뿌리이고 상생이냐."(부산)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부산시장이나 고위 간부라도 경남도나 진주시를 방문해 설득해야 하지 않나? 국토해양부만 쳐다보고 된다, 안 된다 하니 사태가 더 꼬인 것 아니냐."(경남)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문제를 보는 부산과 경남 쪽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기보다 자기 입장만 강변해 온 꼴이다.
부산시의 20년 숙원인 광역상수도 사업은 오늘도 겉돌고 있다.
그럼 울산은?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 때 울산시는 대구·경북편이 되어 밀양을 밀었다. 경남·울산·대구·경북이 범영남권이란 이름 아래 뭉쳤다. 부산은 거제 일부를 끌여들였지만, 사실상 1대 4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과는 모두의 참패.
MB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시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영남권, 동남권으로 돌아왔다.
■ 신공항 유치전 복기
복기(復棋)가 필요하다. 어디서 어떻게 졌는지를 알려면 복기를 해봐야 안다.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지시하면서 신공항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2008년 12월 부산시는 가덕도를, 2009년 1월 경남도는 밀양을 신공항 건설 후보지로 각각 결정해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다.
동남권 신공항이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되자, 전망이 밝아졌다.
가덕도와 밀양. 사활을 건 유치경쟁이 벌어졌다.
부산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월 신공항 유치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질새라 대구·경북·경남도 밀양과 대구, 서울 등지에서 밀양 유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부산 시내에 4000여 개에 달하는 현수막이 나붙었고, 시내버스와 택시, 관공서엔 스티커가 부착됐다. 경남과 대구·경북의 기류는 한층 강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4개 시도의회는 770만 명이 참가한 서명록을 트럭 5대에 싣고 정부에 전달했다.
양측은 전문가들을 앞세워 서로 우위를 주장했다. 상대의 약점이 나의 장점이 됐고, 나의 장점은 상대의 약점으로 부각됐다.
지역언론들도 적극 가세했다. 3월 중순 이후엔 신공항 보도가 연일 톱기사를 장식했다.
신항공 입지 선정을 놓고 지역언론의 '대리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거센 지역여론에 묻혔다.
유치경쟁이 가열되면서 중앙언론들은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신공항 백지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최종 입지발표도 있기 전에 백지화는 기정사실처럼 돼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 백지화 발표보다 더 아픈 것
분노와 실망을 가라앉히고 복기 수순을 검토해보자.
영남권은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엄청난 내상을 입었다. 어쩌면 정부의 백지화 발표보다 더 아픈 부분이다.
신공항 유치라는 '떡'을 놓고 지방이 사생결단 싸우고 있는 사이, 중앙정부가 '떡'을 빼앗아가버린 형국이다.
"동남권에 허브공항이 필요없다"는 정부의 논리는, 수도권 1극 중심사고의 연장이다.
만약 싸우지 않고 영남권, 아니 동남권(부·울·경)만이라도 손을 잡았더라면?
전문가들은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고, 최소한 지금처럼 심각한 내상은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남권 1300만 주민이 한 목소리로 신공항을 외쳤을 경우, 정부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불행하게도, 유치경쟁 과정에서 부·울·경의 수장들은 손잡기를 외면했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 흔한 협의회 한번 열지 않았다.
어쩐 일인지, 시민사회단체들조차 영남 공동체라는 대의를 외면하고 세 과시에 몰두했다.
합리적 토론이나 양보·타협을 통한 대안 모색이 없었다는 것도 반성을 요하는 대목이다.
'신공항 백지화'를 받아들고서야 지방은 이 싸움의 상대가 거대 수도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역균형은 결국 수도권에 저당잡힌 셈이었고, 수도권이 지방의 운명을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 분권·광역화 다시 볼때
화두는 다시 동남권이다.
부·울·경이 어떤 식으로든 화합, 협력하지 않고는 어떤 국책사업도, 지역발전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이런 신공항 사태는 분명하게 보여줬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보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광역화가 답이었다는 것도 확인된다. 신공항을 비롯해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문제나 경제자유구역 및 신항 관할권 조정 등은 분권과 광역의 틀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대 이철호(국제대학원) 교수는 "신공항 문제에서 보듯, 지역간 마찰과 갈등은 중앙정부조차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서 "분권과 광역화로 지역 스스로 힘과 비전을 만들어야 동남권의 공동 위기가 극복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정책이 성과가 없다고 내팽개칠 게 아니라,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보고 우리 몸에 맞는 한국식 모델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울·경 통합과 관련, 지난달 김두관 경남지사가 제안한 '동남권 특별자치도' 구상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발전연구원 김진근 박사는 "만약 동남권이 통합되면, 중심도시는 응당 부산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작은 데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혀 중앙 대 모든 지방, 지방의 광역권 통합으로 부·울·경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동남권이 묶이게 되면 남강댐 물 공급, 신항 관할권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풀릴 것"이라고도 했다.
'동남권 특별자치도' 구상을 일종의 '정치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황영우 박사는 "눈길을 끌 지는 모르지만, 부·울·경의 성숙하지 않은 광역 거버넌스 상황으로 볼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 "그보다는 민간주도형 상생 모색, 지역별 역할 분담 및 특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같은 내실있는 성공사례 창출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했다.
동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이순정 연구원은 "동남권 협력의 1차 조건은 신뢰 회복일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 부문의 부·울·경 상생을 이끌어낼 전문가 토론회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부산-경남 '물 분쟁' 물꼬 트이나
- 道, 인공 습지 '우정수' 공급안
- 市 "한계 있다" 면서도 논의참가
- 남강 여유수량 여부 공동 연구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문제로 촉발된 경남과 부산의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경남도가 제시한 '우정수(友情水)'가 점차 논의의 물꼬를 넓히고 있다.
'우정수'는 낙동강변에 대규모 인공습지를 만들어 경남과 부산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구상으로, 부산가톨릭대 김좌관(환경공학) 교수가 처음 제안해 경남도가 검토하기 시작했다.
골자는, 창녕·김해 등 부산과 가까운 낙동강 주변과 남강 하류지역에 대략 1000만㎡(300만평) 정도의 인공습지를 만들어 질 좋은 원수를 부산과 동부경남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식수 생산량은 1일 107만t, 추정 사업비는 3000억~1조 원이다.
경남도는 곧 예비시험(Pilot test)을 진행해 2∼3년 정도 운용하면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한 뒤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온적이던 부산시도 최근 논의 테이블에 나왔다.
지난달 25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낙동강 맑은 물 공급 다변화 포럼'에 참가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인공습지를 통한 상수원수 공급은 한계가 있고 적용된 사례도 없어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남강댐 운영수위를 현 41m로 유지하면서 하루 65만t을 추가로 확보해 동부경남에 우선 공급하고 남은 27만t 가량을 부산에 공급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남강댐의 여유수량 여부다.
경남 측은 근본적으로 여유수량이 없을 것으로 보는 반면, 부산 측은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근거로 여유수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이달 말 부산에서 '부산 맑은 물 포럼' 주관으로 부산·경남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여유수량 유무를 따져보기로 했다. 여기서 소결론이 도출되면, 우정수 논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경남도가 제안한 우정수가 부산·경남의 앙금을 씻는 물이 될 수 있을 지는 낙관하기 어렵지만, 양측이 합리적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갈등 해소에 나섰다는 점은 일단 진일보한 모습이다.
- 끝 -
국제신문 | 2011.04.06 20:27 | 박창희 기자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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