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중계석]집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요즘 '전세대란'이 단연 화제입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이야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문제이겠지만, 집 없는 사람들은 계약 기간 종료가 다가오면 '극단의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집 주인께서 임대료를 대폭 올려달라고 통보해올까봐, 월세를 병행하자고 종용할까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하고 이 엄동설한에 '전세난' 속에 전셋집을 찾으러 헤매게 될까봐 무척이나 두려운 것이죠. 공포영화보다 훨씬 무서운 '전세대란 리얼 공포'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민 주거안정과 전세 문제의 해결을 주창해오고, 주택임대차 문제의 전문가로 활동해온 이들에게도 이 공포는 비켜가지 않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에겐 집 주인께서 전세 4000만원 인상 통보를 해왔고요,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에게도 집 주인께서 전세 2500만원 인상 통보를 해온 것입니다. 뭐, 1억을 올려달라는 동네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다행이라며 다들 애써 위로해 보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세대란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입니다.
우리 국민 절반 가까이가 집이 없는 무주택자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다들 '집 주인'이고 '강부자'들이어서 그런지 전세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심지어 너무 낮은 전세 값이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철저히 집 주인들의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이명박 정권도 사상 최악의 전세대란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의식해서인지, 또 연초부터 들썩이는 물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뭔가를 대책이라고 제시하고는 있습니다. 지난 1월 13일은 물가대책의 일환으로 전월세 주거비 안정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책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정부가 전세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 13만3120호였던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사업승인 기준)을 2008년에는 10만7590호, 2009년에는 7만7028호, 2010년에는 1만4443호로 계속 축소해 왔습니다. 더불어 2008년 11월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재건축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며 소형평형 건설의 의무비율을 대폭 축소하고 임대주택 건설의무 비율은 전면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또 2009년 2만호의 수급불균형, 2010년도 2만5000호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하여 2011년도에 가면 전세난이 점점 대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그마나 하향 안정화되고 있던 집값과 관련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규제 완화 및 시한 연장 검토 등 오히려 집값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대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집값이 더욱 떨어지는 정책을 펼쳐 집을 살 사람은 사고, 전세를 살 사람은 전셋집을 구하게 하는 상식적인 대책과는 정반대로 집값이 오르거나 매매가 활성화되면 전세수요자가 매매수요자로 전환되어 자연적으로 해결된다는 정반대의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심각한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장기 전세주택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당장은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분양주택을 장기전세주택으로 대량 전환하는 것,
건설사들의 미분양주택을 전세주택으로 내놓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
올해 관리처분계획 인가(이것이 인가되면 본격적인 철거가 진행됨)가 예정되어 있는 96개 재개발지구의 경우 엄격한 심사와 인가 시기를 조절하여 대규모 과속 개발을 방지하는 것,
전세난이 가중되는 긴급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최장 2년까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갱신 시엔 임대료 인상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
무주택·저소득 서민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와 같이 빚 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정책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와 이자 부담도 폭증하고 있는데, 집 없는 국민들은 어찌 살라고….
안진걸 <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성공회대 외래교수 >
주간경향 | 2011.01.20 12:01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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