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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시론]뛰는 ‘전세대란’ 기는 ‘정부대책’

테마파크 2011. 1. 21. 03:35

 

[내일시론]뛰는 ‘전세대란’ 기는 ‘정부대책’

 

혹한에, 폭설에, 구제역에, 조류독감에, 물가폭탄에 이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전세값 폭등까지 겹쳐 서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희망의 새해를 맞아서도 서민정책의 행방은 묘연하다.

연초부터 전세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주택시장에 전세물량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는 다음달부터 '전세대란'의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전세값은 2009년 3월부터 2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8.29대책 이후 지난해 11월 1.4% 급등했다.

특히 지난 한해 동안 전년의 2배가 넘는 7.1%나 올라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정부가 뒤늦게 '전월세시장 안정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생색내기' 대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대란이 무섭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일시적이고 국지적 현상이다"라면서 무사안일로 잠자던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뒷북치기로 응급처방을 내놓았으니 시장이 신뢰할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대책이란 것도 재탕삼탕이고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에 약발이 먹힐 리가 없다.

애완동물 절대불가, 신혼부부만 환영 등 '세입자 골라받기'

강남권에서 출발한 전세 품귀현상은 강북을 거쳐 수도권으로 확신되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이 뛰고 있다. 3개월 사이에 1억원이 오른 곳도 있다고 들린다.

천정부지로 뛰는 전세값은 새로운 풍속도와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사회적 문제로 진화하는 단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집주인 입맛에 맞는 '세입자 골라 받기'가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전세금을 대출받으려는 세입자는 거부당하기 일쑤고 애완동물 절대불가, 신혼부부만 환영이라는 조건부 물건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부터 하고 보는 '묻지마 계약', 임차기간을 1년으로 줄이는 '반토막 계약', 집이 매매되면 전세계약도 해지되는 '매매조건부 전세' 등 세입자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등장했다.

전세금 부담이 커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캥거루족', 아파트 대신 전세금이 싼 단독이나 연립주택으로 옮겨가는 '아파트 탈출족'생기는가 하면, 서울과 수도권 전세값이 치솟자 인근지역으로 이사하는 '전세난민'도 속출하고 있다.

전세대란은 집 없는 서민들을 더욱 슬픔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서민들을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아 소외의 아픔을 더해주고 있다.

이 같은 서민들의 슬픈 자화상은 단순한 주거문제가 아니다. 빈부를 극단적으로 갈라놓는 사회문제로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전세대란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급불균형 탓이다.

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침체에 맞춰 분양물량을 크게 줄였다. 올 들어 관리처분계획에 들어갈 재개발 재건축이 많아져 주택멸실이 늘어난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해 매입을 미루고 전세로 전환함으로써 수요가 급증했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데 비해 소형주택이 늘어나지 않은 것도 전세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상황과는 동떨어진 정부의 주택정책은 '외눈박이 정책'이나 다름없다.

분양과 전세시장을 두루 보지 못하고 분양에만 치우친 정책을 밀고 간 것이다.

집값을 잡는 데 온갖 정책을 동원한 나머지 집값하락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전세수요 증가 쪽을 보지 못했다.

공급물량 확보에 소홀함으로써 결국 수급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올해 입주주택이 17만7000호로 작년보다 1만호나 적은 것도 외눈 정책에서 비롯된 셈이다.

분양에만 치우친 외눈박이 정책, 집 없는 서민은 외면

정부는 분양용 보금자리주택을 짓겠다고 하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였고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도 임대주택 건설 의무마저 폐지하는 등 전세공급을 줄임으로써 전세값 폭등을 자초했다. 정책 실패가 부른 전세대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 없는 서민을 외면한 정책은 서민정책이 아니다.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주택정책은 시기가 중요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수급균형이 깨진 뒤 그 균형을 회복하는 데엔 적어도 1~2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세대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서민정책의 핵심으로, 복지정책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진동 논설고문

 

내일신문 | 2011-01-20 오후 12:46:44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