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쉽게 예방할 수 있다

 

[테마진단] 자살, 쉽게 예방할 수 있다

[매일경제/ 10월 6일]

나라 전체가 자살병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인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베르테르 효과'까지 더해져 우리나라 자살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까지 만들어진다고 하니 자살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매우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고 최진실 씨의 사건을 보면 고인의 자살 원인과 장소, 장례식장에 참석한 연예인들이 누구인지 등에만 보도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유행처럼 번지는 자살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왜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가. 이는 바로 현대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감정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인간은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받았으며, 기쁨을 드러내 행복한 순간을 함께 즐겼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해졌으며 포커페이스(poker face)로 변해갔다. 감정을 드러내면 혹시 상대방에게 속마음을 들킬까 걱정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감정을 숨겨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기가 더욱 힘들다. 연예인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중에는 대부분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행동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 고 최진실 씨의 경우도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한 충동적 자살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자살에 대한 충동에 사로잡힐 때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간단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감정상태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우선 우울하고 괴로워 보이는 당신의 표정을 바꿔라. 사람은 기쁠 때 웃지만, 웃으면 기뻐지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대학 정신과 교수인 폴 에크만 박사는 1985년 "감정을 가지면 얼굴에 표정이 나타난다. 그리고 반대로 얼굴에 표정을 지으면 그 감정이 내면에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세도 다르다. 우울한 사람들은 구부정한 모습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상태로 걸어다닌다. 시선은 발 아래로 고정되어 있고, 걸음에 힘이 없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더라도 어깨를 쭉 펴고 시선을 45도로 고정시킨 채 힘찬 보폭으로 걸어라.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연구에서 수감자들이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감정에 휩싸여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이 쓰는 거친 언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길을 지나가다가 행인들과 어깨만 부딪혀도 매우 과격한 언어를 사용했으며, 쉽게 화를 내고 이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 죽겠어"라고 말하면, 그 순간 감정은 금방 죽을 것처럼 힘들어진다. 평소 "죽고 싶어"라든가 "미치겠어" 등 극단적인 말을 많이 하는 경우 감정 역시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무서운 점은 언어가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사람 간에는 쓰는 언어가 비슷해지며, 결국 감정상태 또한 닮아간다. 인간은 감정을 뺀 상태에서 생각하거나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감정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정상태에 대해 용감하다고 할 만큼 무지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힘겹고 고달픈 순간에 부딪혔을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쉽게 쓰러진다. 지금부터라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인생을 망치거나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함규정 카루소 감성스킬센터 센터장] 2008.10.05 17:56:1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