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로운국가/방송언론개혁(공정보도)

'청 이동관 보도자제 요청' 폭로한 김연세 기자

테마파크 2010. 3. 5. 17:07

 

 


 

 

 "왜 진짜 기자를 징계하나요?"

 

김연세 코리아타임스 기자에 네티즌 지킴이 가동

 

 

청와대의 비보도 요구를 공개. 1개월 출입정지 징계를 받은 코리아타임스 김연세 기자에 네티즌들이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연세 기자는 8일 한승수 국무총리 기자회견 중 청와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발언으로 스타 기자가 됐다.
김 기자는 7일 미 상공회의소 주최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발표 전 먼저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자 참석자 사이에서 박수소리가 터졌고 이를 보도 자제해 달라는 대변인실 측 요구가 나온 것을 생중계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알렸다.
방송 장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 인터넷에 퍼졌고 네티즌들은 용기있는 기자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저렇게 밝혔는데 온전할까?"라는 걱정에 이어 "아무래도 1개월 '출장정지' 먹었네요"라는 말이 들려오면서 네티즌들의 노기가 폭발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김 기자의 기자실 출입정지 1개월 중징계를 내린 것이 그 내용.
이에 "제대로 된 기자를 침묵하던 당신들이 왜 벌하는가"란 반문이 쏟아졌다.

9일, 다음 아고라 청원장에선 여지없이(?) 그의 징계를 철회하라는 요구 서명이 발의됐다.
재미있는건 동시에 두 개의 청원이 나왔고 서명 분산 염려에도 불구 둘 다 1만명을 넘기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


하워드덕 님의 10만명 목표 징계반대 서명은 12일 1만5000명을 넘겼다.
9만9999명 목표로 이뤄진 black 님의 동일한 내용의 것 역시 오후 1시 1만명째 서명자를 받았다.
서명란에선 "기자의 올바른 자세를 가진 유일한 분이건만 우리 귀를 다 막을 셈이냐"는 터져나오며 의심의 여지 없는 언론 탄압이란 주장이 속출. "시간이 거꾸로 간다"(낙옆 님), "권력은 유한하나 언론은 무한하다"(lionking 님) 등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그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기자단 결정을 일단 수용했다", "기분 나빠할 기자들에겐 미안하다고 했지만 공감하는 기자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도 전했다"는 김 기자말에 네티즌들은 "사실을 말했는데 왜 징계받아야 하나"(다음유저 카시엘 님)고 다시 혀를 찼다.
한편 "참된 기자"(봄사랑 님), "결코 잊지 않을것"(Gocrew1 님) 등 그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뉴스보이> 권근택 | newsboy.kr

 


 

 

 "쇠고기협상 뭘 숨겼는지 묻고싶었다"

 

[인터뷰] '청 대변인 보도자제 요청' 폭로·징계받은 코리아타임스 김연세 기자

정부의 미국 쇠고기 협상 관련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관련 발언의 보도자제를 요청했다'고 폭로한 직후 기자단으로부터 기자실 출입정지를 받은 김연세 코리아타임스 기자는 9일 징계 결정에 대해 "자신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기자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8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미 쇠고기 협상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의 보도자제 요청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사실관계를 알리고 싶었다"며 "청와대가 대통령의 주도로 쇠고기 협상을 빨리 끝내려 했다는 걸 혹시 숨기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기자단의 결정에 일단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연세 기자 "청와대가 미 쇠고기 협상 뭔가 숨기려 했는지 묻고 싶었다"

김 기자는 "스스로도 잘못된 협상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알고 싶었고,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징계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또한 이 대변인이 최근들어 미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관계자'로 익명 처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국민여론 악화에 대해 "정부는 미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사과해야 한다"며 "촛불시위하러 나온 학생들에게 정치적 배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인터뷰 요지.

-기자단이 1개월 출입정지 징계를 내렸는데. 어떤 입장인가.
"기자단의 결정에 일단 수용은 했다."

-기자단의 논의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나.
"(내가 기자회견에서 문제제기한 것 때문에) 기분 나빠할 기자들에게는 미안하다고는 했다. 하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의식에) 함께 공감하는 기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는 말도 전했다."

-기자단이 통보한 징계사유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미일 순방 중 도쿄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나온 '힐러리 오바마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건 대선용' '동남아 비하' 등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보도자제를 요청했을 때 기자단이 이를 수용키로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첫째 이유다. 또는 최근 이동관 대변인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민간업자의 몫'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익명('관계자')처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내 기사에는 실명을 쓴 게 두 번째 이유다. 이 대변인이 왜 '관계자'라고 요구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도쿄 발언 문제는 당시에도 그 자리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쓴 것이고, 한달 가까이가 지났는데 왜 지금와서 징계를 하느냐고 주변에서 그러더라."

-8일 총리 담화문 기자회견에서 질문 중 '이동관 대변인이 이 대통령 쇠고기 발언을 빼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폭로한 이유는.
"사실관계를 알리고 싶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주도로 쇠고기 협상을 빨리 끝내려 했다는 걸 혹시 숨기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 스스로도 잘못된 협상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알고 싶었고,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징계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청와대는 김 기자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이 박수를 친 게 아니고, 한미 양국의 공식발표 전까지만 보도자제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박수를 쳤다는 언급은 안했다. 질문하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이'라는 말이 빠진 채 말했던 것같다. 하지만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적어도 처음엔 공식발표 엠바고와 무관하게 '빼달라, 오프로 하자'고 했었다."

-청와대는 미 쇠고기 파동에 대해 대언론 또는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다고 판단하는건가.
"그렇게 보고 있는 것같다. 이동관 대변인은 '관계자' 요청을 하면서 일주일쯤 전에 미 쇠고기 사태에 대해 '홍보라인이 미진했다.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홍보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본질을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졸속협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에 와서 촛불시위하는 것을 정치적 배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YTN 돌발영상 에 따른 징계에 이어 이번이 기자단 징계로는 두 번째인데 뭐가 문제라고 보는지.
"모든 기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자들에 의해) 분위기상 이끌려가는 것 같다. 특히 한 두 번 보도자제 등 대변인실이나 청와대측의 요청을 수용하다보니 점점 더 이런 일이 많아졌다고 본다. 시시각각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여러 요청을 한다. 이를 계속 수용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물론 이것이 모든 기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니다. 소신있고, 비판의식을 갖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많이 봤다."

-어떤 요청을 하나.
"관계자로 해달라는 게 많아졌고 백그라운드브리핑(배경설명:발언자의 실명 대신 '정부당국자·관계자' 등으로 처리하도록 기자와 발언자가 합의하고 진행하는 브리핑)도 늘었다. 2층 브리핑룸에서 공개 브리핑 하다가 돌연 마이크를 끄거나 카메라를 치워달라고 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언제부터 그랬나.
"YTN 돌발영상 이후 심해졌다.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이후 이 대변인은 쇠고기 수입에 대해 '노무현 정권에서 하던 일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일부 기자들이 이동관 대변인의 실명을 쓰는 경우가 종종 생기자 이 대변인은 브리핑하면서 우스개소리로 '제 이름 자꾸 쓰면 여기 안올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 입력 2008.05.12  |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김연세 기자의 사직과 정치적 죽이기에 대한 문화연대의 입장

 

언론사의 정치권력 눈치 보기 즉각 중단하라!

김연세 기자의 사직과 정치적 죽이기에 대한 문화연대의 입장


지난 1일 <코리아타임스>의 김연세 기자가 결국 사직했다.

김연세 기자는 지난 4월 17일 미 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FTA 비준에 걸림돌이 됐던 한미 두 나라 간 쇠고기 문제가 합의됐다고 지금 농림수산부 장관으로부터 전화보고를 받았다는 발언에 대한 이동관 대변인의 보도통제 압력에 대해 문제제기했던 기자이다.

김연세 기자의 사직 배경에는 얼토당토 않는 발령이 있었다.
정치부기자였던 김연세 기자를 사측에서는 스포츠부로 발령을 내린 탓이다.
이에 김연세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를 좋아하고 언제든 스포츠부에 가서 일할 뜻은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혹스럽다”며 “사측에서는 청와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며 사직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코리아타임스>는 언론사의 역할을 스스로 외면해버렸다.
정권에 대한 감시는 언론이 갖는 1순위의 임무이며 역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김연세 기자의 당시 행동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외침이었으며 언론인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보복인사라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1개월의 청와대출입금지라는 말도 안 되는 징계를 고스란히 받았음에도 사측에서는 그것으로도 모자랐단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언론사의 보복성 인사는 하루 이틀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5년 삼성의 X-파일을 고발한 MBC 이상호 기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인사로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국제팀에서 일해 온 이상호 기자를 사측에서 수도권팀 의정부지국으로 발령 냈던 것이다.
당시 특종을 한 기자에게 ‘승진’이 아닌 ‘보복인사’가 주어진 것에 대해 시민사회 및 언론계는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보복인사가 이뤄진지 이제 1년 3개월이 넘은 현시점에 김연세 기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사직한 것이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김연세 기자의 사직은 한국사회 내에서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관계성에 대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또 다시 MBC와  PD수첩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언론을 죽이기 위한 정치적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PD수첩에 대해 그 제재 여부를 오는 9일 전체회의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낸 정정․반론 보도 청구에 대한 PD수첩의 거부로 이 사건은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것이다.

방영분에 대한 법적인 공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제작진을 상대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수사의뢰했다는 행보 자체가 언론탄압인데 이를 두고 검찰은 벌써 전담수사반 가동으로 압수수색까지 고려하고 있다니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알권리에 충실한 기사를 쓰고 영상으로 만든다는 것이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언론사에서는 어떻게 기자들에게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

자본이건 국가이건 권력에 숨죽이고 그에 반하는 내용은 보도하지 말아야 하며 보도를 하게 될 경우에도 권력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될 정도의 기사를 쓰는 것이 언론의 자유라고 말할 텐가.

정치권의 부당한 탄압에도 ‘찍’소리 내지 않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할 텐가.

우리는 정치권력에 스스로 굴복하고 언론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한 <코리아타임스>를 규탄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정치권력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PD수첩을  응원한다.

언론사의 정치권력 눈치 보기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권력에 맞닥뜨리고 있는 MBC의 행보에 주목하며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한다.

<코리아타임스>의 경우처럼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는 행위들을 하지 않을 것을 믿으며 언론에 행해지는 모든 정치적 탄압에 함께 맞설 것이다.

7월 2일

문화연대

 

Green Monkey Blog | 2008/07/05 | http://blog.ohmynews.com/savenature/221342

 

 


 

 

 사표낸 30대 중반 김연세 기자와의 술자리 

 

한승수 총리 기자회견 때 협상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 한 총리를 당황시켰던 김연세 기자.
회사쪽의 납득할 수 없는 발령에 결국 사표를 냈다.

 

소년은 ‘범생이’었다. 제도교육을 누구보다 착실히 받았다.
코 밑 잔털이 굵고 뻣세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교육받은 내용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소년은 국가가 표상하는 반듯한 청년으로 자랐다. 대학 시절 막걸리를 마실 때도 가장 선망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청년은 그 나라 이름에서 이성과 합리성, 자유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돈을 벌면 반드시 그 나라로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키웠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였다. 원서를 넣어봤다. 한 번에 붙었다. 청년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기자가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기자는 폭탄주가 몇 순배 돌자 초저녁부터 얼굴이 불콰해졌다.
그가 회고하는 10대와 20대의 삶은 자를 대고 그은 듯한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삶의 지침(指針)을 돌려놓을 사건은 멀고도 친숙한 곳에서, 뜻밖에 찾아왔다. 성층권 밖까지 날아갔다 각도를 꺾어 돌아온 전파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스펙터클을 화면 가득 사출하고 있었다.
항공기 두 대가 잇따라 마천루로 향했고, 이윽고 분수가 꺼지듯 마천루는 쏟아져 내렸다.
미국을 바라보는 다른 한쪽의 시선은 적대적이었고, 무시무시했다. 2001년 9월11일이었다.

 

초년 기자에게 미국은 차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테러리스트가 그 나라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무구한 어린이들이 죽어나갔다.
다시 이라크를 침공했다. 테러리스트 비호 의혹을 사는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에 산다는 이유로 단란한 일가족이 일쑤로 폭사했다.

미국은 이성과 합리성, 자유의 이미지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고, 외부의 적대적 시선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멀어져갔다.
한국이 마침내 자이툰 부대를 파병하면서, 기자에게 미국은 관찰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되었다.

 

미국이 어디를 침공하든, 한국이 뒤쫓아가든, 신문을 통한 발언권이 그에겐 없었다. 그는 경제 담당 기자였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터졌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주권이 있는 나라 안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해외자본의 이름으로 버젓이 자행됐다.

열심히 기사를 썼다. 그러나 인쇄되어 나오는 기사는 자신이 처음 썼던 기사와 자주 달랐다.
가판에 들어간 기사가 시내판(최종판)에서 사라지는 일도 잦았다.
한-미 FTA를 취재하고 쓸 때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만 삭였다. 기자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청와대를 출입하게 됐다. 노무현 정부 후반이었다.
한-미 FTA나 쇠고기 협상 문제에 있어서, 청와대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은 정부 부처 소관으로 떠넘겼다.

정권이 바뀌었다. 출입기자들도 많이 바뀌었다.
정권에게 ‘프레스 프렌들리’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가 형님-동생, 선배-후배가 되는 걸 뜻하는 것 같았다.
엠바고 요청이 남발되고, 대변인은 자신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이름의 정치적 의인화를 요구했다.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했다. 대통령이 현지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 공동취재 기자로 들어갔다.
대통령은 기쁘게 웃으며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서 발표되기 전이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쇠고기 관련 발언을 모두 빼도록 요구했다.
기자들이 반발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인 대변인이 찾아와 “쇠고기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웃으시면서 박수치고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TV를 통해서 보면 기분이 좋겠느냐”며 거듭 빼달라고 요구했다. 요구는 또 받아들여졌다.

 

귀국했을 때, 한국사회는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자로서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민심은 촛불로 들끓었다. 국무총리가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고 했다.

대통령 회견 때는 기자들이 순번을 정해서 질문을 하지만, 총리 회견 때는 그때 그때 질문이 가능했다.
담화는 전국으로 생중계된다고 했다. 담화문 발표장으로 가면서 그는 결심을 굳혔다.

자로 그은 듯한 삶의 궤적이 꺾이는, 생의 첫 스타카토가 될 거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손을 들었다. 마이크가 넘어왔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로 옮겼다. 그 순간 그는 기자였다.

 

폭탄주가 얼마나 더 돌았을까. 혀가 조금씩 말려들어갈 때, 미디어스의 늙은 기자 신학림과 익명의 외부 필자 산사람이 술자리를 찾았다.
어느 범생이의 기자 생활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신학림 기자가 30대 중반의 기자를 격려했다.
잔들이 부딪쳤다. 그의 이름은 김연세. 세는 나이로 서른다섯. 그날(7월 1일)은 그가 생애 첫 직장에 사표를 낸 날이었다.

신학림과 산사람이 먼저 일어나고, 얼마 뒤 우리도 일어났다.

김연세가 말했다. "선배. 한 잔만 더 하고 갑시다." 2차에서는 내가 훨씬 많은 얘기를 했다.

 

 

출처: 다음 아고라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3&articleId=37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