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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시간 내기가 불가능했던 MB와 정운찬

테마파크 2010. 2. 15. 21:48

 

 30분 시간 내기가 불가능했던 MB와 정운찬

 

국제 앰네스티 사무총장 아이린 칸은 사흘의 일정을 마치고, 11월 24일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공중파 방송을 비롯하여 수많은 언론들이 와서 동시통역기를 귀에 꽂고 칸의 얘기에 귀 기울였죠.

사흘 동안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의 인권을 둘러본 칸은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얘기를 하더군요.

 

매우 강한 경제와 안정된 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에 대해 세계의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우선 칭찬을 하네요.

지위가 높아지면 책임도 덩달아 생기는 법, 내년 G20의장국으로서 한국은 ‘글로벌 리더’로서 국내 인권을 물론이고 나아가 아시아, 세계의 인권문제도 나서야 한다고 얘기하네요.


특히, 4가지 인권 문제에 대해선 MB정부가 바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글로벌 리더로서 MB정부가 바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4가지 인권문제

먼저, 경찰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책임성 강화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인권에 걱정스러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지나치게 경찰력 쓰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꼬집네요.
MB정부 들어선 뒤, 집회가 있을 때마다 경찰이 강하게 막고, 폭력사태가 일어나는데, 그 누구도 조사하지 않는다고 걱정하더군요.

 

국제기준에 맞게, 시위 현장에 투입된 경찰력을 감시하는 독립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래야 시민들을 보호를 할 수 있으니까요. 지나친 경찰폭력을 조사할 수 있는 독립된 조사기구가 있지 않으면 경찰이 지나친 무력을 써서 누군가 다치거나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게 마련입니다.
이것을 막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고, 정부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칸은 강조했습니다.

 

작년 촛불시위를 보기로 들며, 당시 시위대의 폭력성과 함께 경찰의 지나친 무력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이귀남 법무장관을 만난 결과, 경찰의 폭력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칸은 얘기했습니다.

 

두 번째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이 잘 지켜지도록 정부는 지지해야 하며, 인권위 권고의 구속력은 더 강해져야 하고, 관련 부처는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지금 인권위엔 조사부처에게 협력받을 수 있는 권한도 없고, 권고안을 강제할 권리도 없으니까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나본 결과, 현 위원장이 독립성을 유지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답니다. 그러나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규약 위원회에서도 한국의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걱정이 나왔다며, 세계에서 한국 인권위 바라보는 눈길을 아이린 칸은 귀띔해주네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인권위조직은 줄어들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독립된 사법부, 자유로운 언론은 민주주의의 알짬”


저마다 다른 주장하는 걸 보장해야 한다고 칸은 얘기하네요.
언론기자들을 만나서 얘기해본 결과, 정부 비판을 할 때, 선 넘는 기사를 쓰면 괴롭힘을 받고 형사처벌까지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공개집회를 해도 체포당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포용력이 낮다고 인권단체활동가들에게 들었다고 하네요.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죠. 한국의 헌법에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네요.

헌법재판소에서 야간 집회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집시법을 개정하여 새로운 법령을 만들라고 하네요.
왜? 국제 기준에 견주어 맞지 않는 이상한 법이니까요.
민주주의의 알짬은 시민사회와 독립된 사법부, 자유로운 언론이라고 칸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왼쪽사진) 부산 중구 실내실탄사격장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양산 부산대병원 영안실을 찾아 무릎 꿇은 모습으로 일본인 유족들을 위로하는 정운찬 총리.
(오른쪽사진) 지난 2009년 10월 3일 추석을 맞아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한 정운찬 총리가 철거민 희생자 유가족들과 면담하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연합뉴스/용산범대위


세 번 째, 용산참사입니다.
용산참사는 굉장히 슬픈 일이고, 문제 해결이 늦어지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더군요.
정부는 최대한 빨리 대화를 하여 해결을 하고, 미래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강제철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강제 철거가 이뤄지는데 국제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니, 한국도 이 기준에 맞는 철거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이득이 될 것이라고 도움말주네요.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입니다.
마석지구에 가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서 얘기해본 결과, 이주노동자들이 한국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데 심한 차별을 받고, 착취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등록노동자든 미등록노동자든 인권침해가 있으면 조사해야 하고 체포하거나 구금할 때도 국제규범에 따라야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사형집행 안 하고 있는 것을 높이 산다면서, 최근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자살에 대해서 한 기자가 묻자, 사형제가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주 뚜렷하다면서 154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고, 사형제는 없애야 한다고 앰네스티의 입장을 보여줬습니다.


국제기준을 지키라는 칸! 너무 초라한 이유로 칸의 면담을 거절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


듣다보면, 칸의 얘기는 한마디로 간추릴 수 있어요. 국제 기준을 지켜라!
선진화타령을 목청껏 노래하는 한국에서 인권의 선진화를 이루라는 거예요.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평범한 얘기라서 보다 더 날카로운 진단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조금 아쉬움도 남더군요.
그만큼 한국의 인권이 많이 좋아졌다는 뜻일 테지만 그와 더불어 아직은 국제기준에 동 떨어져있다는 것을 말해주네요.

 
한국의 인권시계는 MB정부 들어서면서 거꾸로 돌아간 것은 감출 수 없어요.
80년대나 있을 법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문제가 다시 불거졌으니까요.
여기서는 세계 몇 위다, 이렇게 따지지 않겠습니다. 칸의 말처럼 인권침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건 지혜롭지 않으니까요.

다만, 시민들이 애써서 쌓아올린 인권 수준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많이 내려갔다는 건 뚜렷하네요.
존경받는 시민단체 지도자들의 입을 닫게 만들고, TV에서 방송인들이 쫓겨나는 모습은 어느 누가 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니까요.


민주공화국은 서로 다른 생각을 보장해야 합니다.
“저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저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볼테르는 18세기에 말했어요.

21세기 한국, 자신의 밥줄이 끊길 각오를 한 사람만이 입을 열고, 그마저도 입막음 당하고 있네요.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의 눈에도 위험한 낌새들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씁쓸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의 태도에요.
몇 주 앞서 공문을 보내 면담신청을 했으나 일정상 만나기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고 해요.
다시 최근에 정운찬 총리에게 보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전임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김대중 대통령과 만났는데, 다소 실망했다고 칸은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얼마나 바쁘면 만나기가 불가능한지 국정운영에 무척 고생하는 모습입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 수장이라고 해도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면 못 만날 수도 있겠죠.

다만, 그 거절 이유가 너무 초라한 것이 가슴에 걸리네요. 일정이야 조절하면 되는 것이고, 4대강에 수십조를 쏟아 붓는 ‘불가능한 공사’도 하는 사람들이 고작 30분 내는 게 불가능하다니, 참말로 갑갑하네요.


잠깐이 없어서 앰네스티 사무총장을 이렇게 돌려보내는 것이 선진화를 목 쉬어라 외치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의 선진화된 국정일까요?

진짜 한국의 선진화를 바란다면, 없는 시간이라도 쪼개서 한국의 인권에 대해 따가운 비판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아이린 칸은 왜 한국의 인권 상황을 확인하러 올 수 밖에 없었을까요?

 

돌아간 뒤,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출처: 꺄르르 | 인권 여행  |2009/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