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전과14범)사기정권/20080418(한미쇠고기협상)
[현장 11신 : 아침 6시] 밤샘토론 평화축제로 매듭‘시민 산성’ 쌓아 무대 만들어 자유발언…컨테이너 딛고 ‘깃발’
100만 촛불대행진 주요장면
새벽 5시. 지루하게 이어지던 ‘스티로폼 계단 쌓기 논쟁’이 정리됐다. 고성이 오가는 논쟁 끝에 시민들은 경찰이 쌓아 놓은 컨테이너 방어벽 위에 올라가 ‘깃발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스티로폼 계단’의 높이를 더 높였다. 먼저 깃발을 들고 올라간 시민들은 주로 학생들이었다. 고려대, 중앙대, 용인대, 시립대 등 대학깃발을 앞세운 학생들은 스티로폼 계단을 밟고 컨테이너벽 위에 올라 깃발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시민들은 열광했다. 2시간 가까운 난상토론을 벌이며, 컨테이너벽 위에 올라서는 것을 반대했던 시민들도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십여명의 시민들이 뒤따라 깃발을 들고 컨테이너벽 위에 함께 올랐다. 5시 5분. 10m 길이의 대형 현수막이 컨테이너 위에 올랐다.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라고 쓰인 현수막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2만여 시민들은 박수치며 열광했다. 몇몇 시민은 기쁜 나머지 팔짝팔짝 뛰기도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단절해버렸던 2층짜리 방어벽 위에 올라 정부의 소통부재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자 시민들은 속이 후련한 듯 쳐다보았다. 애국가를 부르거나 ‘대한민국’ 박수 구호를 외쳐댔다. 이성희(31.부천시 중동)씨는 “소통을 거부한 정권에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했다”며 “우린 청와대에 가려는 게 아니다. 국민이 소통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한상길(30.서울시 한강로 1가)씨도 “중간에 시민들 의견이 분열됐을 땐 아쉬웠지만 평화적인 깃발 퍼포먼스로 마무리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정도는 경찰이 길 한가운데 답답한 컨테이너벽을 설치한 데 대해 최소한의 평화적 항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5시 10분. 깃발을 든 시민들이 컨테이너 벽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컨테이너벽 위 한가운데에는 시민들이 꽂아 놓은 태극기가 새벽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그 광경을 이순신 동상이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6시 현재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 권고 방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1만여 시민은 자리를 뜨지 않고 세종로 사거리를 지키고 있다. 아침 6시 20분. 경찰병력이 세종로 네거리에 투입됐다. 하지만 경찰은 ‘해산 권고 방송’ 만 하고 있을 뿐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진 않고 있다. 경찰은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고충을 생각해보라”고 방송을 하며, 세종로 네거리를 점거하고 있는 오천여명의 시민들에게 ‘해산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은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벽이 청와대와의 소통을 막고 있다. 컨테이너부터 철거하라”며 경찰을 비난했다. 시민과 경찰의 대치는 오전 8시 30분이 넘도록 계속 됐다. 하지만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시민은 크게 줄어 백여명 안팎이다. 한편, 오늘도 사복경찰들이 시위대 사이에 섞여 사진채증을 시도하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새벽 4시 반께 한 경찰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있다 사진을 찍으려다 발각됐다. 시민들은 항의했고 경찰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10일 진행된 ‘6.10 100만 촛불대행진’은 경찰과의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 됐다. 지금까지 개최된 촛불집회중 가장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주최 쪽은 “서울에서만 최대 70여만명, 전국적으로 100만여명 이상 모였다”고 밝혔다. 또 “20일까지 정부가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명령한다”며 “그 때까지 촛불집회를 계속 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시민들의 촛불은 계속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촛불문화제현장]홍세화와 함께하는 시민발언대 [현장 10신 : 11일 오전 3시] ‘시민 산성’ 더 높이 쌓을 것 두고 열띤 논쟁 벌여 새벽 3시. 현재 광화문 4거리 등지엔 시민 3만여명이 새벽 밤샘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곳곳에선 자유발언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이 쌓아 놓은 컨테이너 방어벽 앞에서 만 여명의 시민들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스티로폼 계단’을 컨테이너벽만큼 높이 쌓을 것인가‘이다.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이인옥(37.서울시 정동)씨는 “컨테이너벽만큼 높게 쌓아 청와대를 바라보며 얘기해야 한다. 좀 더 높이 쌓자”고 제안했다. 반면 현혜리(25.인천시 만수동)씨는 “컨테이너 위로 흥분한 사람들이 올라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평화시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새벽 4시를 넘겨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 때 시민들은 박수소리의 크기로 결정을 지으려했지만 지금까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주장을 펼치려 해 나머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인 이류(31)씨는 한시간 넘게 이어지는 첨예한 토론을 바라보며 “민주주의가 항상 정갈하게 정리되는 과정은 아니다. 다만 시민 간의 의견대립만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자 몇몇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길거리 쪽잠을 자는 모습도 눈에 띈다. 50여명의 시민들이 서소문로 방향의 도로에서 노란색 우비를 덮고 잠을 청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빌딩과 동아일보 사옥 사이엔 작은 자유발언무대가 설치돼 만여명의 시민들이 시민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아무개(수원시.18)양은 고3인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집회장소를 떠나지 않아 큰 박수를 받았다. 박양은 “아빠가 20년 전 이룬 민주화를 고3인 내가 지금 이어가고 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하겠다”고 연설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시청앞 광장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새벽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백여명의 시민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회 형식의 집회를 하고 있다. 새벽기도집회에 참석한 박아무개(50.서울시 도봉구)씨는 “나라가 걱정돼 밤새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들의 새벽기도집회를 ‘이명박 탄핵국민운동본부’ 회원 50여명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둘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현장 9신 : 11일 오전 1시30분]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광화문 일대는 촛불들의 ‘거대한 놀이터’ 자정을 넘긴 뒤 세종로 4거리 광화문 앞으로 다시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새벽 1시30분쯤부터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 수십개의 스티로폼으로 벽을 쌓으며 ‘시민산성’이란 이름을 붙였다. 인권단체 연석회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즉석 자유토론을 통해 결정된 스티로폼 쌓기는 또다른 평화시위 퍼포먼스로, 시민들은 “청와대가 컨테이너 ‘명박산성’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했지만, 우리는 스티로폼으로 청와대와 소통할 수 있는 평화무대를 만들었다”며 즐거워했다. 스티로폼 ‘시민산성’ 앞에서는 시민발언대도 마련돼, 릴레이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광화문 일대는 촛불들의 거대한 놀이터로 바뀌었다. 서대문, 안국동, 서대문 경찰청 쪽으로 거리시위를 벌였다가 광화문으로 속속 다시 모인 촛불 시위대는 자정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춤판과 풍물공연, 기타 연주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치는가 하면, 즉석 토론회를 열어 앞으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군데 군데 노조 깃발이 보이고, 학생들 무리도 눈에 띄었으며, 더러 따로 대열에서 빠져나와서 정리집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소문동에서 온 한 중년 남성은 휴대전화로 ‘백만촛불을 지키는 문화예술행동’이 동아일보사 앞에 설치한 촛불탑을 찍으며 “딸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이곳으로 온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며 “학생 때 유신반대 집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촛불탑 앞에 선 또다른 한 시민은 “야시장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되니깐 ‘이명박 문화제’도 생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연인과 함께 온 20대 남성 두명은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에 맞춰 팔굽혀펴기 시합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뒤늦게 놀이터에 합류한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근처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30대 초반 한 여성은 “야근을 하고 있는데 함성소리가 들려와 앉아있을 수 없었다. 마침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가 불러 이제 나왔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은 못하지만, 국민들이 세대를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보청기 하나 놔 드려야 겠어요” 곳곳에 낙서 퍼포먼스 종각 4거리에서는 풍물패 동아리들이 연합 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잔차’라는 이름으로 통한다는 한 동아리 회원은 “오늘 수도권 풍물패 동아리가 다 모였다”며 “우리가 가진 재주는 이것 뿐이다. 우리 목소리를 낼 게 이것 뿐이다. 시민들 흥을 돋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 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도 풍물패 공연이 벌어졌으며,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풍물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종로구청 입구를 비롯한 광화문 일대 도로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를 조롱하는 낙서 퍼포먼스가 펼쳐져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낙서 문구로는 ‘명박아, 인터넷 좀 해라’ ‘청와대에 보청기 하나 놔 드려야 겠어요’ 와 같이 빈정거리는 투가 많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낙서를 보며 “잘 그렸네”라며 낄낄거렸고, 더러는 사진을 찍었다. 촛불다방 5천명에 따끈한 차 대접…1만명분 순두부 노점상도 광화문 일대에는 무료 노점상들도 등장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허기를 달랬다.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는 봉고차에 ‘촛불다방’이라고 써 붙이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녹차, 커피,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촛불다방 주인인 이정우(29·서울 용두동)씨는 “지난 번 집회에 때 물대포를 맞았는데, 굉장히 추웠다.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나눠주면 좋겠구나 싶어서 5일 전부터 촛불다방을 차릴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준비한 차는 무려 5천잔 분량이라고 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는 순두부를 무료로 나눠주는 노점상을 차렸다. 1만명 분의 순두부를 준비하는 데 들어간 콩은 두가마니 반 정도 된다고 김상열 전노련 대외협력국장이 전했다. 김 국장은 “밤 12시 넘으면 배가 출출해진다. 시민들 허기 달래주려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노점상들은 밥벌이 하느라 촛불집회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계속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조혜정 김일주 노현웅 박현정 김경락 하어영 허재현 기자 [현장 8신 : 11일 오전 0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자정께 속속 광화문으로 집결…삼삼오오 모여 얘기나누고 즐겨 밤11시 55분. 경찰청으로 이동한 시민들이 광화문 4거리로 되돌아오는 등 시위대는 광화문으로 속속 재집결하고 있다. 12시가 되자 안국동에 차려진 중앙무대에서도 광화문으로 가자고 해서 사람들이 다시 광화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 12시 현재 경찰청 앞 도로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은 “(대학로)마로니에 공원에서 사전집회를 하고 왔다”고 했다. 박 교장은 “쇠고기는 모두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기필고 막아야 한다.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사물놀이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시민들 곳곳 삼삼오오 모여 얘기 나누고 사물놀이 즐겨 대학 동우회 회원들과 오랫만에 만나 시위에 같이 참여했다는 조용수(41)씨는 “7시 전후로 시위 현장에 나와 프레스센터 근방에 주로 있었다”며 “바뀐 세상을 알지 못하는 정부가 답답하다. 60년대 소프트웨어 가진 위정자들이, 21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역 주변에서 만난 주부 이연숙(33·경기 부천)씨는 8개월 짜리 아이를 데려 나왔다며, “심각한게 쇠고기다. 재협상 해야 한다. 돌고 있는 쇠고기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10여명의 무리는 교회 모임에서 나왔다고 했다. 모임 일원인 이사야(28·회사원)씨는 “교회는 힘없는 사람들 편을 들어줘야 하는데 원로 목사들이 힘있는 사람들 편들고, (보수 단체 집회에) 교인들을 데리고 나오는게 이해가 안된다”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집회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문 수송차량 3대 한때 시민들에 가로막혀 앞서 밤11시10분께 서대문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앙일보> 신문 수송차량 3대가 촛불집회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가로 막히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트럭과 신문 포장지 위에 ‘조중동 반대’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맨앞 차량 운전자가 바깥으로 나와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민들은 “<중앙일보> 폐간하라”, “중앙일보, 찌라시”라고 구호 외치며 20여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광화문 명박 산성 앞에는 대학 선후배 10여명이 모여 생일 파티를 하는 광경도 벌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30번째 생일을 맞는다는 유승균(29)씨는 “6월11일이 생일이라 케익을 준비해와 여기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다. 유씨는 “원래 30번째 생일파티는 우울하다고 하는데, 좀 있으면 수도세도 오를 것 같고, 병원도 마음 놓고 못갈 것 같고, 빅맥도 못먹게 될 것 같아 더 우울하다”며 “대통령보다는 정부에 불만이 있는데,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수십만의 시민들이 생일 축하 촛불을 들어준 것으로 생각해 기분이 조금 낫기는 하다”고 익살을 부렸다. 래퍼 김원종 미니공연…한 시민 한때 컨테이너 위 올라가 한국일보 앞에서 밤11시께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 ‘20대 후보’로 출마해 눈길을 끈 래퍼 김원종(27·예명 인세인 디지)씨가 미니 랩 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 -촛불 집회 때는 자주 나왔나.“공식적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전에는 그냥 자유발언만 했고,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비는 어떻게 했나.“무슨 준비가 필요한가. 시디(CD) 한 장이면 충분했다.” -그동안 꾸준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아는데.“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회 등에 나가 공연도 했다. 지난 선거 때 서울 강남 지역에서 출마해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 선거 때는 1782표를 얻었다. 나에게 표를 던져 준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어떤 발언에 가장 공감하나.“정권 퇴진까지는 아닌 것 같고. 서른 번 넘게 촛불 집회를 여는 데 우리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충격적이다.” -오늘 촛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행렬을 보고 너무 가슴이 뛰어서 내가 패닉.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에 있는 장벽을 보니까 이 대통령이 건설회사 사장으로 ‘심시티’(게임의 주인공이 돼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를 하더니 이제 리니지로 게임을 바꾼 듯하다. 컨테이너라는 아이템까지 거래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한다면. “우리보고 불법이라고 하는데, 컨테이너로 국민통행권을 막는 것이 더 큰 불법이다.” 김씨의 공연이 끝난 뒤 한 시민이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한 때 위급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내려와”를 외쳤고, 시민은 별 탈 없이 내려왔다. 자유발언에 참가한 조민지 학생은 “엄마에게 독서실 간다고 뻥치고 나왔다”며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대통령은 겁이 나서 저런 것 해놓은 것 아니겠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은 깊어가고 촛불은 그렇게 타고 있는 중이다. /조혜정 김일주 노현웅 박현정 김경락 하어영 허재현 기자 [현장 7신 : 10일 오후 11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컨테이너 장벽은 21세기판 베를린 장벽이다” 이날 시위대를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에 누리꾼들은 기발한 이름을 붙여줬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명박산성”으로 자리잡았으며, “레고” “광화문 부두”도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레고명박’ ‘용접명박’ ‘컨테명박’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조롱했다. 아이디 테미는 “명박산성을 국보 0호로 지정합니다. 국보1호 태워먹고, 급조한 명박 산성”이라고 비웃었다. 한 누리꾼은 “명박산성이란? 사적 제 666호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딱지를 붙였다. 현장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명박산성’에 “경-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축” 펼침막 붙여놓기도 했다. 민심을 가로막은 컨테이너 장벽을 두고는 조롱성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임원식(27·서울 명륜동)씨는 “이건 국민 기만이다. 어이가 없다. 이건 21세기판 베를린 장벽이다”고 했다. 이준엽(22·서울 신림동)씨는 컨테이너 박스를 쳐다보면서 “우리가 청와대 뛰어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에서 의사 표현을 한다는 건데, 시민들의 말을 아예 안듣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씨도 “냉전시대 베를린 장벽같다”고 했고, 시민들 대부분은 황당해서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위 대열 끊이지 않고 연결돼 청와대 포위하는 형국 밤10시10분. 안국동 방향으로 행진한 시민들은 옛 한국일보 사옥 앞에 쌓인 컨테이너에 태극기를 붙였다. 일부 시민들은 연합뉴스사, 종로구청, 광화문 쪽으로 다시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 대열은 끊이지 않고 연결돼 청와대를 일렬로 포위하는 형국이었다. 밤 10시50분. 서대문 쪽으로 향했던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 막혀 다시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광화문 쪽으로 향하지 않고, 독립문 쪽으로 밀고 올라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차로 중앙에 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나란히 줄지어 세워놓았다. 직장동료들과 촛불시위에 참여한 최규택(33)씨는 “촛불 하나 하나 마음이 국민의 마음이다. 이명박이 이런 민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촛불을 바닥에 줄지어 놓았다. 고동형(32)씨는 간헐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사람들이 여기 온 것은 쇠고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어설픈 일처리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씨는 “쇠고기 문제가 어떤식으로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시위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각 4거리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도 촛불로 중앙선을 만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시민은 이 장면을 보고 “청와대를 촛불로 덮고 싶었나 보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팀 카메라 들고 현장 누벼…예비군복 시위대도 대거 출동 이날 시위 현장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씨가 촬영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 5명과 함께 카메라 들고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왜 나왔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이 스펙타클을 사진으로 담아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 칸 영화제에 다녀온지 몇 주일 됐는데 오늘 처음 나왔다”고 말한 뒤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서대문쪽으로 이동하는 흰색 레간자는 차 모든 부위에 ‘이명박 아웃’ 등이 적힌 에이4용지로 도배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차주인 장진영(26)씨는 “여러 차례 시위에 왔으나 회사일로 일찍 돌아갔다. 그래서 미안함을 갖고 있었는데, 돌아가면서도 시위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이런 차량시위를 기획하게 됐다. 누군가 따라한다면 더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밤 10시 넘어 광화문에 남은 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즉석에서 시국 토론회를 벌였다. 여정훈(24), 김성진(17), 나진철(24) 정모세(35)씨는 청계천 주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0교시, 의보 민영화, 쇠고기 문제 등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비꼰 노래 제목은 “사람이 엉망이다”였다. 여정훈의 자작곡이라고 했다. 여씨는 “이 노래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그 덕분에 한 선교단체에서 알게된 김성진 군을 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고 했다. 여씨와 나진철씨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고, 정모세는 분당 두레교회 목사라고 밝혔다. 김성진군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목사의 아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명박이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하느님의 뜻이라며 크게 웃었다. 그밖에 마이클럽 회원을 비롯해 온라인 동호회 무리는 광화문 일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이명박 퇴진 등을 외쳤다. 시위대 대열이 너무 길어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국동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시위대 일부는 종각 4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 하는 바람에 종로5가까지 걸어가 시위 대열에서 이탈했다. 일부는 다시 광화문 쪽으로 돌아왔지만, 일부는 동대문 쪽으로 계속 행진했다. 군복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국방부의 권고에도 예비군복 차림의 시위대는 이날도 적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차정현씨는 “군인의 본분은 국가와 국민 지키는 것이고, 국가와 국민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이 곧 국가이며, 촛불시위 나온 국민을 (군인이)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모차 행렬도 어김없이 목격됐다. 인천에 사는 배정진(36)씨는 남편, 동생, 10살짜리 아이와 17개월짜리 애기랑 같이 시위에 참여했다. 배씨는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정권이 바뀌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10대들이 이명박은 앞으로 잠만자라고 외치던데 정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45)씨는 “수많은 시위대 덕택에 장사는 잘 되지만, 마음은 착찹하다. 나도 시민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모두 너무 힘들다. 서로 곪는다. 어서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화 길윤형 하어영 김경락 허재현 박현정 김일주 기자 [현장 6신 : 10일 오후 10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정운천 장관 행사장 밀려나…“광우병 보다 더 무서운 게 대통령” 촛불집회 시위대는 밤 9시 조금 넘어 서대문, 종로, 안국동 쪽 등으로 나뉘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안국동 쪽으로 시위대가 이동할 때는 주변 건물에서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전단지가 뿌려졌으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거리에서 나눠준 손 태극기를 흔들고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안국동 4거리에서 경복궁으로 가는 방향에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자, 시위대에선 “정말 더티하다”, “정말 막았네”라는 짜증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이명박 물러가라”, “이명박 아웃”이라고 적힌 전단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컨테이너 박스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건설사 출신이어서 그런가” 회사원 한인웅(29)씨는 컨테이너 앞에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건설사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집회 방법은 철저히 비폭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이것을 뚫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자체가 이명박에게 압박이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나왔다는 이호숙(39)씨는 “이 대통령의 수준이 너무 낮다. 뉴스에서 컨테이너 보도 나와서 정말 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엔 반일 휴가를 냈다. 작정을 하고 나왔다. 투쟁을 계속해야 하고, 선거를 통해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계속 나오는데, 대통령이 생각을 안 바꿔 걱정이다. 광우병 보다 더 무서운게 대통령인 것 같다.” 아프리카풍 음악 연주로 흥 돋워 시민들 몸 흔들흔들 밤 10시쯤 쯤 광화문에서 사직터널을 통해서 경복궁 쪽으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는 사직터널 입구에서 경찰 병력에 의해 가로 막혔다. 앞서 9시40분께 행진을 시작할 때는 아프리카 음악을 하는 이들이 아프리카풍 음악을 연주해 흥을 돋웠다. 연주하는 내내 시민들은 몸을 흔들고 환호를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공 아무개(16살)씨는 “폭력시위가 아니라 즐기고 평화로워서 좋다”며 “심각할 땐 심각하고 즐길 땐 즐겨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언성을 높이기 보다는 이렇게 축제같은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경적을 울려 호응한 홍한표(45)씨는 “차 막히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차가 밀린다는 게 시위대에 미안하다.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짓밟고 기만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시위 대열은 사직터널에서 서대문 사거리까지 길게 퍼져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차로 중앙에는 촛불이 줄지어 나란히 놓여 장관을 연출했다. /김경락 이정연 김일주 박현정 기자 [현장 5신 : 10일 오후 9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양희은은 ‘아침이슬’ 열창…깜짝 제안으로 청와대 홈피 한때 마비 오후 9시께 촛불항쟁의 주역인 ‘촛불소녀’와 1987년 항쟁 주역로 참여했던 한 선생님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로 집회를 마무리하고 40여만 명의 시위대는 9시11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끝으로 세 갈래로 나뉘어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세종로 동화면세점 근방에 차려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무대에는 8시 35분께 가수 양희은이 등장해 시위대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소개로 무대에 오른 양희은은 ‘아침이슬’을 열창했고, 시위대는 목이 터져라 따라 불러 행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날 시위에선 사회자의 깜짝 제안으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된 일도 있었다. 사회자는 8시30분께 인터넷으로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에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일제히 접속해 국민의 뜻을 보여주자고 제안했고, 1분 뒤 홈페이지가 실제 다운 됐다. 양희은에 이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나타나 시위 분위기를 돋워 열띤 호응을 얻었다. 시위대 대열에서는 “강기갑! 강기갑!”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다음은 강 의원의 발언 내용이다. 강기갑 의원 “고양이에게 차라리 생선가게를 주시오”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것,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1년전 국민 대항쟁을 우리가 재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우리 국민들 서민경제 살려달라고 뽑아줬는데, 소수 1% 재벌만을 위한 경재정책을 해왔습니다. 이게 말이됩니까?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고 해도, 사람보다 돈이 귀중하고 좋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에게 돈을 위해서 살라고 돈을 섬기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보따리에 싸서 (임기) 6개월짜리 부시대통령에게 조공으로 바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눈물이 흘리고 광장에 나서야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귀를 열지 모르겠습니다. 큰 함성으로 정신차리게 합시다. 쇠고기 협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서민들의 눈물의 골짜기로 몰아넣은 한미 FTA, 대운하, 공교육, 물, 의료, 환경, 운하, 모든 것을 돈 놀이로 갖다 버리려고 하는데, 우리 국민이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21년전 6·10 항쟁을 6.29로 기만했는데, 우리 위대한 국민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다시 자율규제니 이따위 소리로 국민들의 요구를 기만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분노를 자아내게 할 것이다. 정확하게 경고합니다. 고양이에게 차라리 생선가게를 주시오. 자율규제는 뭔가. 우리 국민들이 함께 끝까지 돈보다 사람이 앞선다는 것을 촛불 항쟁으로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비폭력 평화의 대 촛불로 국민이 주인이라는 확실하게 우리 실현시켜 나갑시다.” 분신 자살 이병렬씨 유족 눈물로 감사 인사 행사장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 반대해 분신 자살한 고 이병렬씨의 유족이 나와 자리를 숙연케 했다. 유족 대표는 “성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좋은 곳에 가셔서 부디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쳤다. 앞서 7시 50분께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안치환은 검은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와 ‘자유’라는 노래를 먼저 불렀고, 시민들은 촛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촛불의 빨간색이 점점 선명해졌다. 안치환은 “이명박은 컨테이너를 이순신 동상에 쌓아 두고 스스로 독안에 든 쥐가 되었다”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안씨는 이어 자작곡 ‘유언’을 불렀다.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 못받고 그냥 죽을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라는 가사를 직접 시민들에게 가르쳐 준 다음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광야에서’를 부를 때 집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안치환 ‘광야에서’로 절정…문소리도 무대 올라 “함께 응원” 8시 20분.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라 밝게 웃는 표정으로 연설했다. 문소리는 “영화인들도 이전부터 FTA 반대투쟁 해왔다. 이명박이 국민의사를 받아들일 때까지 함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립 국악고에 다닌다는 이연우씨는 “곧 기말고사인데 도저히 공부 할 수 없어 나왔다. 절망적이고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유모차 어머니들, 재외동포들, 청소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시민들 자발적으로 이렇게 참석하는 것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이명박은 BBK 사건 등 으로 봤을 때 사기꾼 같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촛불 시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촛불은 자기 속을 태워 남을 비춰준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모두 동참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집회 거의 해산하고 금란교회 등 신자들 기도회 시위대의 행진이 시작되기 직전인 9시5분께 경찰은 집회를 해산하라는 방송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강우철(33·서울 상도동)씨는 “지난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 촛불시위 나왔는데, 한 번 와보니 한번으로 끝낼 일이 아닌 듯 해서 또 나왔다.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더 시위를 함께 해야 할 듯 해서다. 쇠고기 재협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시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씨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서상빈(30)씨는 바리케이트로 쳐진 컨테이너 박스를 가리키며 “저걸로 막을 수 있을까 싶다. 여론을 막을 수 있을지 더 의문이다. 앞으로 쇠고기는 기폭제라고 생각하고 공기업이나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 나올 건데,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 단체 집회는 9시 현재 500명으로 줄었다. 경찰에 집회를 신고한 국민행동본부는 오후 7시께 자리를 떠났고, 금란교회등 대형 교회에서 온 인사들만 남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기도회장 뒷부분에서 촛불집회 참가자와 충돌하기도 했던 기도회 참가자들은 어느새 촛불시위대에 완전히 포위됐다. 촛불을 든 이들이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치자 무대에 선 목사는 “우리는 원래 흰색을 좋아하는 민족인데 어느샌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민족이 됐다”고 맞섰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성은 “미국 LA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 여러분이 미국을 싫어하면 유학간 애들이 어떻겠냐. 당신네 자식도 미국가서 공부할 수 있으니,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한 노인은 “쓰레기같은 x들 촛불집회 그만하라”고 외쳤다. 기도회가 마무리되자, 경찰은 촛불집회 쪽과의 충돌을 막고자 반대편인 을지로 쪽으로 해산할 것을 기도회 주최 쪽에 요청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 여성은 “주님을 믿고 숫자에 겁낼 필요 없다. 우리가 다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다.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허재현 김경락 이정연 김일주 조혜정 박현정 기자 [현장 4신 : 10일 오후 8시] 집회 시작 전 벌써 30만명 넘어주부 스님 수녀님 등 다양…“컨테이너가 소통이냐” 힐난 오후 8시 광화문 사거리. 집회 시작전부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무대가 차려진 동아일보사옥과 동화면세점 건물 사이에는 몰려든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서울시의회 건물 넘어 서소문 입구 앞까지 꽉 들어찰 정도였다. 몰려든 인파는 광화문, 청계천 일대를 가득 메워 8시 현재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도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으며, 교복을 차려입은 여고생,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여기에 대학생들 깃발이 많았고, 승복을 입은 승려,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도 참여하는 등 구성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화물연대 조합원 등 조직적으로 조끼를 입고 참여한 이들도 많았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노점상들이 대거 집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길거리 노점은 김밥아주머니 수준을 넘어 아예 포장마차형 노점상들이 대거 인도에 설치된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의 현수막 중에는 ‘No mad cow to korea!’가 등장했으며, 시위대의 손팻말에는 ‘6.10 오늘은 쥐잡는 날’, ‘2MB 냉큼 물러나시오!’ 등 구호가 눈에 띄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으며, 노래를 부를 때 시민들은 전원 빨간 손팻말을 흔들어 화답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가수 안치환씨가 등장해 ‘광야에서’ 등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배우 문소리, 박철민씨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변영주 영화감독도 자리를 같이 했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한밤 중에 부시에게 전화걸어 문제 해결 하다니, 둘이 사귀기라도 하나. 연애 적당히 하고 이젠 나라 걱정 좀 했으면…. 내각 총사퇴는 근본 해결 아니다. 쇠고기 협상 주책임자인 이명박이 매듭지어야하고 재협상 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성철(59·경기 의왕시 상동)씨는 “이순신 장군을 왜 컨테이너에 왜 가두어 뒀나”며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친 것을 비난했다. 황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소통을 단절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2층 짜리 벽이 생긴 듯하다. 발상이 정말 유치하다”고 말했다. 이다혜(18·이화여고 3)양은 “국민의 건강권이 우선이다. 재협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양은 “10일 이후에도 촛불 시위는 계속 돼야 한다. 평화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은 더 오래 간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경호(35·경기 성남이 오야동)씨도 “10일 이후에도 촛불 집회 계속 돼야한다”며 “재협상할 때까지 이명박의 태도 변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행사장 근방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모습도 띄었다. 정 장관은 동태를 살피러 온 듯 시위대 쪽으로 접근하다가 사람들에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으로 밀려났다. 정 장관의 모습을 알아본 시위대는 “왜 이제야 왔느냐. 뭐하려 왔느냐”고 힐난했고, 일부는 “매국노! 매국노!”를 연호하기도 했다. 정 장관 쪽으로는 물병 하나가 투척되기도 했으나 맞지는 않았다. 오후 7시 46분 시울 시청 앞 광장. 이날 오후 6시 연세대를 떠난 ‘이한열 열사 추모 기획단’은 오후 8시 조금 못미쳐 시청 앞 광장에 진입했다. 추모단이 가는 길마다 시민들은 환호로 답했다. 민가협 회원인 최봉규(78)씨는 “시위에 빠질 수 없었다. 이명박을 끌어내려야 한다. 자기가 잘 못한 것을 비서관이나 각료에게 덮어씌우고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순려(75) 할머니는“21년 전 이한열 노제때도 참여를 했고, 애들을 생각해서 어린애들을 볼모로 잡고 병든소를 먹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루도 안 빠지고 촛불시위 참여했다. 자식들이 쉬라고 말했지만, 열심히 나오고 있다. 이명박은 퇴진해야 한다. 사기 정치를 처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단이 중앙일보사 앞 고가다리를 지날 때는 “조중동은 폐간하라. 사무실 불꺼”라는 고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진명여고 이 아무개(17)양은 “작년부터 FTA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내일이 수행평가고 곧 모의고사이지만, 그래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양은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있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부 시민 컨테이너에 계단 설치하자 “비폭력” 제지 밤 8시40분께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차단벽 중앙 부분에 일부 시민들이 스티로폼을 이용해 계단을 놓기 시작했다. 금세 높이 2미터 정도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평화시위 비폭력’, ‘비폭력은 우리의 힘’ 등의 피켓을 들고 비폭력 시위를 요구하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나타나 계단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이에 동의해 계단을 철거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계단을 왜 철거하느냐”며 항의했다. ‘폭력은 모두를 병들게 해요’라는 피켓을 든 박태일(21·아고라 회원)씨는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평화롭게도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아고라에서도 말들이 많지만 평화시위를 하는 데 합의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허재현 김일주 이정연 기자 catalunia@hani.co.kr [현장 3신 : 10일 오후6시30분] 조갑제 “언론 자유 줘선 안돼” 목청추부길 ‘사탄’발언 빗대 ‘내가 사탄’ 손팻말 들고 ‘사탕’ 나눠줘 ‘고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기획단’은 오후 5시부터 고인의 영정을 들고 행진하는 국민장을 재현했다. 오후 5시에 임박하면서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1백여명에 이르렀다. 학생회관 앞 중앙도서관에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 걸개 그림’이 내걸렸다. 추모제는 ‘님을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김윤중 연세인 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배은심씨는 검은 수트 차림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대책위 뱃지를 달고 있었다. 배씨는 “87년 오늘 병원에 한열이가 누워있었다. 아무리 누가 뭐래도 그 때를 생각하면 하늘이 두쪽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협상을 잘 못해서 재협상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은 재협상을 해서 국민들의 성을 잠재워라. 그렇게 못하면 이명박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열이의 21년전 죽음이 헛되지 않은 거 같아 자부심이 있다. 이명박정권은 과거 독재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으로 국민들을 탄압하고 있느데,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제 기획단장을 맡은 주세연 상경대 학생회장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르 안 듣는 것은 20년전 이한열 열사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며 “어제 전주에서 쇠고기 협상에 반대해 분신한 이병렬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또 서울대 여대생을 짓밟은 경찰을 보고 민주화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느겼다”고 덧붙였다. 의과대 3학년 조수민(21)씨는 “그동안 시험기간이어서 잘 못 나갔는데 , 학교에서 추모제하고 마침 오늘이 100만 촛불집회라고 해서, 오늘이라도 한 자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삼신(68·경기 분당)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옆에 있었으면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있다. 87년 노제에도 참여했고 망월동까지 갔다. 당시 아들이 홍익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아들따라 나왔다. 오늘 저녁에 아들 손녀 며느리랑 시청에서 만날 거다”고 말했다. 6시반께 연세대를 떠나 광화문을 향한 추모기획단의 규모는 어느 덧 500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이화여대를 거치면서 추가로 100명이 늘었다. 영정을 앞세운 추모 기획단 행렬에는 백기완 소장, 배은심씨와 함께 아고라 회원들, 깃발을 든 의과대 학생회가 뒤따랐다. 추모기획단은 서강대, 이대여대, 경기대 학생들과 합류한 뒤 광화문으로 향했다. 5시40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5시40분씨께 자유발언 무대에 올라 “없는 광우병을 MBC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는 “MBC가 광우병에 걸린 듯하다. MBC 기자, PD 같은 악랄한 언론인은 처음 봤다. MBC는 선동기관이다. 언론의 자유를 줘선 안된다. 날을 잡아서 MBC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이 자리에는 두 종류 국민들이 있다”고 말한 뒤 시청 앞 광장 보수 단체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 대해선 “선동에 넘어가지 않은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촛불집회 참석자들)은 바보, 천치, 정신이상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우리가 뽑은, 민주적 방식에 의한 정부이니만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는 20대의 고 아무개씨가,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 발언을 빗댄 1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고씨는 ‘내가 바로 사탄의 무리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었다. 문화예술인 20여 단체 “국민에게 항복하라” 결의문 문화·예술인도 단체별로 대거 참여해 동화면세점 앞 무대 앞에 예술인 단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한국독립영화인협회, 한국작가협회, 영화인네트워크 등 20여 개 단체가 깃대 세우고 촛불문화제 동참했다. 꽃다지 민정연씨는 “이전부터 산별적으로 참여를 해왔지만 오늘은 변환점이니까 함께 모여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인들은 저녁 9시께 시민들과 함께 밧줄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또 장승을 메고 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삶을 시민들과 함께 표현할 예정이다. 그들은 이에 앞서 ‘문화예술 행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거리는 광장과 광장을 잇는 곳이며, 민심과 천심을 잇는 곳이고 국민과 정부를 잇는 곳이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전경들과 컨테이너 탓이 아니다. 더 높이 쌓인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다. 우리 문화 예술인들은 이 땅의 생명력과 정신을 일궈가는 사람들로서 이 반성없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촛불 속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촛불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항복하라. /김일주·허재현 기자 [현장 2신 : 10일 오후5시] 경찰 세종로 컨테이너로 완전봉쇄이병렬씨 빈소 헌화 발길…촛불-보수 단체 사이 경찰 저지선 오후 5시께, 경찰이 새벽부터 세종로에 컨테이너로 시위대 차단벽을 만들고 비워 두었던 왕복 4차선마저 완전히 차단하고 시위대의 접근에 본격 대비하고 있다. 컨테이너 앞에는 아고라 깃발을 든 1천여명이 모여 있다.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쳐진 세종로 인근에선 독일인 예술가 톰 부시만을 만날 수 있었다. 국제 예술단체 ‘PLATOON’의 회원이라고 밝힌 부시만은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2년전에 한국에 왔다”고 소개한 뒤 “컨테이너는 교역과 문화, 교류의 수단인데, 바리케이드로 쌓여있는 걸 보니 (내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부끄럽다” 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에선 민주노동당 주최로 ‘08 촛불대항쟁의 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길거리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이석행 민노당 비대위원, 임종석 전 국회의원 등 7명의 토론자가 참석했으며, 지나가던 시민들 100여명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토론회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50여명은 광우병의 위험성과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꼬집은 토론자들의 지적을 주의깊게 듣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촛불집회를 앞두고 세종로에서 만난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이날 아침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일괄 사퇴 소식에 “그런 임시 방편으로 잘못을 돌릴 수 없다고 본다”며 “재협상이 아니고선 되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내각 사퇴만 하면 뭐 하나. 원인을 없애야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운수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시위대가 조금씩 몰려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 2백여명은 동화면세점과 동아일보 사이에 무대 차량을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촛불집회에 대비했다. 서울시청 광장 덕수궁 대한문 쪽 잔디밭 근처에는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며 분신해 끝내 숨진 고 이병렬씨의 빈소가 설치됐다. 이씨의 영정 사진 앞에는 국화 수십송이가 놓여 있었다. 빈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이름으로 설치됐다. 5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가 집회를 열고 있는 시청 앞 광장. 5천여명 가량이 집회를 열어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은 대체로 격앙된 목소리였다. 집회장에 나온 이들은 손태극기 흔들며 종종 “옳소” 라고 외치며 호흥했다.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이 사회를 본 이날 집회에는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성욱(37)씨는 “광우병 집회를 하고 있는 대책회의는 주한미군 철수 등 체제를 위협하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며, 촛불집회는 자발적인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봉태호 국가쇄신국민연합 집행위원장은 “LA 갈비 먹은 사람 중에 지금까지 광우병 걸린 사람이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매체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봉태호 위원장은 “KBS, MBC 는 촛불집회 폭도들이 경찰 버스 부수는 것은 보도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최인식 총장은 “MBC,KBS 는 이명박과 전투라도 벌이는 듯 하다. 촛불 시위를 생중계 하고…”라고 말했다. 플라자호텔 쪽 시청광장 잔디밭에는 ‘아고라’ ‘안티 이명박’ 등의 깃발 아래 시민 50여명이 서서 보수단체 집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수단체 회원 일부는 이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이 아무개(62·서울시 돈암동)씨는 “쇠고기 문제를 앞세워 나라를 전복하려는 세력은 북으로 보내 굶게 해야 한다”라며 삿대질하고 몇 마디 고함을 더 지르자, 옆에 있던 이들이 말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아고라’ ‘안티이명박’ 회원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오후 5시 현재까지 시위대 사이의 별다른 충돌은 없는 상태이며, 경찰이 곳곳에 저지선을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뉴라이트연합, ‘내장’ 든 미국산 소시지 시식회 오후 4시께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소시지 시식회를 했다. 돼지고기, 소염통, 소심장 등이 들어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소시지라며 ‘내장은 버린다’는 국민행동 쪽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주에서 10년 살았다는 오용병(40)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아냐. 말도 못한다”며 “미국 소는 말짱하다. 200만 미국 동포와 10만 명 유학생이 먹는다”고 주장했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6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출연해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소가 맥도날드 등 햄버거로 사용되고 내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허재현·이정연 기자 [1신 : 10일 오후 3시] 출근길 대혼란 시민들 “무슨 근거로…기가 막힌다…” 촛불-보수단체 시청앞 1m 간격 집회 맞서 긴장 팽팽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린다. 이날 집회는 ‘6·10 항쟁’ 21돌 행사와 맞물려 40일을 이어온 ‘쇠고기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비해 새벽부터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도로에 컨테이너 박스 20여개를 동원해 2층으로 차단벽을 설치하고 양 방향 각각 2개 차선에 대해서만 차량 통행을 허용해 출근길 시민들은 대혼잡을 겪었다. 콘테이너 용접 뒤 시위대 못 오르게 기름칠까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 막은 컨테이너 박스들을 견고하게 잇는 용접 작업은 오후 2시20분께 마무리됐다. 용접 작업을 마친 경찰은 뒤이어 박스 외벽에 그리스(기름)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위대가 컨테이너 박스 위로 기어오르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로 보였지만, 경찰 쪽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세종로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며 한탄과 불평을 터뜨렸다.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은숙(37)씨는 “컨테이너에 땜질까지 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시위에 한번도 나와 본 적이 없지만, 대로를 이런 식으로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위가 진행되면, 길을 다 막을 거 같은 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 232개 중대 2만여 명 동원 채비 정창식(58)씨는 “나이가 들어서 시위에 적극 참여할 순 없고, 지켜보러 나왔는데 막상 이렇게까지 하니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히려 경찰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 아니냐.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막느냐. 기가 막히다”고 분노감을 표시했다. 3시 현재 경찰 병력과 차량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대비해 세종로 인근에는 232개 중대 2만명 안팎이 동원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한 현장에 나와 상황 보고를 받고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하게 시위를 막고, 견고하게 준비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뉴라이트 등 2천여 명 ‘반촛불’ 집회 3시 시청앞. 프레지던트 호텔 앞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의 집회 무대 설치돼 있고, 무대를 중심으로 약 2천여명이 하얀 의자에 앉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작은 손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현장에선 ‘아름다운 강산’ ‘독도는 우리땅’ 등의 노래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50대 이상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과 충돌에 대비해 경찰 수십명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쪽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경계를 강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대 현수막에는 ‘법 질서 수호. FTA 비준촉구 국민대회’라고 적혀있었다. 집회는 오후 3시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됐다. 사회자는 “김정일에 분노하는 촛불을 들자” 고 말했으며, 쇠고기 촛불집회를 반대하기 위한 목적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보수단체 집회 주최 쪽의 하나인 대령연합회 신영철 회장은 “법 질서 수호를 위해 오늘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촛불시위를 끄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시청 앞이냐는 질문에 “열흘 전에 집회 신고를 했다. 합법적으로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촛불집회 시민들과 충돌을 피하려 하겠지만 충돌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촛불집회의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맥아더 동상 철거 운동을 한 세력과, 평택 미군기지 철수 운동을 했던 이들 모두 여기(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도 참석하고 있는데, (시민들을) 선동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양쪽 시위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서 본부장은 “촛불집회 세력을 한줌에 날려버릴 수 있지만, 우리도 법질서를수호해야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인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던 시청 앞 과정에서 보수단체의 집회를 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국민행동본부는 항상 여기서 집회를 해왔다.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촛불단체 “비폭력” 구호…일부는 흥분해 몸싸움도 시청앞 광장엔 ‘이명박 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회원 외 시민 2백여명 정도가 이들 보수단체의 집회를 지켜봤다. 이들과 보수단체 집회 현장과는 1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들은 “국민 기만, 서민 말살 이명박을 탄핵하라” 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폭력 비폭력” 등을 외쳤다. 그럼에도 몇몇 시민들은 흥분한 듯 보수단체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조금씩 눈에 띄었다. 시청 앞에서는 이명박 지지자와 반대자가 서로 1m 간격을 사이에 두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채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전만일(41·인천시 부평동)씨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 쓰인 몸팻말을 몸에 매달고 서 있었다. “서민들 삶이 비참하다.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데. 경제를 살려야 한다. 촛불시위보다는 이젠 단결할 때”는 글귀도 덧붙어 있었다. “대통령 자격 없다“-“대통령님 힘내세요” 마주보고 1인 시위 반면, 엄기웅(26·서울시 면목동)씨는 이명박을 탄핵하라는 1인시위를 벌였다. 엄씨는 “이명박은 BBK 문제 등으로 봤을 때 대통령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주의자다. 내 뜻을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굳이 여기서 1인 시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단체 집회에도 예비군복을 입고 참여한 시민들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배성관(62·성남시 수정동)씨에게 국방부에서 군복입고 집회 참여하지 말라는 권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촛불집회 예비군들은 민족 반역자이고 빨갱이다. 국군을 모독하는 행위다. 우리는 애국자이고 정통세력이기 때문에 군복 입어도 된다”고 말했다. /허재현·이정연 기자 catalunia@hani.co.kr ■ 촛불문화제 특별취재팀총괄 데스크 : 이기준 부국장, 함석진 기자현장 생중계 : 이규호 조소영 박수진 은지희 김도성 피디, 박종찬 기자취재 : 김영배 조혜정 김경락 박현정 김일주 허재현 이정연 기자사진 : 김정효 신소영 기자편집 : 김노경 박상철 장수경 기자 [한겨레 관련기사] ▶ [현장중계] 소통 막는 ‘명박산성’ 맞서 ‘시민산성’ 쌓다 ▶ ‘컨테이너 철벽’ 용접·윤활유…시민들 “완전히 귀막나” ▶ 한나라, 보수단체 ‘반촛불’ 집회에 당원 동원 ▶ 컨테이너 ‘명박산성’ 앞 시민들 ‘인증샷’ 찰칵 ▶ 알-자지라, ‘서울의 촛불’ 톱뉴스로 보도 ▶ 21년전 최루탄, 그리고 2008년 물대포
새벽 5시. 지루하게 이어지던 ‘스티로폼 계단 쌓기 논쟁’이 정리됐다.
고성이 오가는 논쟁 끝에 시민들은 경찰이 쌓아 놓은 컨테이너 방어벽 위에 올라가 ‘깃발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스티로폼 계단’의 높이를 더 높였다.
먼저 깃발을 들고 올라간 시민들은 주로 학생들이었다. 고려대, 중앙대, 용인대, 시립대 등 대학깃발을 앞세운 학생들은 스티로폼 계단을 밟고 컨테이너벽 위에 올라 깃발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시민들은 열광했다. 2시간 가까운 난상토론을 벌이며, 컨테이너벽 위에 올라서는 것을 반대했던 시민들도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십여명의 시민들이 뒤따라 깃발을 들고 컨테이너벽 위에 함께 올랐다.
5시 5분. 10m 길이의 대형 현수막이 컨테이너 위에 올랐다.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라고 쓰인 현수막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2만여 시민들은 박수치며 열광했다. 몇몇 시민은 기쁜 나머지 팔짝팔짝 뛰기도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단절해버렸던 2층짜리 방어벽 위에 올라 정부의 소통부재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자 시민들은 속이 후련한 듯 쳐다보았다. 애국가를 부르거나 ‘대한민국’ 박수 구호를 외쳐댔다.
이성희(31.부천시 중동)씨는 “소통을 거부한 정권에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했다”며 “우린 청와대에 가려는 게 아니다. 국민이 소통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한상길(30.서울시 한강로 1가)씨도 “중간에 시민들 의견이 분열됐을 땐 아쉬웠지만 평화적인 깃발 퍼포먼스로 마무리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정도는 경찰이 길 한가운데 답답한 컨테이너벽을 설치한 데 대해 최소한의 평화적 항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5시 10분. 깃발을 든 시민들이 컨테이너 벽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컨테이너벽 위 한가운데에는 시민들이 꽂아 놓은 태극기가 새벽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그 광경을 이순신 동상이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6시 현재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 권고 방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1만여 시민은 자리를 뜨지 않고 세종로 사거리를 지키고 있다.
아침 6시 20분. 경찰병력이 세종로 네거리에 투입됐다.
하지만 경찰은 ‘해산 권고 방송’ 만 하고 있을 뿐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진 않고 있다.
경찰은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고충을 생각해보라”고 방송을 하며, 세종로 네거리를 점거하고 있는 오천여명의 시민들에게 ‘해산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은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벽이 청와대와의 소통을 막고 있다. 컨테이너부터 철거하라”며 경찰을 비난했다.
시민과 경찰의 대치는 오전 8시 30분이 넘도록 계속 됐다.
하지만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시민은 크게 줄어 백여명 안팎이다.
한편, 오늘도 사복경찰들이 시위대 사이에 섞여 사진채증을 시도하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새벽 4시 반께 한 경찰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있다 사진을 찍으려다 발각됐다.
시민들은 항의했고 경찰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10일 진행된 ‘6.10 100만 촛불대행진’은 경찰과의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 됐다.
지금까지 개최된 촛불집회중 가장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주최 쪽은 “서울에서만 최대 70여만명, 전국적으로 100만여명 이상 모였다”고 밝혔다. 또 “20일까지 정부가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명령한다”며 “그 때까지 촛불집회를 계속 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시민들의 촛불은 계속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촛불문화제현장]홍세화와 함께하는 시민발언대
[현장 10신 : 11일 오전 3시] ‘시민 산성’ 더 높이 쌓을 것 두고 열띤 논쟁 벌여 새벽 3시. 현재 광화문 4거리 등지엔 시민 3만여명이 새벽 밤샘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곳곳에선 자유발언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이 쌓아 놓은 컨테이너 방어벽 앞에서 만 여명의 시민들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스티로폼 계단’을 컨테이너벽만큼 높이 쌓을 것인가‘이다.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이인옥(37.서울시 정동)씨는 “컨테이너벽만큼 높게 쌓아 청와대를 바라보며 얘기해야 한다. 좀 더 높이 쌓자”고 제안했다. 반면 현혜리(25.인천시 만수동)씨는 “컨테이너 위로 흥분한 사람들이 올라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평화시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새벽 4시를 넘겨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 때 시민들은 박수소리의 크기로 결정을 지으려했지만 지금까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주장을 펼치려 해 나머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인 이류(31)씨는 한시간 넘게 이어지는 첨예한 토론을 바라보며 “민주주의가 항상 정갈하게 정리되는 과정은 아니다. 다만 시민 간의 의견대립만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자 몇몇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길거리 쪽잠을 자는 모습도 눈에 띈다. 50여명의 시민들이 서소문로 방향의 도로에서 노란색 우비를 덮고 잠을 청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빌딩과 동아일보 사옥 사이엔 작은 자유발언무대가 설치돼 만여명의 시민들이 시민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아무개(수원시.18)양은 고3인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집회장소를 떠나지 않아 큰 박수를 받았다. 박양은 “아빠가 20년 전 이룬 민주화를 고3인 내가 지금 이어가고 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하겠다”고 연설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시청앞 광장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새벽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백여명의 시민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회 형식의 집회를 하고 있다. 새벽기도집회에 참석한 박아무개(50.서울시 도봉구)씨는 “나라가 걱정돼 밤새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들의 새벽기도집회를 ‘이명박 탄핵국민운동본부’ 회원 50여명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둘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현장 9신 : 11일 오전 1시30분]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광화문 일대는 촛불들의 ‘거대한 놀이터’ 자정을 넘긴 뒤 세종로 4거리 광화문 앞으로 다시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새벽 1시30분쯤부터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 수십개의 스티로폼으로 벽을 쌓으며 ‘시민산성’이란 이름을 붙였다. 인권단체 연석회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즉석 자유토론을 통해 결정된 스티로폼 쌓기는 또다른 평화시위 퍼포먼스로, 시민들은 “청와대가 컨테이너 ‘명박산성’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했지만, 우리는 스티로폼으로 청와대와 소통할 수 있는 평화무대를 만들었다”며 즐거워했다. 스티로폼 ‘시민산성’ 앞에서는 시민발언대도 마련돼, 릴레이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광화문 일대는 촛불들의 거대한 놀이터로 바뀌었다. 서대문, 안국동, 서대문 경찰청 쪽으로 거리시위를 벌였다가 광화문으로 속속 다시 모인 촛불 시위대는 자정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춤판과 풍물공연, 기타 연주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치는가 하면, 즉석 토론회를 열어 앞으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군데 군데 노조 깃발이 보이고, 학생들 무리도 눈에 띄었으며, 더러 따로 대열에서 빠져나와서 정리집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소문동에서 온 한 중년 남성은 휴대전화로 ‘백만촛불을 지키는 문화예술행동’이 동아일보사 앞에 설치한 촛불탑을 찍으며 “딸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이곳으로 온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며 “학생 때 유신반대 집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촛불탑 앞에 선 또다른 한 시민은 “야시장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되니깐 ‘이명박 문화제’도 생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연인과 함께 온 20대 남성 두명은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에 맞춰 팔굽혀펴기 시합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뒤늦게 놀이터에 합류한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근처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30대 초반 한 여성은 “야근을 하고 있는데 함성소리가 들려와 앉아있을 수 없었다. 마침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가 불러 이제 나왔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은 못하지만, 국민들이 세대를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보청기 하나 놔 드려야 겠어요” 곳곳에 낙서 퍼포먼스 종각 4거리에서는 풍물패 동아리들이 연합 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잔차’라는 이름으로 통한다는 한 동아리 회원은 “오늘 수도권 풍물패 동아리가 다 모였다”며 “우리가 가진 재주는 이것 뿐이다. 우리 목소리를 낼 게 이것 뿐이다. 시민들 흥을 돋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 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도 풍물패 공연이 벌어졌으며,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풍물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종로구청 입구를 비롯한 광화문 일대 도로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를 조롱하는 낙서 퍼포먼스가 펼쳐져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낙서 문구로는 ‘명박아, 인터넷 좀 해라’ ‘청와대에 보청기 하나 놔 드려야 겠어요’ 와 같이 빈정거리는 투가 많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낙서를 보며 “잘 그렸네”라며 낄낄거렸고, 더러는 사진을 찍었다. 촛불다방 5천명에 따끈한 차 대접…1만명분 순두부 노점상도 광화문 일대에는 무료 노점상들도 등장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허기를 달랬다.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는 봉고차에 ‘촛불다방’이라고 써 붙이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녹차, 커피,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촛불다방 주인인 이정우(29·서울 용두동)씨는 “지난 번 집회에 때 물대포를 맞았는데, 굉장히 추웠다.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나눠주면 좋겠구나 싶어서 5일 전부터 촛불다방을 차릴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준비한 차는 무려 5천잔 분량이라고 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는 순두부를 무료로 나눠주는 노점상을 차렸다. 1만명 분의 순두부를 준비하는 데 들어간 콩은 두가마니 반 정도 된다고 김상열 전노련 대외협력국장이 전했다. 김 국장은 “밤 12시 넘으면 배가 출출해진다. 시민들 허기 달래주려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노점상들은 밥벌이 하느라 촛불집회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계속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조혜정 김일주 노현웅 박현정 김경락 하어영 허재현 기자 [현장 8신 : 11일 오전 0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자정께 속속 광화문으로 집결…삼삼오오 모여 얘기나누고 즐겨 밤11시 55분. 경찰청으로 이동한 시민들이 광화문 4거리로 되돌아오는 등 시위대는 광화문으로 속속 재집결하고 있다. 12시가 되자 안국동에 차려진 중앙무대에서도 광화문으로 가자고 해서 사람들이 다시 광화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 12시 현재 경찰청 앞 도로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은 “(대학로)마로니에 공원에서 사전집회를 하고 왔다”고 했다. 박 교장은 “쇠고기는 모두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기필고 막아야 한다.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사물놀이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시민들 곳곳 삼삼오오 모여 얘기 나누고 사물놀이 즐겨 대학 동우회 회원들과 오랫만에 만나 시위에 같이 참여했다는 조용수(41)씨는 “7시 전후로 시위 현장에 나와 프레스센터 근방에 주로 있었다”며 “바뀐 세상을 알지 못하는 정부가 답답하다. 60년대 소프트웨어 가진 위정자들이, 21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역 주변에서 만난 주부 이연숙(33·경기 부천)씨는 8개월 짜리 아이를 데려 나왔다며, “심각한게 쇠고기다. 재협상 해야 한다. 돌고 있는 쇠고기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10여명의 무리는 교회 모임에서 나왔다고 했다. 모임 일원인 이사야(28·회사원)씨는 “교회는 힘없는 사람들 편을 들어줘야 하는데 원로 목사들이 힘있는 사람들 편들고, (보수 단체 집회에) 교인들을 데리고 나오는게 이해가 안된다”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집회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문 수송차량 3대 한때 시민들에 가로막혀 앞서 밤11시10분께 서대문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앙일보> 신문 수송차량 3대가 촛불집회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가로 막히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트럭과 신문 포장지 위에 ‘조중동 반대’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맨앞 차량 운전자가 바깥으로 나와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민들은 “<중앙일보> 폐간하라”, “중앙일보, 찌라시”라고 구호 외치며 20여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광화문 명박 산성 앞에는 대학 선후배 10여명이 모여 생일 파티를 하는 광경도 벌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30번째 생일을 맞는다는 유승균(29)씨는 “6월11일이 생일이라 케익을 준비해와 여기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다. 유씨는 “원래 30번째 생일파티는 우울하다고 하는데, 좀 있으면 수도세도 오를 것 같고, 병원도 마음 놓고 못갈 것 같고, 빅맥도 못먹게 될 것 같아 더 우울하다”며 “대통령보다는 정부에 불만이 있는데,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수십만의 시민들이 생일 축하 촛불을 들어준 것으로 생각해 기분이 조금 낫기는 하다”고 익살을 부렸다. 래퍼 김원종 미니공연…한 시민 한때 컨테이너 위 올라가 한국일보 앞에서 밤11시께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 ‘20대 후보’로 출마해 눈길을 끈 래퍼 김원종(27·예명 인세인 디지)씨가 미니 랩 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 -촛불 집회 때는 자주 나왔나.“공식적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전에는 그냥 자유발언만 했고,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비는 어떻게 했나.“무슨 준비가 필요한가. 시디(CD) 한 장이면 충분했다.” -그동안 꾸준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아는데.“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회 등에 나가 공연도 했다. 지난 선거 때 서울 강남 지역에서 출마해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 선거 때는 1782표를 얻었다. 나에게 표를 던져 준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어떤 발언에 가장 공감하나.“정권 퇴진까지는 아닌 것 같고. 서른 번 넘게 촛불 집회를 여는 데 우리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충격적이다.” -오늘 촛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행렬을 보고 너무 가슴이 뛰어서 내가 패닉.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에 있는 장벽을 보니까 이 대통령이 건설회사 사장으로 ‘심시티’(게임의 주인공이 돼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를 하더니 이제 리니지로 게임을 바꾼 듯하다. 컨테이너라는 아이템까지 거래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한다면. “우리보고 불법이라고 하는데, 컨테이너로 국민통행권을 막는 것이 더 큰 불법이다.” 김씨의 공연이 끝난 뒤 한 시민이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한 때 위급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내려와”를 외쳤고, 시민은 별 탈 없이 내려왔다. 자유발언에 참가한 조민지 학생은 “엄마에게 독서실 간다고 뻥치고 나왔다”며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대통령은 겁이 나서 저런 것 해놓은 것 아니겠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은 깊어가고 촛불은 그렇게 타고 있는 중이다. /조혜정 김일주 노현웅 박현정 김경락 하어영 허재현 기자 [현장 7신 : 10일 오후 11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컨테이너 장벽은 21세기판 베를린 장벽이다” 이날 시위대를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에 누리꾼들은 기발한 이름을 붙여줬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명박산성”으로 자리잡았으며, “레고” “광화문 부두”도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레고명박’ ‘용접명박’ ‘컨테명박’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조롱했다. 아이디 테미는 “명박산성을 국보 0호로 지정합니다. 국보1호 태워먹고, 급조한 명박 산성”이라고 비웃었다. 한 누리꾼은 “명박산성이란? 사적 제 666호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딱지를 붙였다. 현장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명박산성’에 “경-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축” 펼침막 붙여놓기도 했다. 민심을 가로막은 컨테이너 장벽을 두고는 조롱성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임원식(27·서울 명륜동)씨는 “이건 국민 기만이다. 어이가 없다. 이건 21세기판 베를린 장벽이다”고 했다. 이준엽(22·서울 신림동)씨는 컨테이너 박스를 쳐다보면서 “우리가 청와대 뛰어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에서 의사 표현을 한다는 건데, 시민들의 말을 아예 안듣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씨도 “냉전시대 베를린 장벽같다”고 했고, 시민들 대부분은 황당해서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위 대열 끊이지 않고 연결돼 청와대 포위하는 형국 밤10시10분. 안국동 방향으로 행진한 시민들은 옛 한국일보 사옥 앞에 쌓인 컨테이너에 태극기를 붙였다. 일부 시민들은 연합뉴스사, 종로구청, 광화문 쪽으로 다시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 대열은 끊이지 않고 연결돼 청와대를 일렬로 포위하는 형국이었다. 밤 10시50분. 서대문 쪽으로 향했던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 막혀 다시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광화문 쪽으로 향하지 않고, 독립문 쪽으로 밀고 올라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차로 중앙에 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나란히 줄지어 세워놓았다. 직장동료들과 촛불시위에 참여한 최규택(33)씨는 “촛불 하나 하나 마음이 국민의 마음이다. 이명박이 이런 민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촛불을 바닥에 줄지어 놓았다. 고동형(32)씨는 간헐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사람들이 여기 온 것은 쇠고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어설픈 일처리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씨는 “쇠고기 문제가 어떤식으로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시위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각 4거리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도 촛불로 중앙선을 만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시민은 이 장면을 보고 “청와대를 촛불로 덮고 싶었나 보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팀 카메라 들고 현장 누벼…예비군복 시위대도 대거 출동 이날 시위 현장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씨가 촬영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 5명과 함께 카메라 들고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왜 나왔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이 스펙타클을 사진으로 담아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 칸 영화제에 다녀온지 몇 주일 됐는데 오늘 처음 나왔다”고 말한 뒤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서대문쪽으로 이동하는 흰색 레간자는 차 모든 부위에 ‘이명박 아웃’ 등이 적힌 에이4용지로 도배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차주인 장진영(26)씨는 “여러 차례 시위에 왔으나 회사일로 일찍 돌아갔다. 그래서 미안함을 갖고 있었는데, 돌아가면서도 시위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이런 차량시위를 기획하게 됐다. 누군가 따라한다면 더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밤 10시 넘어 광화문에 남은 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즉석에서 시국 토론회를 벌였다. 여정훈(24), 김성진(17), 나진철(24) 정모세(35)씨는 청계천 주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0교시, 의보 민영화, 쇠고기 문제 등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비꼰 노래 제목은 “사람이 엉망이다”였다. 여정훈의 자작곡이라고 했다. 여씨는 “이 노래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그 덕분에 한 선교단체에서 알게된 김성진 군을 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고 했다. 여씨와 나진철씨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고, 정모세는 분당 두레교회 목사라고 밝혔다. 김성진군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목사의 아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명박이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하느님의 뜻이라며 크게 웃었다. 그밖에 마이클럽 회원을 비롯해 온라인 동호회 무리는 광화문 일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이명박 퇴진 등을 외쳤다. 시위대 대열이 너무 길어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국동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시위대 일부는 종각 4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 하는 바람에 종로5가까지 걸어가 시위 대열에서 이탈했다. 일부는 다시 광화문 쪽으로 돌아왔지만, 일부는 동대문 쪽으로 계속 행진했다. 군복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국방부의 권고에도 예비군복 차림의 시위대는 이날도 적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차정현씨는 “군인의 본분은 국가와 국민 지키는 것이고, 국가와 국민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이 곧 국가이며, 촛불시위 나온 국민을 (군인이)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모차 행렬도 어김없이 목격됐다. 인천에 사는 배정진(36)씨는 남편, 동생, 10살짜리 아이와 17개월짜리 애기랑 같이 시위에 참여했다. 배씨는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정권이 바뀌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10대들이 이명박은 앞으로 잠만자라고 외치던데 정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45)씨는 “수많은 시위대 덕택에 장사는 잘 되지만, 마음은 착찹하다. 나도 시민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모두 너무 힘들다. 서로 곪는다. 어서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화 길윤형 하어영 김경락 허재현 박현정 김일주 기자 [현장 6신 : 10일 오후 10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정운천 장관 행사장 밀려나…“광우병 보다 더 무서운 게 대통령” 촛불집회 시위대는 밤 9시 조금 넘어 서대문, 종로, 안국동 쪽 등으로 나뉘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안국동 쪽으로 시위대가 이동할 때는 주변 건물에서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전단지가 뿌려졌으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거리에서 나눠준 손 태극기를 흔들고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안국동 4거리에서 경복궁으로 가는 방향에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자, 시위대에선 “정말 더티하다”, “정말 막았네”라는 짜증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이명박 물러가라”, “이명박 아웃”이라고 적힌 전단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컨테이너 박스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건설사 출신이어서 그런가” 회사원 한인웅(29)씨는 컨테이너 앞에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건설사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집회 방법은 철저히 비폭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이것을 뚫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자체가 이명박에게 압박이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나왔다는 이호숙(39)씨는 “이 대통령의 수준이 너무 낮다. 뉴스에서 컨테이너 보도 나와서 정말 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엔 반일 휴가를 냈다. 작정을 하고 나왔다. 투쟁을 계속해야 하고, 선거를 통해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계속 나오는데, 대통령이 생각을 안 바꿔 걱정이다. 광우병 보다 더 무서운게 대통령인 것 같다.” 아프리카풍 음악 연주로 흥 돋워 시민들 몸 흔들흔들 밤 10시쯤 쯤 광화문에서 사직터널을 통해서 경복궁 쪽으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는 사직터널 입구에서 경찰 병력에 의해 가로 막혔다. 앞서 9시40분께 행진을 시작할 때는 아프리카 음악을 하는 이들이 아프리카풍 음악을 연주해 흥을 돋웠다. 연주하는 내내 시민들은 몸을 흔들고 환호를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공 아무개(16살)씨는 “폭력시위가 아니라 즐기고 평화로워서 좋다”며 “심각할 땐 심각하고 즐길 땐 즐겨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언성을 높이기 보다는 이렇게 축제같은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경적을 울려 호응한 홍한표(45)씨는 “차 막히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차가 밀린다는 게 시위대에 미안하다.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짓밟고 기만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시위 대열은 사직터널에서 서대문 사거리까지 길게 퍼져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차로 중앙에는 촛불이 줄지어 나란히 놓여 장관을 연출했다. /김경락 이정연 김일주 박현정 기자 [현장 5신 : 10일 오후 9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양희은은 ‘아침이슬’ 열창…깜짝 제안으로 청와대 홈피 한때 마비 오후 9시께 촛불항쟁의 주역인 ‘촛불소녀’와 1987년 항쟁 주역로 참여했던 한 선생님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로 집회를 마무리하고 40여만 명의 시위대는 9시11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끝으로 세 갈래로 나뉘어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세종로 동화면세점 근방에 차려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무대에는 8시 35분께 가수 양희은이 등장해 시위대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소개로 무대에 오른 양희은은 ‘아침이슬’을 열창했고, 시위대는 목이 터져라 따라 불러 행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날 시위에선 사회자의 깜짝 제안으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된 일도 있었다. 사회자는 8시30분께 인터넷으로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에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일제히 접속해 국민의 뜻을 보여주자고 제안했고, 1분 뒤 홈페이지가 실제 다운 됐다. 양희은에 이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나타나 시위 분위기를 돋워 열띤 호응을 얻었다. 시위대 대열에서는 “강기갑! 강기갑!”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다음은 강 의원의 발언 내용이다. 강기갑 의원 “고양이에게 차라리 생선가게를 주시오”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것,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1년전 국민 대항쟁을 우리가 재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우리 국민들 서민경제 살려달라고 뽑아줬는데, 소수 1% 재벌만을 위한 경재정책을 해왔습니다. 이게 말이됩니까?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고 해도, 사람보다 돈이 귀중하고 좋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에게 돈을 위해서 살라고 돈을 섬기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보따리에 싸서 (임기) 6개월짜리 부시대통령에게 조공으로 바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눈물이 흘리고 광장에 나서야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귀를 열지 모르겠습니다. 큰 함성으로 정신차리게 합시다. 쇠고기 협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서민들의 눈물의 골짜기로 몰아넣은 한미 FTA, 대운하, 공교육, 물, 의료, 환경, 운하, 모든 것을 돈 놀이로 갖다 버리려고 하는데, 우리 국민이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21년전 6·10 항쟁을 6.29로 기만했는데, 우리 위대한 국민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다시 자율규제니 이따위 소리로 국민들의 요구를 기만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분노를 자아내게 할 것이다. 정확하게 경고합니다. 고양이에게 차라리 생선가게를 주시오. 자율규제는 뭔가. 우리 국민들이 함께 끝까지 돈보다 사람이 앞선다는 것을 촛불 항쟁으로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비폭력 평화의 대 촛불로 국민이 주인이라는 확실하게 우리 실현시켜 나갑시다.” 분신 자살 이병렬씨 유족 눈물로 감사 인사 행사장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 반대해 분신 자살한 고 이병렬씨의 유족이 나와 자리를 숙연케 했다. 유족 대표는 “성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좋은 곳에 가셔서 부디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쳤다. 앞서 7시 50분께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안치환은 검은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와 ‘자유’라는 노래를 먼저 불렀고, 시민들은 촛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촛불의 빨간색이 점점 선명해졌다. 안치환은 “이명박은 컨테이너를 이순신 동상에 쌓아 두고 스스로 독안에 든 쥐가 되었다”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안씨는 이어 자작곡 ‘유언’을 불렀다.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 못받고 그냥 죽을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라는 가사를 직접 시민들에게 가르쳐 준 다음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광야에서’를 부를 때 집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안치환 ‘광야에서’로 절정…문소리도 무대 올라 “함께 응원” 8시 20분.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라 밝게 웃는 표정으로 연설했다. 문소리는 “영화인들도 이전부터 FTA 반대투쟁 해왔다. 이명박이 국민의사를 받아들일 때까지 함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립 국악고에 다닌다는 이연우씨는 “곧 기말고사인데 도저히 공부 할 수 없어 나왔다. 절망적이고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유모차 어머니들, 재외동포들, 청소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시민들 자발적으로 이렇게 참석하는 것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이명박은 BBK 사건 등 으로 봤을 때 사기꾼 같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촛불 시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촛불은 자기 속을 태워 남을 비춰준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모두 동참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집회 거의 해산하고 금란교회 등 신자들 기도회 시위대의 행진이 시작되기 직전인 9시5분께 경찰은 집회를 해산하라는 방송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강우철(33·서울 상도동)씨는 “지난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 촛불시위 나왔는데, 한 번 와보니 한번으로 끝낼 일이 아닌 듯 해서 또 나왔다.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더 시위를 함께 해야 할 듯 해서다. 쇠고기 재협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시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씨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서상빈(30)씨는 바리케이트로 쳐진 컨테이너 박스를 가리키며 “저걸로 막을 수 있을까 싶다. 여론을 막을 수 있을지 더 의문이다. 앞으로 쇠고기는 기폭제라고 생각하고 공기업이나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 나올 건데,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 단체 집회는 9시 현재 500명으로 줄었다. 경찰에 집회를 신고한 국민행동본부는 오후 7시께 자리를 떠났고, 금란교회등 대형 교회에서 온 인사들만 남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기도회장 뒷부분에서 촛불집회 참가자와 충돌하기도 했던 기도회 참가자들은 어느새 촛불시위대에 완전히 포위됐다. 촛불을 든 이들이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치자 무대에 선 목사는 “우리는 원래 흰색을 좋아하는 민족인데 어느샌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민족이 됐다”고 맞섰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성은 “미국 LA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 여러분이 미국을 싫어하면 유학간 애들이 어떻겠냐. 당신네 자식도 미국가서 공부할 수 있으니,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한 노인은 “쓰레기같은 x들 촛불집회 그만하라”고 외쳤다. 기도회가 마무리되자, 경찰은 촛불집회 쪽과의 충돌을 막고자 반대편인 을지로 쪽으로 해산할 것을 기도회 주최 쪽에 요청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 여성은 “주님을 믿고 숫자에 겁낼 필요 없다. 우리가 다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다.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허재현 김경락 이정연 김일주 조혜정 박현정 기자 [현장 4신 : 10일 오후 8시] 집회 시작 전 벌써 30만명 넘어주부 스님 수녀님 등 다양…“컨테이너가 소통이냐” 힐난 오후 8시 광화문 사거리. 집회 시작전부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무대가 차려진 동아일보사옥과 동화면세점 건물 사이에는 몰려든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서울시의회 건물 넘어 서소문 입구 앞까지 꽉 들어찰 정도였다. 몰려든 인파는 광화문, 청계천 일대를 가득 메워 8시 현재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도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으며, 교복을 차려입은 여고생,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여기에 대학생들 깃발이 많았고, 승복을 입은 승려,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도 참여하는 등 구성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화물연대 조합원 등 조직적으로 조끼를 입고 참여한 이들도 많았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노점상들이 대거 집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길거리 노점은 김밥아주머니 수준을 넘어 아예 포장마차형 노점상들이 대거 인도에 설치된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의 현수막 중에는 ‘No mad cow to korea!’가 등장했으며, 시위대의 손팻말에는 ‘6.10 오늘은 쥐잡는 날’, ‘2MB 냉큼 물러나시오!’ 등 구호가 눈에 띄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으며, 노래를 부를 때 시민들은 전원 빨간 손팻말을 흔들어 화답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가수 안치환씨가 등장해 ‘광야에서’ 등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배우 문소리, 박철민씨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변영주 영화감독도 자리를 같이 했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한밤 중에 부시에게 전화걸어 문제 해결 하다니, 둘이 사귀기라도 하나. 연애 적당히 하고 이젠 나라 걱정 좀 했으면…. 내각 총사퇴는 근본 해결 아니다. 쇠고기 협상 주책임자인 이명박이 매듭지어야하고 재협상 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성철(59·경기 의왕시 상동)씨는 “이순신 장군을 왜 컨테이너에 왜 가두어 뒀나”며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친 것을 비난했다. 황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소통을 단절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2층 짜리 벽이 생긴 듯하다. 발상이 정말 유치하다”고 말했다. 이다혜(18·이화여고 3)양은 “국민의 건강권이 우선이다. 재협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양은 “10일 이후에도 촛불 시위는 계속 돼야 한다. 평화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은 더 오래 간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경호(35·경기 성남이 오야동)씨도 “10일 이후에도 촛불 집회 계속 돼야한다”며 “재협상할 때까지 이명박의 태도 변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행사장 근방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모습도 띄었다. 정 장관은 동태를 살피러 온 듯 시위대 쪽으로 접근하다가 사람들에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으로 밀려났다. 정 장관의 모습을 알아본 시위대는 “왜 이제야 왔느냐. 뭐하려 왔느냐”고 힐난했고, 일부는 “매국노! 매국노!”를 연호하기도 했다. 정 장관 쪽으로는 물병 하나가 투척되기도 했으나 맞지는 않았다. 오후 7시 46분 시울 시청 앞 광장. 이날 오후 6시 연세대를 떠난 ‘이한열 열사 추모 기획단’은 오후 8시 조금 못미쳐 시청 앞 광장에 진입했다. 추모단이 가는 길마다 시민들은 환호로 답했다. 민가협 회원인 최봉규(78)씨는 “시위에 빠질 수 없었다. 이명박을 끌어내려야 한다. 자기가 잘 못한 것을 비서관이나 각료에게 덮어씌우고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순려(75) 할머니는“21년 전 이한열 노제때도 참여를 했고, 애들을 생각해서 어린애들을 볼모로 잡고 병든소를 먹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루도 안 빠지고 촛불시위 참여했다. 자식들이 쉬라고 말했지만, 열심히 나오고 있다. 이명박은 퇴진해야 한다. 사기 정치를 처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단이 중앙일보사 앞 고가다리를 지날 때는 “조중동은 폐간하라. 사무실 불꺼”라는 고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진명여고 이 아무개(17)양은 “작년부터 FTA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내일이 수행평가고 곧 모의고사이지만, 그래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양은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있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부 시민 컨테이너에 계단 설치하자 “비폭력” 제지 밤 8시40분께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차단벽 중앙 부분에 일부 시민들이 스티로폼을 이용해 계단을 놓기 시작했다. 금세 높이 2미터 정도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평화시위 비폭력’, ‘비폭력은 우리의 힘’ 등의 피켓을 들고 비폭력 시위를 요구하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나타나 계단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이에 동의해 계단을 철거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계단을 왜 철거하느냐”며 항의했다. ‘폭력은 모두를 병들게 해요’라는 피켓을 든 박태일(21·아고라 회원)씨는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평화롭게도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아고라에서도 말들이 많지만 평화시위를 하는 데 합의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허재현 김일주 이정연 기자 catalunia@hani.co.kr [현장 3신 : 10일 오후6시30분] 조갑제 “언론 자유 줘선 안돼” 목청추부길 ‘사탄’발언 빗대 ‘내가 사탄’ 손팻말 들고 ‘사탕’ 나눠줘 ‘고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기획단’은 오후 5시부터 고인의 영정을 들고 행진하는 국민장을 재현했다. 오후 5시에 임박하면서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1백여명에 이르렀다. 학생회관 앞 중앙도서관에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 걸개 그림’이 내걸렸다. 추모제는 ‘님을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김윤중 연세인 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배은심씨는 검은 수트 차림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대책위 뱃지를 달고 있었다. 배씨는 “87년 오늘 병원에 한열이가 누워있었다. 아무리 누가 뭐래도 그 때를 생각하면 하늘이 두쪽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협상을 잘 못해서 재협상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은 재협상을 해서 국민들의 성을 잠재워라. 그렇게 못하면 이명박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열이의 21년전 죽음이 헛되지 않은 거 같아 자부심이 있다. 이명박정권은 과거 독재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으로 국민들을 탄압하고 있느데,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제 기획단장을 맡은 주세연 상경대 학생회장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르 안 듣는 것은 20년전 이한열 열사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며 “어제 전주에서 쇠고기 협상에 반대해 분신한 이병렬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또 서울대 여대생을 짓밟은 경찰을 보고 민주화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느겼다”고 덧붙였다. 의과대 3학년 조수민(21)씨는 “그동안 시험기간이어서 잘 못 나갔는데 , 학교에서 추모제하고 마침 오늘이 100만 촛불집회라고 해서, 오늘이라도 한 자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삼신(68·경기 분당)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옆에 있었으면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있다. 87년 노제에도 참여했고 망월동까지 갔다. 당시 아들이 홍익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아들따라 나왔다. 오늘 저녁에 아들 손녀 며느리랑 시청에서 만날 거다”고 말했다. 6시반께 연세대를 떠나 광화문을 향한 추모기획단의 규모는 어느 덧 500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이화여대를 거치면서 추가로 100명이 늘었다. 영정을 앞세운 추모 기획단 행렬에는 백기완 소장, 배은심씨와 함께 아고라 회원들, 깃발을 든 의과대 학생회가 뒤따랐다. 추모기획단은 서강대, 이대여대, 경기대 학생들과 합류한 뒤 광화문으로 향했다. 5시40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5시40분씨께 자유발언 무대에 올라 “없는 광우병을 MBC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는 “MBC가 광우병에 걸린 듯하다. MBC 기자, PD 같은 악랄한 언론인은 처음 봤다. MBC는 선동기관이다. 언론의 자유를 줘선 안된다. 날을 잡아서 MBC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이 자리에는 두 종류 국민들이 있다”고 말한 뒤 시청 앞 광장 보수 단체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 대해선 “선동에 넘어가지 않은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촛불집회 참석자들)은 바보, 천치, 정신이상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우리가 뽑은, 민주적 방식에 의한 정부이니만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는 20대의 고 아무개씨가,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 발언을 빗댄 1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고씨는 ‘내가 바로 사탄의 무리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었다. 문화예술인 20여 단체 “국민에게 항복하라” 결의문 문화·예술인도 단체별로 대거 참여해 동화면세점 앞 무대 앞에 예술인 단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한국독립영화인협회, 한국작가협회, 영화인네트워크 등 20여 개 단체가 깃대 세우고 촛불문화제 동참했다. 꽃다지 민정연씨는 “이전부터 산별적으로 참여를 해왔지만 오늘은 변환점이니까 함께 모여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인들은 저녁 9시께 시민들과 함께 밧줄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또 장승을 메고 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삶을 시민들과 함께 표현할 예정이다. 그들은 이에 앞서 ‘문화예술 행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거리는 광장과 광장을 잇는 곳이며, 민심과 천심을 잇는 곳이고 국민과 정부를 잇는 곳이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전경들과 컨테이너 탓이 아니다. 더 높이 쌓인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다. 우리 문화 예술인들은 이 땅의 생명력과 정신을 일궈가는 사람들로서 이 반성없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촛불 속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촛불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항복하라. /김일주·허재현 기자 [현장 2신 : 10일 오후5시] 경찰 세종로 컨테이너로 완전봉쇄이병렬씨 빈소 헌화 발길…촛불-보수 단체 사이 경찰 저지선 오후 5시께, 경찰이 새벽부터 세종로에 컨테이너로 시위대 차단벽을 만들고 비워 두었던 왕복 4차선마저 완전히 차단하고 시위대의 접근에 본격 대비하고 있다. 컨테이너 앞에는 아고라 깃발을 든 1천여명이 모여 있다.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쳐진 세종로 인근에선 독일인 예술가 톰 부시만을 만날 수 있었다. 국제 예술단체 ‘PLATOON’의 회원이라고 밝힌 부시만은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2년전에 한국에 왔다”고 소개한 뒤 “컨테이너는 교역과 문화, 교류의 수단인데, 바리케이드로 쌓여있는 걸 보니 (내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부끄럽다” 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에선 민주노동당 주최로 ‘08 촛불대항쟁의 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길거리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이석행 민노당 비대위원, 임종석 전 국회의원 등 7명의 토론자가 참석했으며, 지나가던 시민들 100여명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토론회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50여명은 광우병의 위험성과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꼬집은 토론자들의 지적을 주의깊게 듣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촛불집회를 앞두고 세종로에서 만난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이날 아침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일괄 사퇴 소식에 “그런 임시 방편으로 잘못을 돌릴 수 없다고 본다”며 “재협상이 아니고선 되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내각 사퇴만 하면 뭐 하나. 원인을 없애야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운수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시위대가 조금씩 몰려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 2백여명은 동화면세점과 동아일보 사이에 무대 차량을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촛불집회에 대비했다. 서울시청 광장 덕수궁 대한문 쪽 잔디밭 근처에는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며 분신해 끝내 숨진 고 이병렬씨의 빈소가 설치됐다. 이씨의 영정 사진 앞에는 국화 수십송이가 놓여 있었다. 빈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이름으로 설치됐다. 5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가 집회를 열고 있는 시청 앞 광장. 5천여명 가량이 집회를 열어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은 대체로 격앙된 목소리였다. 집회장에 나온 이들은 손태극기 흔들며 종종 “옳소” 라고 외치며 호흥했다.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이 사회를 본 이날 집회에는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성욱(37)씨는 “광우병 집회를 하고 있는 대책회의는 주한미군 철수 등 체제를 위협하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며, 촛불집회는 자발적인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봉태호 국가쇄신국민연합 집행위원장은 “LA 갈비 먹은 사람 중에 지금까지 광우병 걸린 사람이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매체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봉태호 위원장은 “KBS, MBC 는 촛불집회 폭도들이 경찰 버스 부수는 것은 보도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최인식 총장은 “MBC,KBS 는 이명박과 전투라도 벌이는 듯 하다. 촛불 시위를 생중계 하고…”라고 말했다. 플라자호텔 쪽 시청광장 잔디밭에는 ‘아고라’ ‘안티 이명박’ 등의 깃발 아래 시민 50여명이 서서 보수단체 집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수단체 회원 일부는 이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이 아무개(62·서울시 돈암동)씨는 “쇠고기 문제를 앞세워 나라를 전복하려는 세력은 북으로 보내 굶게 해야 한다”라며 삿대질하고 몇 마디 고함을 더 지르자, 옆에 있던 이들이 말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아고라’ ‘안티이명박’ 회원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오후 5시 현재까지 시위대 사이의 별다른 충돌은 없는 상태이며, 경찰이 곳곳에 저지선을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뉴라이트연합, ‘내장’ 든 미국산 소시지 시식회 오후 4시께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소시지 시식회를 했다. 돼지고기, 소염통, 소심장 등이 들어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소시지라며 ‘내장은 버린다’는 국민행동 쪽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주에서 10년 살았다는 오용병(40)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아냐. 말도 못한다”며 “미국 소는 말짱하다. 200만 미국 동포와 10만 명 유학생이 먹는다”고 주장했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6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출연해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소가 맥도날드 등 햄버거로 사용되고 내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허재현·이정연 기자 [1신 : 10일 오후 3시] 출근길 대혼란 시민들 “무슨 근거로…기가 막힌다…” 촛불-보수단체 시청앞 1m 간격 집회 맞서 긴장 팽팽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린다. 이날 집회는 ‘6·10 항쟁’ 21돌 행사와 맞물려 40일을 이어온 ‘쇠고기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비해 새벽부터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도로에 컨테이너 박스 20여개를 동원해 2층으로 차단벽을 설치하고 양 방향 각각 2개 차선에 대해서만 차량 통행을 허용해 출근길 시민들은 대혼잡을 겪었다. 콘테이너 용접 뒤 시위대 못 오르게 기름칠까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 막은 컨테이너 박스들을 견고하게 잇는 용접 작업은 오후 2시20분께 마무리됐다. 용접 작업을 마친 경찰은 뒤이어 박스 외벽에 그리스(기름)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위대가 컨테이너 박스 위로 기어오르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로 보였지만, 경찰 쪽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세종로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며 한탄과 불평을 터뜨렸다.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은숙(37)씨는 “컨테이너에 땜질까지 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시위에 한번도 나와 본 적이 없지만, 대로를 이런 식으로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위가 진행되면, 길을 다 막을 거 같은 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 232개 중대 2만여 명 동원 채비 정창식(58)씨는 “나이가 들어서 시위에 적극 참여할 순 없고, 지켜보러 나왔는데 막상 이렇게까지 하니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히려 경찰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 아니냐.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막느냐. 기가 막히다”고 분노감을 표시했다. 3시 현재 경찰 병력과 차량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대비해 세종로 인근에는 232개 중대 2만명 안팎이 동원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한 현장에 나와 상황 보고를 받고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하게 시위를 막고, 견고하게 준비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뉴라이트 등 2천여 명 ‘반촛불’ 집회 3시 시청앞. 프레지던트 호텔 앞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의 집회 무대 설치돼 있고, 무대를 중심으로 약 2천여명이 하얀 의자에 앉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작은 손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현장에선 ‘아름다운 강산’ ‘독도는 우리땅’ 등의 노래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50대 이상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과 충돌에 대비해 경찰 수십명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쪽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경계를 강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대 현수막에는 ‘법 질서 수호. FTA 비준촉구 국민대회’라고 적혀있었다. 집회는 오후 3시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됐다. 사회자는 “김정일에 분노하는 촛불을 들자” 고 말했으며, 쇠고기 촛불집회를 반대하기 위한 목적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보수단체 집회 주최 쪽의 하나인 대령연합회 신영철 회장은 “법 질서 수호를 위해 오늘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촛불시위를 끄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시청 앞이냐는 질문에 “열흘 전에 집회 신고를 했다. 합법적으로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촛불집회 시민들과 충돌을 피하려 하겠지만 충돌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촛불집회의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맥아더 동상 철거 운동을 한 세력과, 평택 미군기지 철수 운동을 했던 이들 모두 여기(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도 참석하고 있는데, (시민들을) 선동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양쪽 시위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서 본부장은 “촛불집회 세력을 한줌에 날려버릴 수 있지만, 우리도 법질서를수호해야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인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던 시청 앞 과정에서 보수단체의 집회를 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국민행동본부는 항상 여기서 집회를 해왔다.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촛불단체 “비폭력” 구호…일부는 흥분해 몸싸움도 시청앞 광장엔 ‘이명박 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회원 외 시민 2백여명 정도가 이들 보수단체의 집회를 지켜봤다. 이들과 보수단체 집회 현장과는 1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들은 “국민 기만, 서민 말살 이명박을 탄핵하라” 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폭력 비폭력” 등을 외쳤다. 그럼에도 몇몇 시민들은 흥분한 듯 보수단체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조금씩 눈에 띄었다. 시청 앞에서는 이명박 지지자와 반대자가 서로 1m 간격을 사이에 두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채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전만일(41·인천시 부평동)씨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 쓰인 몸팻말을 몸에 매달고 서 있었다. “서민들 삶이 비참하다.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데. 경제를 살려야 한다. 촛불시위보다는 이젠 단결할 때”는 글귀도 덧붙어 있었다. “대통령 자격 없다“-“대통령님 힘내세요” 마주보고 1인 시위 반면, 엄기웅(26·서울시 면목동)씨는 이명박을 탄핵하라는 1인시위를 벌였다. 엄씨는 “이명박은 BBK 문제 등으로 봤을 때 대통령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주의자다. 내 뜻을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굳이 여기서 1인 시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단체 집회에도 예비군복을 입고 참여한 시민들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배성관(62·성남시 수정동)씨에게 국방부에서 군복입고 집회 참여하지 말라는 권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촛불집회 예비군들은 민족 반역자이고 빨갱이다. 국군을 모독하는 행위다. 우리는 애국자이고 정통세력이기 때문에 군복 입어도 된다”고 말했다. /허재현·이정연 기자 catalunia@hani.co.kr ■ 촛불문화제 특별취재팀총괄 데스크 : 이기준 부국장, 함석진 기자현장 생중계 : 이규호 조소영 박수진 은지희 김도성 피디, 박종찬 기자취재 : 김영배 조혜정 김경락 박현정 김일주 허재현 이정연 기자사진 : 김정효 신소영 기자편집 : 김노경 박상철 장수경 기자 [한겨레 관련기사] ▶ [현장중계] 소통 막는 ‘명박산성’ 맞서 ‘시민산성’ 쌓다 ▶ ‘컨테이너 철벽’ 용접·윤활유…시민들 “완전히 귀막나” ▶ 한나라, 보수단체 ‘반촛불’ 집회에 당원 동원 ▶ 컨테이너 ‘명박산성’ 앞 시민들 ‘인증샷’ 찰칵 ▶ 알-자지라, ‘서울의 촛불’ 톱뉴스로 보도 ▶ 21년전 최루탄, 그리고 2008년 물대포
[현장 10신 : 11일 오전 3시] ‘시민 산성’ 더 높이 쌓을 것 두고 열띤 논쟁 벌여
새벽 3시. 현재 광화문 4거리 등지엔 시민 3만여명이 새벽 밤샘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곳곳에선 자유발언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이 쌓아 놓은 컨테이너 방어벽 앞에서 만 여명의 시민들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스티로폼 계단’을 컨테이너벽만큼 높이 쌓을 것인가‘이다.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이인옥(37.서울시 정동)씨는 “컨테이너벽만큼 높게 쌓아 청와대를 바라보며 얘기해야 한다.
좀 더 높이 쌓자”고 제안했다. 반면 현혜리(25.인천시 만수동)씨는 “컨테이너 위로 흥분한 사람들이 올라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평화시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새벽 4시를 넘겨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 때 시민들은 박수소리의 크기로 결정을 지으려했지만 지금까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주장을 펼치려 해 나머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인 이류(31)씨는 한시간 넘게 이어지는 첨예한 토론을 바라보며 “민주주의가 항상 정갈하게 정리되는 과정은 아니다. 다만 시민 간의 의견대립만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자 몇몇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길거리 쪽잠을 자는 모습도 눈에 띈다.
50여명의 시민들이 서소문로 방향의 도로에서 노란색 우비를 덮고 잠을 청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빌딩과 동아일보 사옥 사이엔 작은 자유발언무대가 설치돼 만여명의 시민들이 시민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아무개(수원시.18)양은 고3인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집회장소를 떠나지 않아 큰 박수를 받았다. 박양은 “아빠가 20년 전 이룬 민주화를 고3인 내가 지금 이어가고 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하겠다”고 연설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시청앞 광장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새벽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백여명의 시민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회 형식의 집회를 하고 있다. 새벽기도집회에 참석한 박아무개(50.서울시 도봉구)씨는 “나라가 걱정돼 밤새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들의 새벽기도집회를 ‘이명박 탄핵국민운동본부’ 회원 50여명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둘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현장 9신 : 11일 오전 1시30분]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광화문 일대는 촛불들의 ‘거대한 놀이터’
자정을 넘긴 뒤 세종로 4거리 광화문 앞으로 다시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새벽 1시30분쯤부터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 수십개의 스티로폼으로 벽을 쌓으며 ‘시민산성’이란 이름을 붙였다.
인권단체 연석회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즉석 자유토론을 통해 결정된 스티로폼 쌓기는 또다른 평화시위 퍼포먼스로, 시민들은 “청와대가 컨테이너 ‘명박산성’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했지만, 우리는 스티로폼으로 청와대와 소통할 수 있는 평화무대를 만들었다”며 즐거워했다.
스티로폼 ‘시민산성’ 앞에서는 시민발언대도 마련돼, 릴레이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광화문 일대는 촛불들의 거대한 놀이터로 바뀌었다.
서대문, 안국동, 서대문 경찰청 쪽으로 거리시위를 벌였다가 광화문으로 속속 다시 모인 촛불 시위대는 자정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춤판과 풍물공연, 기타 연주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치는가 하면, 즉석 토론회를 열어 앞으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군데 군데 노조 깃발이 보이고, 학생들 무리도 눈에 띄었으며, 더러 따로 대열에서 빠져나와서 정리집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소문동에서 온 한 중년 남성은 휴대전화로 ‘백만촛불을 지키는 문화예술행동’이 동아일보사 앞에 설치한 촛불탑을 찍으며 “딸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이곳으로 온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며 “학생 때 유신반대 집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촛불탑 앞에 선 또다른 한 시민은 “야시장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되니깐 ‘이명박 문화제’도 생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연인과 함께 온 20대 남성 두명은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에 맞춰 팔굽혀펴기 시합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뒤늦게 놀이터에 합류한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근처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30대 초반 한 여성은 “야근을 하고 있는데 함성소리가 들려와 앉아있을 수 없었다. 마침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가 불러 이제 나왔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은 못하지만, 국민들이 세대를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보청기 하나 놔 드려야 겠어요” 곳곳에 낙서 퍼포먼스
종각 4거리에서는 풍물패 동아리들이 연합 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잔차’라는 이름으로 통한다는 한 동아리 회원은 “오늘 수도권 풍물패 동아리가 다 모였다”며 “우리가 가진 재주는 이것 뿐이다. 우리 목소리를 낼 게 이것 뿐이다. 시민들 흥을 돋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 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도 풍물패 공연이 벌어졌으며,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풍물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종로구청 입구를 비롯한 광화문 일대 도로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를 조롱하는 낙서 퍼포먼스가 펼쳐져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낙서 문구로는 ‘명박아, 인터넷 좀 해라’ ‘청와대에 보청기 하나 놔 드려야 겠어요’ 와 같이 빈정거리는 투가 많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낙서를 보며 “잘 그렸네”라며 낄낄거렸고, 더러는 사진을 찍었다.
촛불다방 5천명에 따끈한 차 대접…1만명분 순두부 노점상도
광화문 일대에는 무료 노점상들도 등장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허기를 달랬다.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는 봉고차에 ‘촛불다방’이라고 써 붙이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녹차, 커피,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촛불다방 주인인 이정우(29·서울 용두동)씨는 “지난 번 집회에 때 물대포를 맞았는데, 굉장히 추웠다.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나눠주면 좋겠구나 싶어서 5일 전부터 촛불다방을 차릴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준비한 차는 무려 5천잔 분량이라고 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는 순두부를 무료로 나눠주는 노점상을 차렸다.
1만명 분의 순두부를 준비하는 데 들어간 콩은 두가마니 반 정도 된다고 김상열 전노련 대외협력국장이 전했다. 김 국장은 “밤 12시 넘으면 배가 출출해진다. 시민들 허기 달래주려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노점상들은 밥벌이 하느라 촛불집회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계속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조혜정 김일주 노현웅 박현정 김경락 하어영 허재현 기자
[현장 8신 : 11일 오전 0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자정께 속속 광화문으로 집결…삼삼오오 모여 얘기나누고 즐겨
밤11시 55분. 경찰청으로 이동한 시민들이 광화문 4거리로 되돌아오는 등 시위대는 광화문으로 속속 재집결하고 있다. 12시가 되자 안국동에 차려진 중앙무대에서도 광화문으로 가자고 해서 사람들이 다시 광화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 12시 현재 경찰청 앞 도로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은 “(대학로)마로니에 공원에서 사전집회를 하고 왔다”고 했다.
박 교장은 “쇠고기는 모두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기필고 막아야 한다.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사물놀이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시민들 곳곳 삼삼오오 모여 얘기 나누고 사물놀이 즐겨
대학 동우회 회원들과 오랫만에 만나 시위에 같이 참여했다는 조용수(41)씨는 “7시 전후로 시위 현장에 나와 프레스센터 근방에 주로 있었다”며 “바뀐 세상을 알지 못하는 정부가 답답하다. 60년대 소프트웨어 가진 위정자들이, 21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역 주변에서 만난 주부 이연숙(33·경기 부천)씨는 8개월 짜리 아이를 데려 나왔다며, “심각한게 쇠고기다. 재협상 해야 한다. 돌고 있는 쇠고기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10여명의 무리는 교회 모임에서 나왔다고 했다. 모임 일원인 이사야(28·회사원)씨는 “교회는 힘없는 사람들 편을 들어줘야 하는데 원로 목사들이 힘있는 사람들 편들고, (보수 단체 집회에) 교인들을 데리고 나오는게 이해가 안된다”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집회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문 수송차량 3대 한때 시민들에 가로막혀
앞서 밤11시10분께 서대문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앙일보> 신문 수송차량 3대가 촛불집회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가로 막히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트럭과 신문 포장지 위에 ‘조중동 반대’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맨앞 차량 운전자가 바깥으로 나와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민들은 “<중앙일보> 폐간하라”, “중앙일보, 찌라시”라고 구호 외치며 20여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광화문 명박 산성 앞에는 대학 선후배 10여명이 모여 생일 파티를 하는 광경도 벌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30번째 생일을 맞는다는 유승균(29)씨는 “6월11일이 생일이라 케익을 준비해와 여기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다. 유씨는 “원래 30번째 생일파티는 우울하다고 하는데, 좀 있으면 수도세도 오를 것 같고, 병원도 마음 놓고 못갈 것 같고, 빅맥도 못먹게 될 것 같아 더 우울하다”며 “대통령보다는 정부에 불만이 있는데,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수십만의 시민들이 생일 축하 촛불을 들어준 것으로 생각해 기분이 조금 낫기는 하다”고 익살을 부렸다.
래퍼 김원종 미니공연…한 시민 한때 컨테이너 위 올라가
한국일보 앞에서 밤11시께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 ‘20대 후보’로 출마해 눈길을 끈 래퍼 김원종(27·예명 인세인 디지)씨가 미니 랩 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
-촛불 집회 때는 자주 나왔나.“공식적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전에는 그냥 자유발언만 했고,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비는 어떻게 했나.“무슨 준비가 필요한가. 시디(CD) 한 장이면 충분했다.”
-그동안 꾸준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아는데.“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회 등에 나가 공연도 했다. 지난 선거 때 서울 강남 지역에서 출마해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 선거 때는 1782표를 얻었다. 나에게 표를 던져 준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어떤 발언에 가장 공감하나.“정권 퇴진까지는 아닌 것 같고. 서른 번 넘게 촛불 집회를 여는 데 우리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충격적이다.”
-오늘 촛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행렬을 보고 너무 가슴이 뛰어서 내가 패닉.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에 있는 장벽을 보니까 이 대통령이 건설회사 사장으로 ‘심시티’(게임의 주인공이 돼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를 하더니 이제 리니지로 게임을 바꾼 듯하다. 컨테이너라는 아이템까지 거래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한다면. “우리보고 불법이라고 하는데, 컨테이너로 국민통행권을 막는 것이 더 큰 불법이다.”
김씨의 공연이 끝난 뒤 한 시민이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한 때 위급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내려와”를 외쳤고, 시민은 별 탈 없이 내려왔다. 자유발언에 참가한 조민지 학생은 “엄마에게 독서실 간다고 뻥치고 나왔다”며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대통령은 겁이 나서 저런 것 해놓은 것 아니겠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은 깊어가고 촛불은 그렇게 타고 있는 중이다.
[현장 7신 : 10일 오후 11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컨테이너 장벽은 21세기판 베를린 장벽이다”
이날 시위대를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에 누리꾼들은 기발한 이름을 붙여줬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명박산성”으로 자리잡았으며, “레고” “광화문 부두”도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레고명박’ ‘용접명박’ ‘컨테명박’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조롱했다.
아이디 테미는 “명박산성을 국보 0호로 지정합니다. 국보1호 태워먹고, 급조한 명박 산성”이라고 비웃었다. 한 누리꾼은 “명박산성이란? 사적 제 666호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딱지를 붙였다.
현장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명박산성’에 “경-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축” 펼침막 붙여놓기도 했다.
민심을 가로막은 컨테이너 장벽을 두고는 조롱성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임원식(27·서울 명륜동)씨는 “이건 국민 기만이다. 어이가 없다. 이건 21세기판 베를린 장벽이다”고 했다. 이준엽(22·서울 신림동)씨는 컨테이너 박스를 쳐다보면서 “우리가 청와대 뛰어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에서 의사 표현을 한다는 건데, 시민들의 말을 아예 안듣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씨도 “냉전시대 베를린 장벽같다”고 했고, 시민들 대부분은 황당해서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위 대열 끊이지 않고 연결돼 청와대 포위하는 형국
밤10시10분. 안국동 방향으로 행진한 시민들은 옛 한국일보 사옥 앞에 쌓인 컨테이너에 태극기를 붙였다. 일부 시민들은 연합뉴스사, 종로구청, 광화문 쪽으로 다시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 대열은 끊이지 않고 연결돼 청와대를 일렬로 포위하는 형국이었다.
밤 10시50분. 서대문 쪽으로 향했던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 막혀 다시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광화문 쪽으로 향하지 않고, 독립문 쪽으로 밀고 올라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차로 중앙에 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나란히 줄지어 세워놓았다.
직장동료들과 촛불시위에 참여한 최규택(33)씨는 “촛불 하나 하나 마음이 국민의 마음이다. 이명박이 이런 민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촛불을 바닥에 줄지어 놓았다. 고동형(32)씨는 간헐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사람들이 여기 온 것은 쇠고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어설픈 일처리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씨는 “쇠고기 문제가 어떤식으로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시위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각 4거리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도 촛불로 중앙선을 만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시민은 이 장면을 보고 “청와대를 촛불로 덮고 싶었나 보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팀 카메라 들고 현장 누벼…예비군복 시위대도 대거 출동
이날 시위 현장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씨가 촬영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 5명과 함께 카메라 들고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왜 나왔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이 스펙타클을 사진으로 담아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 칸 영화제에 다녀온지 몇 주일 됐는데 오늘 처음 나왔다”고 말한 뒤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서대문쪽으로 이동하는 흰색 레간자는 차 모든 부위에 ‘이명박 아웃’ 등이 적힌 에이4용지로 도배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차주인 장진영(26)씨는 “여러 차례 시위에 왔으나 회사일로 일찍 돌아갔다.
그래서 미안함을 갖고 있었는데, 돌아가면서도 시위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이런 차량시위를 기획하게 됐다. 누군가 따라한다면 더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밤 10시 넘어 광화문에 남은 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즉석에서 시국 토론회를 벌였다.
여정훈(24), 김성진(17), 나진철(24) 정모세(35)씨는 청계천 주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0교시, 의보 민영화, 쇠고기 문제 등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비꼰 노래 제목은 “사람이 엉망이다”였다.
여정훈의 자작곡이라고 했다. 여씨는 “이 노래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그 덕분에 한 선교단체에서 알게된 김성진 군을 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고 했다. 여씨와 나진철씨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고, 정모세는 분당 두레교회 목사라고 밝혔다. 김성진군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목사의 아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명박이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하느님의 뜻이라며 크게 웃었다. 그밖에 마이클럽 회원을 비롯해 온라인 동호회 무리는 광화문 일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이명박 퇴진 등을 외쳤다.
시위대 대열이 너무 길어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국동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시위대 일부는 종각 4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 하는 바람에 종로5가까지 걸어가 시위 대열에서 이탈했다.
일부는 다시 광화문 쪽으로 돌아왔지만, 일부는 동대문 쪽으로 계속 행진했다.
군복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국방부의 권고에도 예비군복 차림의 시위대는 이날도 적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차정현씨는 “군인의 본분은 국가와 국민 지키는 것이고, 국가와 국민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이 곧 국가이며, 촛불시위 나온 국민을 (군인이)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모차 행렬도 어김없이 목격됐다.
인천에 사는 배정진(36)씨는 남편, 동생, 10살짜리 아이와 17개월짜리 애기랑 같이 시위에 참여했다.
배씨는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정권이 바뀌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10대들이 이명박은 앞으로 잠만자라고 외치던데 정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45)씨는 “수많은 시위대 덕택에 장사는 잘 되지만, 마음은 착찹하다. 나도 시민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모두 너무 힘들다. 서로 곪는다. 어서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화 길윤형 하어영 김경락 허재현 박현정 김일주 기자
[현장 6신 : 10일 오후 10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정운천 장관 행사장 밀려나…“광우병 보다 더 무서운 게 대통령”
촛불집회 시위대는 밤 9시 조금 넘어 서대문, 종로, 안국동 쪽 등으로 나뉘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안국동 쪽으로 시위대가 이동할 때는 주변 건물에서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전단지가 뿌려졌으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거리에서 나눠준 손 태극기를 흔들고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안국동 4거리에서 경복궁으로 가는 방향에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자, 시위대에선 “정말 더티하다”, “정말 막았네”라는 짜증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이명박 물러가라”, “이명박 아웃”이라고 적힌 전단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컨테이너 박스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건설사 출신이어서 그런가”
회사원 한인웅(29)씨는 컨테이너 앞에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건설사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집회 방법은 철저히 비폭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이것을 뚫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 자체가 이명박에게 압박이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나왔다는 이호숙(39)씨는 “이 대통령의 수준이 너무 낮다. 뉴스에서 컨테이너 보도 나와서 정말 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엔 반일 휴가를 냈다. 작정을 하고 나왔다. 투쟁을 계속해야 하고, 선거를 통해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계속 나오는데, 대통령이 생각을 안 바꿔 걱정이다. 광우병 보다 더 무서운게 대통령인 것 같다.”
아프리카풍 음악 연주로 흥 돋워 시민들 몸 흔들흔들
밤 10시쯤 쯤 광화문에서 사직터널을 통해서 경복궁 쪽으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는 사직터널 입구에서 경찰 병력에 의해 가로 막혔다.
앞서 9시40분께 행진을 시작할 때는 아프리카 음악을 하는 이들이 아프리카풍 음악을 연주해 흥을 돋웠다. 연주하는 내내 시민들은 몸을 흔들고 환호를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공 아무개(16살)씨는 “폭력시위가 아니라 즐기고 평화로워서 좋다”며 “심각할 땐 심각하고 즐길 땐 즐겨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언성을 높이기 보다는 이렇게 축제같은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경적을 울려 호응한 홍한표(45)씨는 “차 막히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차가 밀린다는 게 시위대에 미안하다.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짓밟고 기만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시위 대열은 사직터널에서 서대문 사거리까지 길게 퍼져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차로 중앙에는 촛불이 줄지어 나란히 놓여 장관을 연출했다.
/김경락 이정연 김일주 박현정 기자
[현장 5신 : 10일 오후 9시] 김어준 거리행진 생중계 현장 진행양희은은 ‘아침이슬’ 열창…깜짝 제안으로 청와대 홈피 한때 마비
오후 9시께 촛불항쟁의 주역인 ‘촛불소녀’와 1987년 항쟁 주역로 참여했던 한 선생님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로 집회를 마무리하고 40여만 명의 시위대는 9시11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끝으로 세 갈래로 나뉘어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세종로 동화면세점 근방에 차려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무대에는 8시 35분께 가수 양희은이 등장해 시위대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소개로 무대에 오른 양희은은 ‘아침이슬’을 열창했고, 시위대는 목이 터져라 따라 불러 행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날 시위에선 사회자의 깜짝 제안으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된 일도 있었다.
사회자는 8시30분께 인터넷으로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에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일제히 접속해 국민의 뜻을 보여주자고 제안했고, 1분 뒤 홈페이지가 실제 다운 됐다.
양희은에 이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나타나 시위 분위기를 돋워 열띤 호응을 얻었다. 시위대 대열에서는 “강기갑! 강기갑!”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다음은 강 의원의 발언 내용이다.
강기갑 의원 “고양이에게 차라리 생선가게를 주시오”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것,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1년전 국민 대항쟁을 우리가 재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우리 국민들 서민경제 살려달라고 뽑아줬는데, 소수 1% 재벌만을 위한 경재정책을 해왔습니다. 이게 말이됩니까?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고 해도, 사람보다 돈이 귀중하고 좋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에게 돈을 위해서 살라고 돈을 섬기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보따리에 싸서 (임기) 6개월짜리 부시대통령에게 조공으로 바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눈물이 흘리고 광장에 나서야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귀를 열지 모르겠습니다. 큰 함성으로 정신차리게 합시다. 쇠고기 협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서민들의 눈물의 골짜기로 몰아넣은 한미 FTA, 대운하, 공교육, 물, 의료, 환경, 운하, 모든 것을 돈 놀이로 갖다 버리려고 하는데, 우리 국민이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21년전 6·10 항쟁을 6.29로 기만했는데, 우리 위대한 국민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다시 자율규제니 이따위 소리로 국민들의 요구를 기만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분노를 자아내게 할 것이다. 정확하게 경고합니다. 고양이에게 차라리 생선가게를 주시오. 자율규제는 뭔가. 우리 국민들이 함께 끝까지 돈보다 사람이 앞선다는 것을 촛불 항쟁으로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비폭력 평화의 대 촛불로 국민이 주인이라는 확실하게 우리 실현시켜 나갑시다.”
분신 자살 이병렬씨 유족 눈물로 감사 인사
행사장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 반대해 분신 자살한 고 이병렬씨의 유족이 나와 자리를 숙연케 했다.
유족 대표는 “성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좋은 곳에 가셔서 부디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쳤다.
앞서 7시 50분께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안치환은 검은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와 ‘자유’라는 노래를 먼저 불렀고, 시민들은 촛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촛불의 빨간색이 점점 선명해졌다. 안치환은 “이명박은 컨테이너를 이순신 동상에 쌓아 두고 스스로 독안에 든 쥐가 되었다”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안씨는 이어 자작곡 ‘유언’을 불렀다.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 못받고 그냥 죽을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라는 가사를 직접 시민들에게 가르쳐 준 다음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광야에서’를 부를 때 집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안치환 ‘광야에서’로 절정…문소리도 무대 올라 “함께 응원”
8시 20분.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라 밝게 웃는 표정으로 연설했다. 문소리는 “영화인들도 이전부터 FTA 반대투쟁 해왔다. 이명박이 국민의사를 받아들일 때까지 함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립 국악고에 다닌다는 이연우씨는 “곧 기말고사인데 도저히 공부 할 수 없어 나왔다. 절망적이고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유모차 어머니들, 재외동포들, 청소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시민들 자발적으로 이렇게 참석하는 것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이명박은 BBK 사건 등 으로 봤을 때 사기꾼 같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촛불 시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촛불은 자기 속을 태워 남을 비춰준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모두 동참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집회 거의 해산하고 금란교회 등 신자들 기도회
시위대의 행진이 시작되기 직전인 9시5분께 경찰은 집회를 해산하라는 방송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강우철(33·서울 상도동)씨는 “지난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 촛불시위 나왔는데, 한 번 와보니 한번으로 끝낼 일이 아닌 듯 해서 또 나왔다.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더 시위를 함께 해야 할 듯 해서다. 쇠고기 재협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시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씨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서상빈(30)씨는 바리케이트로 쳐진 컨테이너 박스를 가리키며 “저걸로 막을 수 있을까 싶다. 여론을 막을 수 있을지 더 의문이다. 앞으로 쇠고기는 기폭제라고 생각하고 공기업이나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 나올 건데,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 단체 집회는 9시 현재 500명으로 줄었다. 경찰에 집회를 신고한 국민행동본부는 오후 7시께 자리를 떠났고, 금란교회등 대형 교회에서 온 인사들만 남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기도회장 뒷부분에서 촛불집회 참가자와 충돌하기도 했던 기도회 참가자들은 어느새 촛불시위대에 완전히 포위됐다. 촛불을 든 이들이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치자 무대에 선 목사는 “우리는 원래 흰색을 좋아하는 민족인데 어느샌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민족이 됐다”고 맞섰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성은 “미국 LA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 여러분이 미국을 싫어하면 유학간 애들이 어떻겠냐. 당신네 자식도 미국가서 공부할 수 있으니,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한 노인은 “쓰레기같은 x들 촛불집회 그만하라”고 외쳤다.
기도회가 마무리되자, 경찰은 촛불집회 쪽과의 충돌을 막고자 반대편인 을지로 쪽으로 해산할 것을 기도회 주최 쪽에 요청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 여성은 “주님을 믿고 숫자에 겁낼 필요 없다. 우리가 다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다.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허재현 김경락 이정연 김일주 조혜정 박현정 기자
[현장 4신 : 10일 오후 8시] 집회 시작 전 벌써 30만명 넘어주부 스님 수녀님 등 다양…“컨테이너가 소통이냐” 힐난
오후 8시 광화문 사거리. 집회 시작전부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무대가 차려진 동아일보사옥과 동화면세점 건물 사이에는 몰려든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서울시의회 건물 넘어 서소문 입구 앞까지 꽉 들어찰 정도였다.
몰려든 인파는 광화문, 청계천 일대를 가득 메워 8시 현재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도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으며, 교복을 차려입은 여고생,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여기에 대학생들 깃발이 많았고, 승복을 입은 승려,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도 참여하는 등 구성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화물연대 조합원 등 조직적으로 조끼를 입고 참여한 이들도 많았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노점상들이 대거 집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길거리 노점은 김밥아주머니 수준을 넘어 아예 포장마차형 노점상들이 대거 인도에 설치된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의 현수막 중에는 ‘No mad cow to korea!’가 등장했으며, 시위대의 손팻말에는 ‘6.10 오늘은 쥐잡는 날’, ‘2MB 냉큼 물러나시오!’ 등 구호가 눈에 띄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으며, 노래를 부를 때 시민들은 전원 빨간 손팻말을 흔들어 화답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가수 안치환씨가 등장해 ‘광야에서’ 등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배우 문소리, 박철민씨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변영주 영화감독도 자리를 같이 했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한밤 중에 부시에게 전화걸어 문제 해결 하다니, 둘이 사귀기라도 하나. 연애 적당히 하고 이젠 나라 걱정 좀 했으면…. 내각 총사퇴는 근본 해결 아니다. 쇠고기 협상 주책임자인 이명박이 매듭지어야하고 재협상 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성철(59·경기 의왕시 상동)씨는 “이순신 장군을 왜 컨테이너에 왜 가두어 뒀나”며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친 것을 비난했다. 황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소통을 단절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2층 짜리 벽이 생긴 듯하다. 발상이 정말 유치하다”고 말했다. 이다혜(18·이화여고 3)양은 “국민의 건강권이 우선이다. 재협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양은 “10일 이후에도 촛불 시위는 계속 돼야 한다. 평화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은 더 오래 간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경호(35·경기 성남이 오야동)씨도 “10일 이후에도 촛불 집회 계속 돼야한다”며 “재협상할 때까지 이명박의 태도 변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행사장 근방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모습도 띄었다.
정 장관은 동태를 살피러 온 듯 시위대 쪽으로 접근하다가 사람들에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으로 밀려났다.
정 장관의 모습을 알아본 시위대는 “왜 이제야 왔느냐. 뭐하려 왔느냐”고 힐난했고, 일부는 “매국노! 매국노!”를 연호하기도 했다. 정 장관 쪽으로는 물병 하나가 투척되기도 했으나 맞지는 않았다.
오후 7시 46분 시울 시청 앞 광장. 이날 오후 6시 연세대를 떠난 ‘이한열 열사 추모 기획단’은 오후 8시 조금 못미쳐 시청 앞 광장에 진입했다. 추모단이 가는 길마다 시민들은 환호로 답했다. 민가협 회원인 최봉규(78)씨는 “시위에 빠질 수 없었다. 이명박을 끌어내려야 한다. 자기가 잘 못한 것을 비서관이나 각료에게 덮어씌우고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순려(75) 할머니는“21년 전 이한열 노제때도 참여를 했고, 애들을 생각해서 어린애들을 볼모로 잡고 병든소를 먹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루도 안 빠지고 촛불시위 참여했다. 자식들이 쉬라고 말했지만, 열심히 나오고 있다. 이명박은 퇴진해야 한다. 사기 정치를 처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단이 중앙일보사 앞 고가다리를 지날 때는 “조중동은 폐간하라. 사무실 불꺼”라는 고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진명여고 이 아무개(17)양은 “작년부터 FTA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내일이 수행평가고 곧 모의고사이지만, 그래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양은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있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부 시민 컨테이너에 계단 설치하자 “비폭력” 제지 밤 8시40분께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차단벽 중앙 부분에 일부 시민들이 스티로폼을 이용해 계단을 놓기 시작했다. 금세 높이 2미터 정도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평화시위 비폭력’, ‘비폭력은 우리의 힘’ 등의 피켓을 들고 비폭력 시위를 요구하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나타나 계단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이에 동의해 계단을 철거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계단을 왜 철거하느냐”며 항의했다. ‘폭력은 모두를 병들게 해요’라는 피켓을 든 박태일(21·아고라 회원)씨는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평화롭게도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아고라에서도 말들이 많지만 평화시위를 하는 데 합의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밤 8시40분께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차단벽 중앙 부분에 일부 시민들이 스티로폼을 이용해 계단을 놓기 시작했다. 금세 높이 2미터 정도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평화시위 비폭력’, ‘비폭력은 우리의 힘’ 등의 피켓을 들고 비폭력 시위를 요구하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나타나 계단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이에 동의해 계단을 철거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계단을 왜 철거하느냐”며 항의했다.
‘폭력은 모두를 병들게 해요’라는 피켓을 든 박태일(21·아고라 회원)씨는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평화롭게도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아고라에서도 말들이 많지만 평화시위를 하는 데 합의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허재현 김일주 이정연 기자 catalunia@hani.co.kr
[현장 3신 : 10일 오후6시30분] 조갑제 “언론 자유 줘선 안돼” 목청추부길 ‘사탄’발언 빗대 ‘내가 사탄’ 손팻말 들고 ‘사탕’ 나눠줘
‘고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기획단’은 오후 5시부터 고인의 영정을 들고 행진하는 국민장을 재현했다. 오후 5시에 임박하면서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1백여명에 이르렀다. 학생회관 앞 중앙도서관에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 걸개 그림’이 내걸렸다. 추모제는 ‘님을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김윤중 연세인 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배은심씨는 검은 수트 차림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대책위 뱃지를 달고 있었다.
배씨는 “87년 오늘 병원에 한열이가 누워있었다. 아무리 누가 뭐래도 그 때를 생각하면 하늘이 두쪽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협상을 잘 못해서 재협상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은 재협상을 해서 국민들의 성을 잠재워라. 그렇게 못하면 이명박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열이의 21년전 죽음이 헛되지 않은 거 같아 자부심이 있다. 이명박정권은 과거 독재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으로 국민들을 탄압하고 있느데,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제 기획단장을 맡은 주세연 상경대 학생회장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르 안 듣는 것은 20년전 이한열 열사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며 “어제 전주에서 쇠고기 협상에 반대해 분신한 이병렬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또 서울대 여대생을 짓밟은 경찰을 보고 민주화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느겼다”고 덧붙였다.
의과대 3학년 조수민(21)씨는 “그동안 시험기간이어서 잘 못 나갔는데 , 학교에서 추모제하고 마침 오늘이 100만 촛불집회라고 해서, 오늘이라도 한 자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삼신(68·경기 분당)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옆에 있었으면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있다. 87년 노제에도 참여했고 망월동까지 갔다. 당시 아들이 홍익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아들따라 나왔다. 오늘 저녁에 아들 손녀 며느리랑 시청에서 만날 거다”고 말했다.
6시반께 연세대를 떠나 광화문을 향한 추모기획단의 규모는 어느 덧 500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이화여대를 거치면서 추가로 100명이 늘었다. 영정을 앞세운 추모 기획단 행렬에는 백기완 소장, 배은심씨와 함께 아고라 회원들, 깃발을 든 의과대 학생회가 뒤따랐다. 추모기획단은 서강대, 이대여대, 경기대 학생들과 합류한 뒤 광화문으로 향했다.
5시40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5시40분씨께 자유발언 무대에 올라 “없는 광우병을 MBC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는 “MBC가 광우병에 걸린 듯하다. MBC 기자, PD 같은 악랄한 언론인은 처음 봤다. MBC는 선동기관이다. 언론의 자유를 줘선 안된다. 날을 잡아서 MBC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이 자리에는 두 종류 국민들이 있다”고 말한 뒤 시청 앞 광장 보수 단체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 대해선 “선동에 넘어가지 않은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촛불집회 참석자들)은 바보, 천치, 정신이상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우리가 뽑은, 민주적 방식에 의한 정부이니만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는 20대의 고 아무개씨가,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 발언을 빗댄 1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고씨는 ‘내가 바로 사탄의 무리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었다.
문화예술인 20여 단체 “국민에게 항복하라” 결의문 문화·예술인도 단체별로 대거 참여해 동화면세점 앞 무대 앞에 예술인 단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한국독립영화인협회, 한국작가협회, 영화인네트워크 등 20여 개 단체가 깃대 세우고 촛불문화제 동참했다. 꽃다지 민정연씨는 “이전부터 산별적으로 참여를 해왔지만 오늘은 변환점이니까 함께 모여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인들은 저녁 9시께 시민들과 함께 밧줄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또 장승을 메고 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삶을 시민들과 함께 표현할 예정이다. 그들은 이에 앞서 ‘문화예술 행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거리는 광장과 광장을 잇는 곳이며, 민심과 천심을 잇는 곳이고 국민과 정부를 잇는 곳이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전경들과 컨테이너 탓이 아니다. 더 높이 쌓인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다. 우리 문화 예술인들은 이 땅의 생명력과 정신을 일궈가는 사람들로서 이 반성없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촛불 속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촛불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항복하라.
문화·예술인도 단체별로 대거 참여해 동화면세점 앞 무대 앞에 예술인 단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한국독립영화인협회, 한국작가협회, 영화인네트워크 등 20여 개 단체가 깃대 세우고 촛불문화제 동참했다. 꽃다지 민정연씨는 “이전부터 산별적으로 참여를 해왔지만 오늘은 변환점이니까 함께 모여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인들은 저녁 9시께 시민들과 함께 밧줄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또 장승을 메고 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삶을 시민들과 함께 표현할 예정이다.
그들은 이에 앞서 ‘문화예술 행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거리는 광장과 광장을 잇는 곳이며, 민심과 천심을 잇는 곳이고 국민과 정부를 잇는 곳이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전경들과 컨테이너 탓이 아니다. 더 높이 쌓인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다. 우리 문화 예술인들은 이 땅의 생명력과 정신을 일궈가는 사람들로서 이 반성없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촛불 속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촛불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항복하라.
/김일주·허재현 기자
[현장 2신 : 10일 오후5시] 경찰 세종로 컨테이너로 완전봉쇄이병렬씨 빈소 헌화 발길…촛불-보수 단체 사이 경찰 저지선
오후 5시께, 경찰이 새벽부터 세종로에 컨테이너로 시위대 차단벽을 만들고 비워 두었던 왕복 4차선마저 완전히 차단하고 시위대의 접근에 본격 대비하고 있다. 컨테이너 앞에는 아고라 깃발을 든 1천여명이 모여 있다.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쳐진 세종로 인근에선 독일인 예술가 톰 부시만을 만날 수 있었다. 국제 예술단체 ‘PLATOON’의 회원이라고 밝힌 부시만은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2년전에 한국에 왔다”고 소개한 뒤 “컨테이너는 교역과 문화, 교류의 수단인데, 바리케이드로 쌓여있는 걸 보니 (내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부끄럽다” 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에선 민주노동당 주최로 ‘08 촛불대항쟁의 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길거리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이석행 민노당 비대위원, 임종석 전 국회의원 등 7명의 토론자가 참석했으며, 지나가던 시민들 100여명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토론회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50여명은 광우병의 위험성과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꼬집은 토론자들의 지적을 주의깊게 듣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촛불집회를 앞두고 세종로에서 만난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이날 아침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일괄 사퇴 소식에 “그런 임시 방편으로 잘못을 돌릴 수 없다고 본다”며 “재협상이 아니고선 되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내각 사퇴만 하면 뭐 하나. 원인을 없애야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운수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시위대가 조금씩 몰려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 2백여명은 동화면세점과 동아일보 사이에 무대 차량을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촛불집회에 대비했다.
서울시청 광장 덕수궁 대한문 쪽 잔디밭 근처에는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며 분신해 끝내 숨진 고 이병렬씨의 빈소가 설치됐다. 이씨의 영정 사진 앞에는 국화 수십송이가 놓여 있었다. 빈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이름으로 설치됐다.
5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가 집회를 열고 있는 시청 앞 광장. 5천여명 가량이 집회를 열어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은 대체로 격앙된 목소리였다. 집회장에 나온 이들은 손태극기 흔들며 종종 “옳소” 라고 외치며 호흥했다.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이 사회를 본 이날 집회에는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성욱(37)씨는 “광우병 집회를 하고 있는 대책회의는 주한미군 철수 등 체제를 위협하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며, 촛불집회는 자발적인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봉태호 국가쇄신국민연합 집행위원장은 “LA 갈비 먹은 사람 중에 지금까지 광우병 걸린 사람이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매체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봉태호 위원장은 “KBS, MBC 는 촛불집회 폭도들이 경찰 버스 부수는 것은 보도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최인식 총장은 “MBC,KBS 는 이명박과 전투라도 벌이는 듯 하다. 촛불 시위를 생중계 하고…”라고 말했다.
플라자호텔 쪽 시청광장 잔디밭에는 ‘아고라’ ‘안티 이명박’ 등의 깃발 아래 시민 50여명이 서서 보수단체 집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수단체 회원 일부는 이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이 아무개(62·서울시 돈암동)씨는 “쇠고기 문제를 앞세워 나라를 전복하려는 세력은 북으로 보내 굶게 해야 한다”라며 삿대질하고 몇 마디 고함을 더 지르자, 옆에 있던 이들이 말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아고라’ ‘안티이명박’ 회원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오후 5시 현재까지 시위대 사이의 별다른 충돌은 없는 상태이며, 경찰이 곳곳에 저지선을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뉴라이트연합, ‘내장’ 든 미국산 소시지 시식회 오후 4시께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소시지 시식회를 했다. 돼지고기, 소염통, 소심장 등이 들어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소시지라며 ‘내장은 버린다’는 국민행동 쪽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주에서 10년 살았다는 오용병(40)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아냐. 말도 못한다”며 “미국 소는 말짱하다. 200만 미국 동포와 10만 명 유학생이 먹는다”고 주장했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6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출연해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소가 맥도날드 등 햄버거로 사용되고 내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오후 4시께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소시지 시식회를 했다. 돼지고기, 소염통, 소심장 등이 들어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소시지라며 ‘내장은 버린다’는 국민행동 쪽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주에서 10년 살았다는 오용병(40)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아냐. 말도 못한다”며 “미국 소는 말짱하다. 200만 미국 동포와 10만 명 유학생이 먹는다”고 주장했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6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출연해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소가 맥도날드 등 햄버거로 사용되고 내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허재현·이정연 기자
[1신 : 10일 오후 3시] 출근길 대혼란 시민들 “무슨 근거로…기가 막힌다…” 촛불-보수단체 시청앞 1m 간격 집회 맞서 긴장 팽팽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린다. 이날 집회는 ‘6·10 항쟁’ 21돌 행사와 맞물려 40일을 이어온 ‘쇠고기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비해 새벽부터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도로에 컨테이너 박스 20여개를 동원해 2층으로 차단벽을 설치하고 양 방향 각각 2개 차선에 대해서만 차량 통행을 허용해 출근길 시민들은 대혼잡을 겪었다.
콘테이너 용접 뒤 시위대 못 오르게 기름칠까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 막은 컨테이너 박스들을 견고하게 잇는 용접 작업은 오후 2시20분께 마무리됐다. 용접 작업을 마친 경찰은 뒤이어 박스 외벽에 그리스(기름)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위대가 컨테이너 박스 위로 기어오르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로 보였지만, 경찰 쪽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세종로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며 한탄과 불평을 터뜨렸다.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은숙(37)씨는 “컨테이너에 땜질까지 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시위에 한번도 나와 본 적이 없지만, 대로를 이런 식으로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위가 진행되면, 길을 다 막을 거 같은 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 232개 중대 2만여 명 동원 채비
정창식(58)씨는 “나이가 들어서 시위에 적극 참여할 순 없고, 지켜보러 나왔는데 막상 이렇게까지 하니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히려 경찰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 아니냐.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막느냐. 기가 막히다”고 분노감을 표시했다.
3시 현재 경찰 병력과 차량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대비해 세종로 인근에는 232개 중대 2만명 안팎이 동원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한 현장에 나와 상황 보고를 받고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하게 시위를 막고, 견고하게 준비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뉴라이트 등 2천여 명 ‘반촛불’ 집회
3시 시청앞. 프레지던트 호텔 앞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의 집회 무대 설치돼 있고, 무대를 중심으로 약 2천여명이 하얀 의자에 앉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작은 손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현장에선 ‘아름다운 강산’ ‘독도는 우리땅’ 등의 노래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50대 이상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과 충돌에 대비해 경찰 수십명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쪽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경계를 강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대 현수막에는 ‘법 질서 수호. FTA 비준촉구 국민대회’라고 적혀있었다. 집회는 오후 3시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됐다. 사회자는 “김정일에 분노하는 촛불을 들자” 고 말했으며, 쇠고기 촛불집회를 반대하기 위한 목적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보수단체 집회 주최 쪽의 하나인 대령연합회 신영철 회장은 “법 질서 수호를 위해 오늘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촛불시위를 끄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시청 앞이냐는 질문에 “열흘 전에 집회 신고를 했다. 합법적으로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촛불집회 시민들과 충돌을 피하려 하겠지만 충돌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촛불집회의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맥아더 동상 철거 운동을 한 세력과, 평택 미군기지 철수 운동을 했던 이들 모두 여기(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도 참석하고 있는데, (시민들을) 선동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양쪽 시위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서 본부장은 “촛불집회 세력을 한줌에 날려버릴 수 있지만, 우리도 법질서를수호해야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인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던 시청 앞 과정에서 보수단체의 집회를 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국민행동본부는 항상 여기서 집회를 해왔다.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촛불단체 “비폭력” 구호…일부는 흥분해 몸싸움도
시청앞 광장엔 ‘이명박 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회원 외 시민 2백여명 정도가 이들 보수단체의 집회를 지켜봤다. 이들과 보수단체 집회 현장과는 1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들은 “국민 기만, 서민 말살 이명박을 탄핵하라” 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폭력 비폭력” 등을 외쳤다. 그럼에도 몇몇 시민들은 흥분한 듯 보수단체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조금씩 눈에 띄었다.
시청 앞에서는 이명박 지지자와 반대자가 서로 1m 간격을 사이에 두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채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전만일(41·인천시 부평동)씨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 쓰인 몸팻말을 몸에 매달고 서 있었다. “서민들 삶이 비참하다.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데. 경제를 살려야 한다. 촛불시위보다는 이젠 단결할 때”는 글귀도 덧붙어 있었다.
“대통령 자격 없다“-“대통령님 힘내세요” 마주보고 1인 시위
반면, 엄기웅(26·서울시 면목동)씨는 이명박을 탄핵하라는 1인시위를 벌였다. 엄씨는 “이명박은 BBK 문제 등으로 봤을 때 대통령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주의자다. 내 뜻을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굳이 여기서 1인 시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단체 집회에도 예비군복을 입고 참여한 시민들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배성관(62·성남시 수정동)씨에게 국방부에서 군복입고 집회 참여하지 말라는 권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촛불집회 예비군들은 민족 반역자이고 빨갱이다. 국군을 모독하는 행위다. 우리는 애국자이고 정통세력이기 때문에 군복 입어도 된다”고 말했다.
/허재현·이정연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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