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불황에 홀대론 확산 "매번 찍어줬더니… 확 바꿔야 않겠나">
- 동요하는 민심, 신공항·과학벨트 유치 물거품 "한나라 긴장해야 될 낍니더"
- "포항 출신 정부가 역차별" 불만, "그래도 기댈 곳은…" 현실론도
- "박근혜밖에 없다", "지역 발전 시킬 마지막 희망" 내년 대선에 기대감 높아
↑ 1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지나치는 가운데 상인들은 점포 앞까지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상인들은"하루 종일 손님 한 명 없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
한나라당의 절대 아성인 대구ㆍ경북(TK)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역경제 침체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을 계기로 TK 홀대론이 확산됨에 따라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과 무소속 후보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이 대패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9, 10일 기자가 찾은 TK 지역에서는 집권여당에 대해 섭섭함과 실망감을 표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경제 침체 책임 추궁, '물갈이론' 대두
TK지역 주민들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 전망에 대해 "(현역 의원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지역 경제가 엉망인데 정치권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슨 대책을 내놓았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대구의 택시기사인 박모(52)씨는 "96년 YS(김영삼)때 대구에서는 신한국당보다 자민련과 무소속이 더 많이 나오지 않았능교"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씨는 "무조건 찍어주니까 손도 안 대고 코를 풀려는 나쁜 버릇이 생겼습니더"라며 "다음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좀 긴장해야 될 낍니더"라고 말했다.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30대 직장인도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물갈이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 다닌다는 한 남성은 "그림자보다도 존재감이 없는 의원들을 그대로 공천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이 살아 남으려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도 초선과 중진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싸잡아 비판했다. 동산상가의 한 옷가게에 모여있던 50대 여성들은 지역 민심을 묻는 질문에 "내년에는 확 바꿔버려야 합니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동남권 신공항도 물 건너가고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대전에 뺏기지 않았습니꺼"라며 "의원들이 모두 한나라당인데도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최모(54)씨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다"면서 "지역경제만 발전시켜준다면 누가 와도 다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역 앞에 위치한 중앙시장 상인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매번 찍어주니까 일을 열심히 안 한다"면서 "바꾸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 절반쯤 된다"고 전했다.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경기가 안 좋아서 죽을 지경이다. 요즘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끄고 다닌다"고 말했다.
홀대론 속 대안 세력 기다리는 TK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은 TK지역 소외론으로 연결됐다. 김영삼 정부 당시 같은 영남권임에도 불구하고 부산ㆍ경남(PK) 지역에 밀려 소외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TK지역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예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서운함을 표출했다.
대구 중앙네거리에서 만난 유모(40)씨는 "대구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10년뿐 아니라 20년 동안 야당 하고 있다 아잉교"라고 주장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만난 60대 남성도 "40년간 운영했던 섬유공장을 폐업시키고 이제는 실을 꼬는 기계인 연사기 몇 대와 자동차 부품을 만들며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면서 "경북 포항 출신이 대통령이 돼서 엄청 기대했는데 대구에 도움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와 관련해 TK지역 주민들은 96년 자민련과 무소속 후보처럼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 출현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대구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주모(46)씨는 "이제 최소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그만둘 때가 됐다"면서 "유능한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하느냐가 총선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상 현실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는 소수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영남권을 대표하는 다른 정당의 출현과 무소속 후보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한 택시기사는 "지역 명망가 출신의 능력 있는 무소속 후보가 나오면 거기로 표가 몰릴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을 찍어도 어차피 한나라당으로 입당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에게는 본때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견도 적지 않아
하지만 TK지역이 기댈 곳은 여전히 한나라당 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적지 않았다.
대구의 강남지역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서 살고 있는 변호사 이모(46)씨는 "대통령과 한나라당 모두가 싫다는 양비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 믿을 곳은 뻔한지 않느냐"면서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면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동시 정하동 시민운동장에서 만난 김모(69)씨도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泳宕俑?적지 않지만 안동 인근 지역은 보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한나라당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포항의 경우는 다른 TK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 보였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죽도시장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이 대통령과 이 의원을 지칭하며 "정권 초기보다는 조금 낮아졌지만 대구 지역보다는 인기가 나쁘지 않다"면서 "이상득 의원도 국회의장은 한번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같은 시장의 다른 상인은 "이제 6선했으면 그만해도 된다"면서 "이 의원의 대안으로 새로운 인물을 빨리 키워서 포항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박근혜밖에 없다
지역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 보였다.
구미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잘못을 박 전 대표가 바로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내년 12월 대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의원들도 이 같은 기류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한 의원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상당하기 때문에 열심히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가 나서게 되는 대선 정국이 가까워지면 민심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50대 자영업자인 김모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지지를 많이 받고 있지만 실제로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지 않느냐"면서 "박 전 대표도 여당 중진의원으로서 지역경제 침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 2011.08.12 02:37 | 대구ㆍ포항ㆍ구미ㆍ안동 고성호기자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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