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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놓고 재벌 방패막이…한진 청문회 ‘보이콧’

테마파크 2011. 6. 29. 17:15

 

<한나라, 대놓고 재벌 방패막이…한진 청문회 ‘보이콧’>

 

“악랄 기업, 한심 정권…원희룡 등 7인 심판받을 것”

 

한진중공업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가 ‘파행’을 맞았다.

핵심증인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전원 불참했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가 이뤄졌으니 국회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나라당 측의 논리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태의 근본원인인 ‘정리해고’를 사측이 철회하지 않은데다가 노조 집행부의 ‘업무복귀’ 선언에 반발하며 농성중인 조합원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다수다. 85호 크레인에 올라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도 계속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의 지회이므로 사측과 합의한 노조집행부가 교섭권과 체결권이 없다는 점도 쟁점이다. 여기에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부터 낌새 이상하더니”…조남호-與 의원들은 어디에

전날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김성순 환노위원장은 이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사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에 청문회를 철회할 것인지, 핵심사항은 미흡하기 때문에 청문회를 강행할 것인지 여야 간사가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28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이 오늘 KBS 수신료 인상은 강행처리하려 하고 내일 예정된 한진중공업 청문회는 못하겠다고 버틴다고 한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도 비슷한 시각, 트위터에 “여당이 노사합의했으니 청문회 필요없다는군요. 그러나 정리해고 문제, 조남호 회장 불러서 따져야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범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진중공업 노사가 대타협을 이뤘으니 노사 자율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노사 양측 모두 국민앞에 떳떳이 출석하기 바란다. 자신들의 주장이 옳고 상대 주장이 부당하다면 모두 나와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면 된다”“공개든 비공개든 좋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풀어 나가자.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해소하거나 잘잘못을 가려 대가를 치르면 된다”고 청문회 개최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전 의장은 29일 한나라당 중진의원회의에서도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를 통해 한나라당이 자세를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점에서 오늘 청문회 반드시 열어야 한다”“조남호 회장 나올 때까지 국회에서는 계속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의 지역구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위치한 부산 영도구다.

하지만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전 의장과 생각이 달랐나보다. 29일 환노위 회의장은 ‘썰렁’했다. 야당 의원들과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최우영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조남호 회장의 자리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출석할 리 만무했다. 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정동영 “조남호 불출석은 반 의회주의적”

야당 의원들은 조 회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당 측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빠른 시일내 다시 청문회를 열수 있도록 해야 한다”“조 회장에 대한 고발조치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미경 의원도 “노사합의가 있었지만 1000여명이 넘는 용역이 회사 앞에 진을 쳤고 조합원들은 퇴거명령을 받았다. 노조가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조 회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반 의회주의이고 반 법치적”이라며 “민주공화국의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국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고 능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 의원은 “한진중공업 청문회는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반쪽짜리로 만들었다”“국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치 못한다”고 여당 측 의원들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재용 사장과 85호 크레인에 대한 전기공급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끝까지 전기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기공급 요청에 대해 “"전후사정을 고려해 생각해보겠다”는 미온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네티즌들 “재벌은 두렵고 노동자는 우습나?”

조남호 회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출석으로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민 위한다며 노동자는 국민 아니지, 부자만 국민이냐”, “악랄한 기업인과 한심한 정권”, “한심한 작태”, “국회무시는 국민무시. 조남호를 청문회에”, “재벌이 그렇게 두렵나요? 노동자가 그렇게 우습나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한진중공업 복귀합의서는 용역깡패 폭력, 공권력 투입, 구속협박 및 막대한 배상폭탄, 단전, 단수, 수면 및 식사 방해 등 고문과 다름없는 학대행위로서 받아낸 전향진술서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합의서를 핑계로 국회청문회 보이콧”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회 청문회에 나오지 않은 한진 조남호 회장을 국회법에 따라 고발조치하고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병행하여 실시해야 한다. 국회를 무시하면 국민도 무시한다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으며 “한진중공업은 청문회보다 세무조사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호주머니 두둑한 분들 국회가 졸로 보일 텐데”라고 꼬집은 네티즌도 있었다.

인터넷 상에는 이날 청문회에 불참한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단도 퍼지고 있다.

이범관, 강성천, 손범규, 원희룡, 이정선, 정진섭, 조해진 의원이 그들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현역 의원인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환노위 소속이지만 현재 장관직을 수행 중이다.

원희룡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원 의원에게 “조남호 회장 청문회를 무산시키고 지금 한나라당 대표선거에 몰두해 계십니까?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환노위는 지난 22일 회의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시켰으나 조 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했으며 이에 환노위는 29일 조 회장과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을 불러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뉴스페이스 | 2011.06.29 17:15 | 문용필 기자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