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철학.역사/노무현大統領

전경련 파문으로 노무현 ‘시장권력’ 연설 재주목

테마파크 2011. 8. 5. 17:10

 

<전경련 파문으로 노무현 ‘시장권력’ 연설 재주목>

 

“권력, 시장-언론에 분산…소비자주권만이 유일 대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6대 재벌 정치인 마크 문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과 언론으로 분산돼 민주주의 정통성에 위기가 왔다”소비자 주권, 시민의 단결된 행동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었던 과거 연설이 5일 화제가 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였던 2007년 6월 2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 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평가포럼 특별강연에서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란 주제로 한국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민주주의의 위기, 대북문제 등을 짚으며 장장 4시간에 걸쳐 연설을 했다.

시장권력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언급은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에 힘을 쏟던 임기 중반인 2005년에도 있었다. 그는 2005년 7월 5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시책 점검회의에서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해 진보진영으로부터 ‘삼성 등 재벌에 항복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대담집 <미래의 진보>에서 “노 대통령의 말은 좌절감의 산물이다”“다르게 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되지는 않고, 국민은 원망하고, 그럼 고용이라도 늘려야겠다, 그래서 재벌에 머리를 숙이고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그런데 도와주지는 않고.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장권력’에 대한 생각과 대안은 임기말인 2007년에 좀더 구체화되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참평포럼 연설에서 “민주주의 장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국민들은 점차 정치와 민주주의에 무관심해 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이른바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고 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파시즘도 한물가고, 공산주의도 한물가고, 냉전도 한물가고, 따라서 안보적 대결(냉전)도 한물가고 나니까 민주주의 적이 없고 국민정치에도 별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은 “그래서 사람들은 오로지 먹고 사는 경제문제에 매몰되고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소시민의 행복에 매몰돼 가고 있는 것”이라고 사회 흐름을 분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 태평성대가 이루어졌는가, 그렇지는 않다”“아직도 민주주의의 위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또다른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짚어나갔다.

“이익추구하는 시장이 정치 지배…민주주의 정통성 위기”

그는 “민주주의는 여론의 지배에, 실제로 여론의 지배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여론은 언론이 지배하고, 언론은 시장을 지배하는 세력이 지배하는 것이다”고 시스템을 설명해나갔다.

“지금 민주주의는 가치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지만 시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며 노 전 대통령은 “이 시장이 우리 정치를 지배하게 됐을 때 가치의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의 정통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언론의 정통성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그저 돈이 많은 것 외에는 다른 정통성이 없지 않느냐”며 자문자답 한뒤 “그래서 민주주의의 정통성의 위기가 발생하고, 권력이 시장과 언론에게 분산되고 그 권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 정통성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라고 새로운 위기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대안에 대해 “경제의 문제에 있어서 소비자주권의 이론이 나와 있다”“참, 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결코 포기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의 각성된 행동, 단결된 행동은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다”“시장에서 그와 같이 대처하듯이 정치의 영역에서는 역시 시민 민주주의, 시민 주권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 전 대통령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아무리 찾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결국 시민의 행동, 시민의 참여, 시민의 행동밖에 없다. 그래서 참여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에 의한 참여 민주주의가 답이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와 같은 운동, 시민 주권 운동이라는 것이 과연 될 수 있는 것인가, 굉장히 고심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제가 된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가겠다”고 당시 기대감을 보였었다.

해당 부분만 편집한 3분 29초짜리 연설 동영상은 전경련 ‘로비 문건’ 파문으로 트위터에 급확산되며 화두가 되고 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지 10년이 되가는군요”, “MB정부의 탄생 배경이 그 상징이지 않을까 합니다”, “[국가=자본] 이미 핵융합이 되었습니다. 갈수록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될 것”이라며 냉소적 의견도 있었지만 “‘삼성 불매하라’ 노무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길”, “시민의 행동과 참여를 강조하는 대통령”, “시대를 앞서간 정치인”,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주목 받는 분” 등 노 전 대통령의 통찰력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았다.

 

뉴스페이스 | 2011.08.05 17:10 | 민일성 기자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