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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무엇이 유권자를 투표기계로 전락시키는가

테마파크 2011. 6. 5. 23:43

 

<무엇이 유권자를 투표기계로 전락시키는가>

 

투표에 참여하면 자신의 애장품을 선물로 주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투표 독려 활동을 하면 선거법 위반일까.

언론에 보도된 후보자의 프로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건 어떨까.

마음에 드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를 찍자고 서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면?

이에 대한 대답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공직선거법) 위반' 또는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이다.

부정부패와 선거법 위반, 의정활동 불성실 등을 기준으로 부적격 후보를 선정하고 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낙천·낙선운동'2000년 16대 총선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전국 4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총선시민연대는 86명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고 이 중 68.6%에 해당하는 59명이 선거에서 떨어졌다.

이 운동의 위력은 상당했지만 정치권의 반발과 국민적 지지 사이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8월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은 합헌'이라고 판단, 위법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박원순 변호사 등 총선연대 중앙집행부 7명도 구(舊)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 등을 선고받았다.

다만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법에서 허용한 단체에 한해' 낙천·낙선 대상자 명단 발표가 가능하도록 법 일부가 개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배옥병 무상급식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후보자들에게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 및 대국민 지지서명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배 위원장은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외에 개인 차원에서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림·동영상 등을 인터넷상에 올려 처벌 받은 경우도 많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회사원 홍모씨가 한 언론 토론방에 특정 정당과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MB연대 회원 박모씨가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패러디 동영상을 게시했다가 벌금 50만원을 내야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패러디 작가 신모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을 비꼰 패러디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이모씨 등이 희망돼지 저금통을 배포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100만원 내외의 벌금을 냈다.

이들에게 적용된 법 조항을 보면 대체로 공직선거법 제93조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가 걸려있다.

이 외에 시설물 설치 금지(제90조), 각종 집회 등의 제한(제103조), 행렬 등의 금지(제105조), 서명·날인운동 금지(제107조) 등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이 많았다.

이 조항들은 후보자 관련 정보를 배포하거나 영화포스터 및 광고를 패러디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제작·게시한 행위, 선거 주요 정책이슈에 찬반입장을 표시한 행위, 뉴스기사를 비판한 댓글, 개인블로그나 정당·후보자 홈페이지에 비판글을 게시한 행위 등까지 발목을 잡은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행법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를 '투표하는 기계'로 전락시킨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유자넷)"현행 선거법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독려하고 선거가 축제의 장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제한하고 있다"며 "선거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독소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제58조)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제93조) 등은 법원의 판단조차 엇갈릴 정도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유자넷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유권자들은 잠재적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후보자와 정당을 지지하고 비판할 자유인 '지지 반대의 자유',

원하는 정책을 위해 모이고 서명하고 홍보하고 발언할 수 있는 '정책호소의 자유',

원하는 정책을 위해 투표를 권유할 자유인 '투표권유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 2011-06-05 06:00:00 | 신정원 기자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