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칼럼] 뭐 틀린말 한 것도 아니구먼!
유시민의 발언, 박근혜의 대응
이명박 씨의 신공항 백지화를 둘러싼 유시민 참여당 대표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응이 대조적이다.(이하 경칭혹은 직함 생략)
유시민은 이 발표를 놓고 "이명박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고 했고 박근혜는 "정부가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고 했다.
박근혜는 이명박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지만 뭐 안 봐도 비디오라고 박근혜가 말한 정부란 이명박을 뜻하는 게 분명하다.
이 대조적인 반응에 대한 평가를 결론부터 말한다면 유시민이 맞고 박근혜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밀양이 됐건 가덕도가 됐건 신공항 사업은 10조원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다.
이명박의 대선공약이긴 했지만 한겨레신문 3월31일자 사설에서도 지적됐듯이 "이번 결정(백지화 결정)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지만 옳은 방향"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진보언론에서는 그간 이명박의 신공항 추진이 막대한 국가재정 낭비이며, 추진하는 것보다는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해왔다. 국가재정에 대한 낭비로 따지자면 4대강 개발이 더하긴 하지만, 여기에 수요예측도 불분명한 신공항에까지 돈을 또 10조원이나 더 때려붓는다는 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간의 여러 발언에서도 그랬지만, 그것이 미칠 파장이나 정치적 득실 보다는 누가 뭐라고 하건 자신이 판단하는 합리적 평가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유시민의 비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장점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단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기도 하다.
유시민이 신공항 백지화 과정을 평가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문제여서 대통령과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렵다"고 한 것은 결국 유시민의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Why 유시민>이란 유시민 연구서를 집필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유시민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이래 나름대로 국가관을 확립해나가면서, 국내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국가경영의 책임성이란 어려운 문제에 대해 천착해 왔다.
과연 스스로가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아마도 이런 관점에서의 고민과 숙고가 "일방적으로 비난만은 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결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박근혜의 태도나 발언은 정말 문제투성이다. 그동안 박근혜는 이 문제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물론 대구와 경북에 조금은 유리할 듯 보이는 밀양 쪽에 약간의 무게를 둔듯한 애매한 발언은 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랬던 박근혜가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미래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뭐 별로 틀린 자세는 아니다.
야당이란 근본적으로 국정운영에 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고, 무작정 반대만 한다고 해서 그리 잘못된 태도도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이란 원래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것이 그 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누군가? 한나라당의 실세 중의 실세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파워까지 지닌 사람 아닌가.
이명박의 실패는 한나라당의 실패이고, 한나라당의 실패는 결국 자신이 한나라당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고스란이 져야만 할 짐이다.
이명박을 망가뜨려놓고 자신이 그 설겆이를 하겠다? 유시민이라면 괜찮은 스탠스이지만, 박근혜라면 돌맞을 스탠스다.
한나라당의 실세라면 이런 발표가 나기 전에 이명박의 바짓가랭이를 붙잡아서라도 백지화를 포기시키는 게 올바른 자세다.
자신이 무슨 야당투사인양 결정과정에서는 입도 벙긋 하지 않아놓고 백지화 발언이 나오자 그같이 반응하는 것은 무엇보다 옳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별 이익도 되지 않는 행보일 뿐이다.
국회의원 한석도 없는 정당의 대표는 국가운영의 책임성이란 어려운 문제를 고려하고 있고, 국회의원이 170석도 넘는 거대정당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하는 사람은 과정에 전혀 책임지지 않는 상태에서 결과만 놓고 야당스런 발언을 하는 이런 상황도 참 한국적이라고 느끼기는 한다.
유시민이 "일방적으로 비난만은 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신공항 공약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만큼 그것을 백지화하는 게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생략돼 있는 유시민의 생각은 한겨레신문 사설이 지적했던대로 "뒤늦게라도 그 결정을 잘했다고 칭찬하기에는 정부 대응이 문제투성이"라는 것 아닐까?
유시민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유시민의 이러한 스탠스는 그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중도 우파적 성향의 유권자에게는 호감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물론 야당내 유시민 안티 세력들은 "뭐 이명박에게 얻어 먹은 게 있느냐"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뉴스페이스 | 2011.03.31 16:03 | 서영석 칼럼니스트 | 기사보기
<유시민 ‘MB 신공항 백지화 두둔’ 발언 논란>
민주ㆍ민노 ‘MB 공약 파기’ 맹비난…네티즌은 찬반 팽팽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는 신공항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신공항 전면 백지화에 대해 영남 지역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민주당, 민주노동당도 잇단 공약 파기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30일 MBN ‘뉴스 M’에 출연해 “정부가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 나름대로 국책사업이니만큼 정밀하게 타당성을 조사해보려고 노력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다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으니까 그 결과를 우선 공개하고 이런 조사 결과 나온 상황에서 지금 당장 신공항 추진해야 할 것인지, 장기적인 과제로 넘길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 토론을 먼저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고 과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대표는 “미리 중간조사 결과를 보고 방침을 정해놓고 나가니까 유치해온 지자체도 납득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서 대통령과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동남권 신공항은 인천공항 위축, 주변 기반시설 부족의 한계, 유동적인 수요예측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고 진보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많이 다뤄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1990년대부터 거론됐으나 본격 추진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앞서 영남권 5개 광역시도인 경남ㆍ경북도와 부산ㆍ울산ㆍ대구 광역시는 2005년 10월 참여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말 이를 검토해 볼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3월~2009년 9월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타당성과 입지 조사를 진행했지만 영남권 지역들끼리의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정책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정부는 이미 평가위 발표 전 여러 자료를 분석해 신공항이 사실상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려놨지만 영남 민심 역풍 우려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31일 이명박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를 맹비난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집권 4년차를 맞아가면서 이렇게 집권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계속 갈등을 유발시키는 힘없는, 자신 없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태도에 대해서 한없는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신공항 등 세상에 정부의 그런 대형 공사를 한 차례 실사조사 하루 후에 부적격지로 발표하는 나라, 이것은 진짜 너무 심한 나라이다”고 질타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엄정한 타당성 조사를 통해 공항을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해 국민께 거짓말을 한 것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세종시, 과학비지니스벨트, 반값등록금 공약도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명박 정부가 처음 공약대로 한 것은 국민들이 반대한 4대강 사업, 즉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장 정부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영남지역 주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에 ‘책임정치’의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갈렸다.
트위터와 인터넷에는 “유시민을 신뢰하건 불신하건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최대한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유시민 의견이) 이게 맞는 말 아니냐고요. 만들어놓고 졸속이네 뭐내 때려잡지 말고 수익성 없어서 안한다면 비난 받을 이유가 없을 텐데..”, “공감!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겠지. 너무 과열경쟁 시킨 그 지역 국회의원들도 문제”,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서 권영길은 정권탓, 유시민은 정권판단 두둔. 현 정권에 대한 입장이라기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했다는 뜻. 이것이 유시민과 권영길의 수준차이” 등 문제가 많았던 신공항이 폐기됐다는 측면에서 유 대표의 견해를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반면 “국가지도자들의 책임있는 행동, 신뢰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공항을 짓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선거공약을 남발하고 그 사기로 인해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게 왜 문제가 아닌가? 왜 일방적으로 비난하면 안 되는가? 하물며 이런 일이 몇번인가? 정말 유시민이는 실망이다. 저 사람은 분열주의자, 기회주의자다”, “이래서 유시민의 국가철학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신공항 백지화의 경제적 가치를 떠나서 이명박이 거짓 공약으로 대국민을 기망하고, 종편으로 조중동을 요리한 것처럼 신공항으로 부산과 영남을 요리조리 가지고 놀다가 더 이상 연기할 수가 없으니 슬그머니 철회하는, 애국을 벗어난 정치꼼수를 질타하는 것인데 유시민은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을 못하는 것이다” 등 MB의 무책임 공약 파기 행보 측면에서 유 대표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편 김미현 동서리서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은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이 거셀 것 같다”며 “당장 여당 입장에서는 4.27 김해을 보궐선거가 걱정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해 “특히 같은 영남권이라도 대구 경북지역에서 반발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남 밀양에 유치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57.7% 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스페이스 | 2011.03.31 11:06 | 민일성 기자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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