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 50일①] 날개단 구제역, 땅속으로 사라진 200만 가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20일… 피해규모 ‘눈덩이’ 축산농가 ‘몸살’
지난해 11월28일 경북 안동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제역이 발생 50일을 맞았지만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구정 전에 방역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백신접종과 방역활동 외에는 기댈만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 경보단계를 최상위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범부처가 참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한지도 20일이 됐다. 당시 중앙본부장으로 임명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구제역이 축산 밀집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중앙과 지방이 범정부 대응체계를 중심으로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족 대명절인 구정을 코앞에 둔 지금으로서는 전라도와 경남 등 청정지역의 방어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 매몰되는 소·돼지 200만마리
중대본에 따르면 17일 오전 현재 매몰대상 가축수는 4148개 농장 198만9908마리로 이 가운데 170만1487마리가 땅에 묻혔다.
돼지는 전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990만6000여마리 가운데 18% 정도인 185만2688마리가 매몰됐으며 소는 337만여마리 가운데 4%에 해당되는 13만289마리가 살처분됐다.
확산세로 살펴보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 전국으로 퍼져갔다.
지난해 11월28일 방역당국은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에서 구제역을 최초로 확인한 후 해당농가와 반경 3㎞내의 가축 총 5500마리를 살처분했다. 하지만 구제역은 하루만에 인근 서후면으로 이동했으며 안동시를 전멸시킨 뒤 예천과 영주시로 확산됐다.
발생 보름여만인 12월14일에는 국내 최대의 양돈 밀집 지역인 경기도로 넘어왔다.
양주시와 연천군을 찍고 15㎞ 넘어에 있는 파주시를 시작으로 남양주시, 고양시, 가평군, 연천군, 포천시 등을 차례로 집어삼켰다.
이에 정부는 경기지역에 대한 백신접종을 확대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지금까지 1300여개 농장에서 소와 돼지 100만여마리가 매몰처리됐다.
구제역과 거리가 멀어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강원도 역시 피해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달 21일 강원 평창군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판정났다. 특히 강원도에 발생한 구제역은 한파를 등에 업고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평창군의 구제역은 반나절만에 화천군으로 이동했으며 춘천시와 원주시 그리고 횡성군, 철원군, 홍천군 등을 닷새만에 오염시켰다.
◇ 사상최대 피해액 ‘2조원’ 코앞
문제는 이같은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위기대응 경보를 심각으로 끌어올리고 중앙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한지 20여일을 넘겼지만 매몰대상 가축수는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백신접종 지역을 확대하고 종돈과 모돈까지 백신을 투여했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백신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2주가 소요된다는 점, 현재의 방역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남과 전남·북의 방어선을 지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전북의 경우 선제적 예방차원에서 2개 농장 총 1만2154마리가 매몰처리돼 피해는 이미 발생한 상태다.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매몰가축에 대한 보상비를 비롯해 매몰지역의 상수도 설치와 방역비, 특별교부세, 축산농가 생계안정비 등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66년만에 구제역이 발생했던 2000년 이후 총 4번의 구제역을 치르면서 발생한 총 피해액 6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더욱이 당장 필요한 백신을 수입하는데만 1500억원이 소요되고 구제역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축산농가에 대한 각종 지원성 자금이 추가 투입되는 점을 감안할때 총 피해규모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 축산업 뿌리 ‘흔들’
50일만에 전국을 초토화시킨 구제역은 축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지역경제를 마비시켰다.
최초 발생지인 경북의 한우산업과 최대 양돈시장인 경기지역은 이미 ‘괴멸’상태다. 특히 한우는 송아지를 새로 들여오더라도 2~3년은 키워야하고 번식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암소 역시 4~5년이 소요돼 평년의 출하량을 회복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은 필요하다.
2000년과 2002년 발생한 구제역 파동때도 대한민국 ‘한우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던 강원도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횡성 한우와 대관령 한우 등 한우 브랜드의 명성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 결과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입량은 빠르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12월 한달동안 돼지고기의 수입은 전월대비 15% 늘었으며 쇠고기 역시 10% 가까이 치솟아 수입단가마저 전년대비 50% 끌어올렸다.
지자체도 행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해마다 열리던 겨울 지역축제는 이미 90% 이상이 취소된 상태며 관광객 역시 크게 줄어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경제 | 2011.01.17 08:30 | 배경환 기자 | 기사보기
[구제역 발생 50일②] ‘인재’가 부른 재앙… 아직도 ‘뒷수습’만
확산세 못잡는 방역대책, 국내 축산업 ‘위기일발’
전국 가축 200만마리를 집어삼킨 구제역이 50일을 넘도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는 가축전염병이 아닌 국가적 ‘재앙’사태로 축산농가는 물론 온 국민이 불안에 빠진 모습이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진 것은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 탓이다.
경북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신고된 것은 지난해 11월23일이지만 방역당국이 확인한 시기는 29일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을 무려 엿새간 방치했다는 이야기다.
이렇다보니 백신을 비롯한 차단방역 마저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 지역의 한우와 차량을 초기에 통제하지 못해 백신접종은 물론 살처분 속도가 구제역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아쉬운 초기대응 ‘살처분’에만 집중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 사태를 ‘인재’로 판단하고 있다. 육지의 경우 바람을 타면 최대 50km까지 전파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성상 초기에 신속하고 강력한 차단 방역 시스템을 운영했다면 진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주 열린 ‘구제역 및 AI 현황과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채찬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최초 의심가검물이 의뢰됐을 때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정밀 진단을 했다면 초동방역을 효과적으로 진행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했음에도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 등 올바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초반부터 구멍을 보인 방역시스템으로는 구제역이 발생한지 보름이 넘도록 살처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같은 ‘예방적 살처분’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반경 500m~3㎞ 이내의 우제류 등을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모조리 살처분하고 있음에도 지금의 확산세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안일한 방역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 보령 지역의 한 수의사가 구제역 첫 발생지인 경북 안동을 방문한 뒤 신발을 갈아 신지 않고 돌아와 결국 예방차원에서 돼지농가 2곳의 2만5000마리가 살처분됐다.
◇ 계속되는 뒷북 대응, 농가불안 가중
백신 접종시기를 잘못 판단한 것도 구제역 확산에 한몫했다.
실제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한달뒤인 12월25일에야 백신카드를 내놓았다.
정부가 백신 도입을 장고한 이유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유지 때문이다.
접종이 시작되면 최소 6개월 동안은 청정국 지위를 잃게돼 수출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서게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정부는 초기 접종대상을 소에 한정했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의 3000배에 달하는 돼지는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열흘이나 뒤늦게 접종을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이같은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구제역 확산세를 조금도 꺾지 못했다.
여기에 1차 예방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될 확률은 85%로 그나마 2주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축산농가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백신을 접종한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도 정부 대응책의 불신을 키웠다. 경기도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기간동안 매몰대상 가축수는 더욱 늘었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백신을 투여한 소 수십여마리가 폐사하거나 유산하는 사례가 일어났다.
일부 농가에서는 백신접종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농장주들이 백신을 맞은 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백신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백신접종이 필요하지만 최근 농가의 반발에다 강추위까지 겹쳐 일부 지역의 접종 진척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시아경제 | 2011.01.17 08:30 | 배경환 기자 | 기사보기
[구제역 발생 50일③] “생매장하는 기분, 혹시 아시나요?”
"1000마리가 넘는 돼지의 숨을 일일이 끊어 매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돼지를)구덩이에 몰아넣고 흙과 생석회를 뿌리기 시작한 뒤 들리는 돼지 울음소리는… "
"살처분을 끝낸 뒤 온몸을 깨끗이 씻어도 돼지냄새가 사라지질 않네요. 돼지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환청에 식욕부진, 수면장애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공통된 증세입니다."
경기도 여주군 일대의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 파견된 한 공무원은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말했다.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활동이지만 소리 지르며 구덩이로 떨어지는 돼지를 볼 때마다 신속한 대응이 아쉬웠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정부의 초기진압 실패로 피해를 입은 것은 축산농가만이 아니다.
현재 방역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6000여명의 공무원들도 과로와 부상 심지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앓고 있다.
중대본은 매몰처리후 이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기란 쉽지 않다. 매몰이 100% 완료된 지역에 대해 주어지는 5일 내외의 공가도 미실시된 지역이 대부분이다. 살처분 대상이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추가 인력이 없는 탓이다.
경기도 일대 살처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만삭이 된 임신한 돼지, 태어난지 1주일도 안된 어린 돼지들을 포클레인으로 밀어넣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생지옥이 따로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구제역이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가축에 대해 '생매장 살처분'을 선택한 정부의 방역대책도 비난받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에서 '동물을 생매장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행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그리고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소와 돼지의 경우 약물, 가스 등을 이용해 안락사 후 매몰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장비시설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가축에 대한 생매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매장 처분으로 인해 농가 주인들은 물론 현장 공무원들도 정신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처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0년 경기 포천, 충남 홍성, 충북 충주 등 6개 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수는 총 2216마리에 불과했다.
당시 정부는 발생농가 주변만 살처분하고 발생 3일부터 10km이내 지역에서 우제류 동물들에게 예방 백신접종을 실시했다.
아시아경제 | 배경환 | 2011.01.17 08:31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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