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전과14범)사기정권/4대강삽질기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팔당 농민들.

테마파크 2010. 4. 17. 02:03

 


◆ "유기농 살린다던 약속, 대통령은 벌써 잊었나"


 

"국토관리청의 4대강 사업 토지 강제 측량은 '위법'"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곳곳에서 정부와 현지 주민 간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6일과 28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경기도 팔당호 주변 토지에 대한 측량 작업을 강행하면서 경찰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일부 농민이 연행됐다.

이에 팔당 지역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오전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팔당 지역 농민들로 구성된 '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중구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팔당 지역 농민들과 환경단체가 30일 오전 국토관리청의 팔당 지역 강제 토지 측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레시안

 

28일 팔당 지역에서는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위한 국토해양부의 토지 측량이 실시됐다. 농민들이 토지 측량을 막으려 하자, 사업 시행자인 국토관리청 관계자들은 경찰 7개 중대를 불러 농민들을 에워싼 채 측량을 강행했다. 앞서 26일에도 이곳 농민 100여 명은 토지 측량을 하러 온 이들을 가로막았으나, 이날도 경찰 5개 중대가 투입, 결국 21명의 농민들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팔당 농민들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은 위법"

팔당 농민들이 무엇보다 분노하는 이유는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이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토법)'과 '하천법'에 명시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토법 제10조1항, 2항에 의하면 '사업 시행자는 조사 5일 전까지 자치단체장에게 통지'를 해야 하지만, 국토관리청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또 하천법 제75조2항은 '타인의 토지에 출입하려는 자는 출입할 날의 3일 전까지 그 토지 소유자 또는 점유자나 관리인에게 그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팔당상수원 공대위 방춘배 국장은 "국토관리청은 하천 부지 점용 허가를 얻은 팔당 농민들에게 사전 통지도 하지 않고 들이닥친 것도 모자라, 이를 저지하려는 농민들을 연행했다""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행정 기관이 불법적인 주거 침입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변호사는 "(국토관리청의 측량 조사는) 마치 집 주인이 세를 줘놓고 '내 집이니까 괜찮다'며 문을 박차고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행정 기관이 사업 집행에 있어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법치주의의 파괴"이라고 비판했다.

"유기농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벌써 잊었나?"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당장 터전을 잃게 된 농민들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서규석 씨는 "착공도 아닌 측량을 위해 경찰 병력 900여 명이 100여 명의 농민들을 짓밟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측량이 끝나고 훼손된 논과 밭을 정리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은 어리석은 군주의 확고함'이라는 한 농민의 넋두리가 가슴에 사무쳤다"고 하소연했다.

 

 
▲ 28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에서 경찰의 보호 속에 4대강 사업을 위한 토지 측량이 강행되자, 이 곳 하천부지에서 유기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

 

팔당상수원 공대위 유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3년 전 직접 팔당 지역을 방문해 유기농을 장려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그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팔당 지역은 시작일 뿐,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농민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이어 "팔당 지역은 한국 유기 농업의 발상지이고 수도권 최대 친환경 유기 농산물 공급지"라며 "수십 년간 친환경 농업을 통해 상수원을 보호하고 있는데 환경을 위한 정비는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 28일 국토관리청의 토지 측량에 항의하는 농민들. ⓒ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

 

측량을 강행한 국토관리청은 다음달 16일 팔당호 주변에 자전거 도로와 체육 공원 등을 조성하는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 일대 유기농가 100여 가구는 올해 안에 농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은 1975년 팔당호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팔당댐 완공으로 겨우 수몰을 면한 농민들이 상수원 수질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해 20여 년 동안 유기농 공동체로 발전해왔다. 팔당 지역은 지난해 경기도가 유치한 유기 농업 올림픽인 '2011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이기도 하다.

한편, 팔당상수원 공대위는 28일 남양주·양평 경찰서에 김명국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토지 측량업체를 공토법 및 하천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 2011년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 저지 운동도 벌일 방침이다.

 

기사입력 2009-10-30 오후 4:37:54 | 선명수 기자 | 기사보기

 

 


◆ 흙 떠나 아스팔트 밟은 팔당 농민…"이대로 농사짓게 해주세요"


 

4대강 사업으로 터전 잃는 팔당 농민, '생명 살림 기원제' 열어

 

팔당에서 여의도까지 50여 킬로미터. 영하의 날씨에도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가며 꼬박 1박 2일을 걸었다. 마침내 '팔당 순례단'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3~4명 씩 무리지어 여의도 국회 앞에 속속 모여들자, 환영의 박수 소리와 농민가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수십 년 째 경기도 팔당 일대에서 유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 원래대로라면 도심의 아스팔트가 아니라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한창 손을 놀려야 할 '천상 농사꾼'들이지만, 이틀을 꼬박 걸어 2010년 예산안을 심의 중인 국회 앞까지 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으로 당장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 살림 기원제'가 열렸다. 1박2일의 '평화 순례'의 최종 목적지였다.
'팔당 농민 순례단' 주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도보 행진을 마친 22명의 농민들은 정성스레 지어온 쌀과 채소를 제단 위에 올리며 "생명의 강을 죽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 평화 순례를 마친 팔당 지역 농민들이 '생명 살림 기원제'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평화 순례'조차 막은 경찰…팔당 농민 '따로 또 같이' 행진

여의도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도 매서웠지만, 무엇보다 경찰이 막아섰다.

원래 팔당 지역 농민 22명은 21일 오전 9시 경기도 남양주 팔당댐에서 출발해 국회 앞까지 도보 순례를 벌이기로 했었다. 이미 남양주 경찰과 협의도 했고, 예비 답사도 마쳐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당일 아침 경찰은 미신고 불법 집회라는 이유로 2개 중대 200여 명을 투입해 순례단을 막아섰다. 경찰과의 실랑이가 이어지자 22명의 농민들은 3~4명 씩 흩어져 각각 국회로 떠났다. '함께'하기로 한 순례가 '따로 또 같이' 진행된 셈이다.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지만,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국회 앞에서 만난 농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표했다.
7년 전 귀농해 팔당댐 인근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는 임인환(45) 씨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마음으로 이곳까지 왔다"며 "팔당 지역 농민들은 소수고 힘도 부족하지만, 친환경 농사를 짓는 자부심으로 4대강 사업으로부터 팔당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팔당 농민의 하소연…"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주세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농지 보존·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팔당 공대위) 정상목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팔당에 찾아 와 '유기농은 우리 농업의 미래'라며 농민들을 격려했었다""그랬던 이 대통령이 어떻게 갑자기 이럴 수 있나.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며 수십 년간 이곳에서 살아온 농민들을 쫒아내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를 따라 순례단에 참여해 도보 행진을 한 김명주(15) 학생은 "팔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유기 농산물을 먹고 자랐다"며 "그 농가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대통령이 빨리 마음을 바꿔 4대강 사업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항의하는 의미로 19일간 단식을 벌여온 팔당 공대위 유영훈 대표는 이날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유 대표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단식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19일이 지났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로 그나마 힘을 얻고 있다. 반드시 4대강 사업을 막아내 생명의 농업, 생명의 강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20년 일궈온 유기 농사…"유기농 살리겠다는 약속, 대통령은 잊었나"

경기도 팔당 지역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중 '한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농지 15만 평이 강제 수용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 일대 유기농가 100여 가구는 올해 안에 농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강제 수용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농민들은 주변 농지의 실거래 가격이 평당 40~50만 원에 육박해 정부의 보상비로는 농지 구입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무엇보다 팔당 일대는 농민들이 20여 년간 유기 농업을 가꿔온 곳인데, 농민들이 새로 농지를 구입하더라도 '유기 인증'을 받기까지는 최소 3~5년이나 걸린다.

게다가 이 지역은 1975년 팔당댐이 생기면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간신히 하천 부지 점용 허가를 얻어 농사를 지어온 지역이기에, 분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댐을 짓겠다며 국가에 한 번 빼앗긴 농토를 이번에는 4대강 사업으로 다시 잃게 생긴 것이다. 당장 이곳 농민들은 하천 부지의 점용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10일 후면 '불법 점유자'로 전락할 위기다.

4대강 범대위, 4대강 예산 삭감 위한 '72시간 비상 행동' 돌입

이날 '생명 살림 기원제'는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쌀을 제단 위에 올리고, 기원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원제가 모두 끝나자 팔당 농민들은 직접 기른 밀 화분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4대강 사업 중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오후 2시에는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와 생명의 강 보전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를 비롯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108배를 벌였다.

 
▲ 4대강 사업 중단을 기원하며 108배를 벌이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들. ⓒ프레시안

 

 
▲ 아빠를 따라 팔당에서 여의도까지 올라온 아이도 고사리 손을 모았다. ⓒ프레시안

 

일주일 째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인 박진섭 4대강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한나라당은 기어이 4대강 관련 예산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민주당 역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은 하지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회의만 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 추운 날 농민들은 농지를 떠나 도시로 나오고, 환경단체 회원들은 농성을 하고 있는데, 대체 국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4대강 범대위는 이날 4대강 사업 예산 삭감을 위한 '72시간 비상 행동'에 돌입해 23일과 24일에도 국회 앞에서 촛불 문화제와 자전거 행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사입력 2009-12-23 오전 9:25:19 | 선명수 기자 | 기사보기

 

 


◆ 유기농 대신 자전거?…"'밥이 하늘' 모르는 대통령"


 

4대강 사업으로 30년 농토 잃게 된 팔당 농민들

 

북한강 줄기를 따라 비닐하우스 수백 채가 끝없이 이어진 팔당 유기 농업 단지. 비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 탓일까. 봄철 과일 생산을 위해 한창 바쁠 시기인데도, 정작 농민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30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 위치한 팔당 유기농 단지를 찾았다.
이곳 팔당생명살림 앞 임시 천막에는 '4대강 사업 막아내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여기 저기 내걸린 가운데, 많게는 30년 동안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몇달 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오랫동안 일구어 온 농토를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의 오후.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두물머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의 자연 경관은 4대강 사업으로 제방과 위락 시설이 생기면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선명수)

 

'4대강 사업 저지' 단식 농성하는 천주교 신부들

"신부님이 기자는 만나지 않겠다고 하세요. 죄송하지만 두 분 교수님만 모시겠습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윤종일(54) 신부는 언론 노출을 꺼렸다. 결국 윤 신부의 단식 소식을 듣고 위로차 방문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이원영 수원대 교수만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고통 받는 피조물의 아픔과 함께 하겠다"며 단식 기도를 시작한 지 이날로 벌써 20일.
그가 혼자 머물고 있는 컨테이너 앞에는 '침묵 기도 중'이라는 작은 알림판과 함께 낡은 신발 한 켤레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윤 신부가 침묵 기도를 진행하고 있는 농성장. 그가 혼자 머물고 있는 컨테이너 앞에는 '침묵 기도 중'이라는 작은 알림판과 함께 낡은 신발 한 켤레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프레시안(선명수)

 

윤 신부는 지난해 말 이곳에서 열린 '생명 살림 미사''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비상 행동'을 이끄는 등, 줄곧 팔당 지역 농민들의 싸움에 함께해왔다. 그는 이달 1일로 단식을 마치고, 천주교 연대의 다른 신부가 '릴레이 단식'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사실 이 지역에서 단식 농성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농지 보존·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대표(56)도 지난해 말 20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었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농민들이었다. 정치권도 언론도 주목했던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은 금방 식는 듯했고,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져 갔다.

30년 일군 농토에서 '불법 점유자'가 된 사람들

"정부가 지원금까지 주면서 장려했던 유기농인데, 이제 와서 상수원 오염의 주범이라니요. 하루아침에 오랫동안 일군 농토를 잃게 된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농민들의 순수한 자긍심마저 빼앗다니…."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서 10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서규섭(42) 씨.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고 해서 '두물머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에는 약 43만 평의 유기농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000년부터 딸기와 달래 농사를 짓고 있는 서 씨는 곧 땅을 잃어버릴 처지가 됐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중 '한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 유기농 단지는 전면 철거되고, 이곳엔 곧 자전거 도로와 위락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팔당 지역은 국내에서 유기농 '태동지'로 꼽힌다. 수도권 최대의 유기농 단지로, 수도권의 35만 가구에 친환경 식품을 공급한다. 1975년 팔당호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하천 부지를 개간해 채소·과일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거름으로 꼬박 30년을 경작해온 농토였다.

정부의 지원도 활발했다. 1995년부터 경기도와 농협은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직거래 판로를 열어줬다. 지자체는 이곳을 '유기 농업 특구'로 지정하고 유기농을 적극 권장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도 이곳을 찾아 농민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한국 유기 농업의 메카'는 한 순간에 '한강 살리기 사업 제9공구'로 '전락'했다. 국토해양부는 하천 부지 내 비닐하우스를 철거해 유기농 단지를 없앤 뒤 제방 도로·생태 공원·자전거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사라질 면적은 총 21만여 평. 전체 유기농 단지 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정부의 느닷없는 발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농민들도 100여 가구에 이른다. 이곳 주민들이 2007년 팔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거꾸로 들고 다니는 이유다.

두 번 쫓겨나는 사람들…"친환경 농토 죽여 '레저 시설' 만든다니"

사실 '어이없이 쫓겨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5년 팔당댐이 생기면서 이미 한 차례 땅을 빼앗긴 농민들은 간신히 하천 부지 점용 허가를 얻어 농사를 지어왔다. 농민들의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팔당생명살림 방춘배 사무국장은 "5~6대째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토착민의 경우, 아버지 세대가 한 번 쫓겨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땅을 잃게 될 위기"라고 말했다. 방 국장은 "1975년 이곳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묶이면서 많은 규제들이 생겼다. 사실상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땅을 잃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유기농업"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하천 부지는 국유지다. 국가의 점용 허가를 받아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인 만큼, '공익'을 위해 다시 땅을 내놓으라는 정부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4대강 사업 반대 국민 소송단'
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는 "소유권도 재산권이지만, 엄밀히 말해 임대권도 재산권의 범주에 포함 된다""적법하게 허가를 얻어 몇십 년 동안 무리 없이 일궈 온 땅을 갑자기 국가 재산이라며 빼앗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농민들이지만, 이들은 정부에 의해 한 순간에 '상수원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농민들의 분노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규섭 씨는 "유기 농업은 균형 잡힌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땅의 지력을 살리는 농업인데, 이것도 오염이라면 물을 가두고 강 바닥을 준설을 하는 4대강 사업이야 말로 오염이 아닌가"라며 항변했다. 수도권 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상수원 보호 구역에서 4대강 사업으로 위락 시설이 생겨난다면, 그것이야말로 상수원을 파괴하는 정부의 '억지 논리'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논리에 당장 유기농의 환경 영향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팔당 농민들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캐서린 디마티오 회장이 보내온 "유기농은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물을 정화시킨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선 상수원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 농업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의 연구 자료를 공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국제유기농운동연맹 회장단을 만나, 유기농이 수질에 긍정적이라는 연구 자료를 제시하면 농지 유지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 자료 제시에도, 정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 북한강을 따라 비닐하우스 수백 채가 이어진 팔당 유기농 단지. 30년 동안 수도권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해왔던 이곳은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곧 헐릴 위기에 놓였다. ⓒ프레시안(선명수)

 

밀어붙이기 식 개발로 생채기 난 지역 공동체

당장 정부는 지난해 11월 하천공사시행계획 고시를 내고 착공을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미 공사 업체 선정이 끝났고, 농민들에게 보상과 대체 부지 협의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압박도 점점 심해지는 실정이다.

이에 요즘 이곳 농민들은 일주일에도 수차례 씩 '긴급 호출' 연락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국토관리청이 경찰 7개 중대를 동원하며 측량을 시도해 농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 이후로도, 몇 차례 씩 현장 실사를 위해 이곳 농지를 찾고 있기 때문. (☞관련 기사: "유기농 살린다던 약속, 대통령은 벌써 잊었나")

정부는 이주의 대가로 대체 부지와 2년치 농업 소득 보상을 제시했지만, 농민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남양주시는 덕소 인근 '신안농장'에 5만 평의 부지를, 양평군은 단월면에 1만 평의 부지를 각각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 땅이 사유지를 임대하는 것인 데다가 기간도 10년으로 한정돼 있어, 기한이 지나면 농민들은 또 땅을 찾아 떠돌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더구나 이들 대체 농지를 개간한다 해도 유기 농업 인증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농민들로서는 쉽사리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강 하천 부지를 개간할 때도 토양 검사, 수질 검사 등을 받으며 토질을 살리는 것에만 꼬박 3~5년이 걸렸다.

 

 
▲ 두물머리에서 1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서규섭 씨. 그는 "4대강 사업은 땅을 잃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죽어가는 생태계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아야 하는 시민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무엇보다 정부의 보상 제의는 이곳 농민들이 오랫동안 일구어 온 '생활 공동체'에 생채기를 냈다. 벌써 7가구가 대체 농지 및 보상 신청을 마쳤다. 보상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서 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면서, 일찌감치 포기하는 분들이 계시죠.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연세가 있는 분들은 체념부터 생기고…다 잃더라도 함께 가면서 이 공동체를 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데…. "

팔당 농민들은 법원에 행정 소송을 비롯해 '하천공사시행계획고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단식 농성 등의 행동을 통해 꾸준히 알려나갈 예정이다.

서 씨는 "이 싸움은 땅을 잃은 농민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생명체와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는 시민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랜 농성에 지치지 않냐'는 질문에 옅은 웃음만을 짓는 농민의 어깨 뒤로, '밥은 하늘입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렸다.

 

기사입력 2010-02-01 오전 11:46:03 | 선명수 기자 | 기사보기

 

 


◆ 농민 비명 가득한 팔당…유기농 대신 유람선? 


 

'4대강'에 밀려난 유기농, 공권력 투입되던 날

 

24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북한강을 따라 포도 농장과 비닐하우스 농가가 넓게 펼쳐진 이곳에 새벽부터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이 지역 농민과 종교인 30여 명은 농장 입구에 모여 초조하게 아침을 기다렸다.

중장비의 굉음과 주민들의 비명 소리가 송촌리의 아침을 갈랐다.
마침내 오전 9시가 되자, 포클레인을 앞세워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직원 40여 명이 들이닥쳤다. 경찰 6개 중대 600여 명도 함께 투입됐다.
정부의 4대강 사업 구간으로 지정된 이곳, 조안면 일대 농가에 대한 토지 측량 작업을 위해서다.

 

 
▲ 중장비의 굉음과 주민들의 비명 소리가 송촌리의 아침을 갈랐다. 정부의 4대강 사업 구간으로 지정된 조안면 일대 농가에 대한 토지 측량 작업을 위해서다. ⓒ프레시안(최형락)

 

측량이 단순한 조사가 아닌, 4대강 공사를 위한 수순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농민들이었다. 길게는 꼬박 30년간 공들여 지어온 농사였다. 땅을 빼앗긴 이들이 측량조차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은 이렇게 끌려가지만, 우리의 싸움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농지 보존·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공동대책위원회(팔당 공대위)' 유영훈 대표)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어 버티던 농민들이 한 명 한 명 경찰에 연행됐다. 상황은 10분 만에 종료됐다. 경찰은 팔당 공대위 유영훈 대표를 비롯,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오랫동안 농성을 벌여온 농민 11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 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 팔당 공대위 유영훈 대표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측량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날 경찰에 연행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경찰에 연행되는 팔당 농민들. ⓒ프레시안(선명수)

 

"3대째 이어진 농토, 자전거 도로로 내줘야 하나"

"내 땅에서 당장 나가요. 땅 주인 허락도 없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측량에 반발하던 농민들이 연행되고, 마침내 이 일대 농지에 대한 측량이 시작되자, 농민 윤한상(가명·49) 씨가 거세게 항의했다. 측량이 진행된 포도 농장은 윤 씨의 사유지로, 그는 이날 측량에 대한 어떤 사전 통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천법 제75조2항은 '타인의 토지에 출입하려는 자는 출입할 날의 3일 전까지 그 토지 소유자 또는 점유자나 관리인에게 그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절차가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두 차례의 측량 조사에서도, 국토관리청은 사전 통지 없이 측량을 강행해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이 지역 농민들은 국토관리청과 토지 측량 업체를 하천법 위반 혐의로 고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유기농 살린다던 약속, 대통령은 벌써 잊었나")

3대째 조안면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윤한상 씨는 18년차 농사꾼이다. 그러나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전체 농지 1600평 중 1500평을 잃게 될 처지다. 정부는 윤 씨의 농토에 테마 공원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 계획이다. 윤 씨는 "자전거 도로와 공원 만들겠다고 우리더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게 다 열심히 농사 지어온 사람들이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 유기 농업의 '메카', 4대강 '공사판'으로

양평군 두물머리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병인(55) 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 씨는 자동차 정비 사업을 하다 6년 전 귀농해 애호박, 케일, 브로콜리 등을 재배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수입이 줄어든 것도 무릅쓰고 뛰어든 농사였다.

팔당 지역은 국내에서 유기농의 '태동지'로 꼽힌다. 수도권 최대의 유기농 단지로, 수도권의 35만 가구에 친환경 식품을 공급한다. 1975년 팔당호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농민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가 유기농이었다.

한 때 정부의 지원도 활발했다. 1995년부터 경기도와 농협은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직거래 판로를 열어줬고, 정부는 이곳을 '유기 농업 특구'로 지정하고 유기 농업을 적극 권장했다.

농민들의 오랜 노력 끝에, 팔당에서는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린다.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악조건'을 친환경 농업으로 이겨낸 사례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아시아 최초로 유기농 대회를 유치한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는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이곳 농민들과 함께 이탈리아를 방문해 "팔당을 세계 유기 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었다.

  

 
▲ 2007년 대선 후보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은 팔당을 찾아 유기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었다. 팔당 농민들의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레시안(최형락)

  

짧았던 '팔당의 신화'

그러나 '팔당의 신화'는 여기까지다. 지난해 6월 정부가 4대강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세계 유기 농업의 메카'였던 팔당은 한 순간에 '한강살리기 사업 9공구'로 '전락'했다. 국토해양부는 하천 부지의 비닐하우스를 철거해 유기농 단지를 없앤 뒤 자전거 도로·테마 공원 등의 위락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사라질 면적은 총 21만여 평. 전체 유기농 단지 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날 측량 조사가 진행된 송촌리의 겨우, 농지 90퍼센트 이상이 사라지게 됐다. 정부의 느닷없는 발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농민들도 100여 가구에 이른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알토란같은 농토를 잃게 된 김병인 씨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김 씨는 2007년 9월 대선 후보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이 팔당을 방문했던 날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팔당에 왔을 때, 직접 퇴비도 뿌려보고 농민들이 재배한 상추로 점심도 함께 먹으면서 온갖 칭찬을 하고 갔어요. 대통령이 되면 유기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수도권 시민의 물탱크에 농사를 짓는다고 우리를 비난합디다. 자신이 그렇게 칭찬했던 유기 농업을 이젠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 몰아 붙이고…솔직히 사기당한 기분이죠."

이에 이곳 주민들은 항의의 표시로 2007년 당시 팔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거꾸로 들고 다닌다. 김 씨는 '팔당 유기농이 상수원 오염의 주범'이라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드러냈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여태껏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오염이라니요. 정부는 비닐하우스를 모두 없애고 공원이나 위락 시설을 짓는다고 하는데, 그게 더 상수원을 오염할 겁니다. 이곳을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는데, 앞뒤 안 맞는 논리 아닌가요? 상수원에 유람선 띄우는 건 오염이 아니고, 자연 퇴비만 쓰는 유기 농업은 오염이라니요."

자기 땅에서 두 번 쫓겨나는 사람들

사실 이곳 농민들이 '어이없이 쫓겨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팔당에서 6대째 농사를 지어온 정정수(69) 씨는 팔당 지역을 "사연이 많은 땅"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농민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땅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 1975년 팔당댐 건설이 그 시초였다. 댐이 생기면서 전체 농지의 70퍼센트가 수몰되거나 강제 수용을 당했다. 당시 정 씨의 아버지도 제대로 된 보상없이 땅 5000평을 국가에 넘겨야 했다.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박탈당한 농민들은 하천 부지에 점용 허가를 얻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위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농민들은 경작권을 얻기 위해 2년여 동안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농지를 가로지르는 국도 확장 정책을 막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또 한 번 자기 땅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 씨는 "팔당댐이 들어선 이후 농민들은 고통의 생활을 보내왔지만, 엄격한 규제 속에서도 유기 농업을 일궈왔다"며 "정치인들의 약속은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고,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을 한다면서 농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토로했다.
 

 
▲ 팔당 농민들은 1975년 팔당댐 건설 이후 이 지역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친환경 유기 농업에 종사해왔다. 댐 건설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다. ⓒ프레시안(선명수)

  

요즘 조안면 유기농지에서는 매일 같이 기도회가 열린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지난 17일부터 부활절(4월4일)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금식 기도회를 연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와 신도 100여 명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일대에서 천막 농성장을 만들어 철야 기도와 미사에 돌입했다.

금식 기도를 진행하고 있는 용진교회 김선구 목사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4대강 사업은 창조와 생명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죽어가는 생명체와 쫓겨나는 농민들에 대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토관리청의 측량이 진행된 직후 정치권 인사들도 잇따라 팔당을 찾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의 말들을 쏟아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위해 100여 가구의 농민들이 30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을 빼앗아 위락 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더구나 사유지 보상을 위한 측량임에도 불구하고, 땅 소유자에게 통지조차 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는 어제는 대안 농업의 중심이라고 팔당을 선전하더니, 오늘은 팔당 유기농 단지를 4대강의 공사판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렇게 말을 뒤집는 정부는 사기꾼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팔당 농민들은 법원에 행정 소송을 비롯해 '하천공사시행계획고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들은 팔당생명살림 앞 농성장을 중심으로 종교계·시민사회와 연대해 앞으로도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사입력 2010-02-24 오후 6:34:54 | 선명수 기자 | 기사보기

 

 


◆ "김문수, 약속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유기농 매도"


 
'4대강'으로 농토 잃은 팔당 농민 "세계유기농대회 불참할 것"

 

4대강 사업으로 농토를 잃게 된 팔당 지역 농민들이 2011년 팔당에서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지를 없애면서,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기만"이라며, 농민 스스로 유치한 세계 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

팔당생명살림·두레생협연합회·가톨릭농민회 등, 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소속 11개 단체는 15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4대강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세계유기농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단체들은 "2008년 6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팔당 농민들과 함께 이탈리아 모데나를 찾아, 팔당 유기 농업의 역사와 성과를 홍보하며 대회 유치를 위해 대회 관계자들을 설득했었다"며 "마침내 대회 유치가 확정된 순간, 민과 관이 하나가 되어 기뻐했지만, 김문수 지사의 약속과는 달리 지금 팔당 유기 농업은 4대강 사업으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이어서 "6월이 되면 팔당에서 수십 년간 수질 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헌해온 농민들이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2008년 '팔당 지역의 하천과 유기 농업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세계 유기 농업인을 초청한 세계유기농대회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 와서 정부와 경기도는 '팔당의 유기 농업이 수질을 오염시킨다'며 유기 농업 전체를 매도하고 있으며, 대회를 개최한 농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개최 장소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국제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들은 "팔당 유기 농업을 붕괴시키는 4대강 공사가 즉각 중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기농대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회원국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10월 4대강 사업을 위한 토지 강제 측량에 항의하는 팔당 지역 농민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4대강 '복병' 만난 세계유기농대회…'유기농'없는 '유기농 축제'될 판

세계유기농대회
는 110개국 750여 개 유기 농업단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 농업 축제로, 경기도와 팔당 농민들이 오랜 유치 운동을 벌인 끝에 2011년 팔당 유기농 단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악조건'을 친환경 농업으로 극복한 사례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아시아 최초로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한 것이다. 김문수 지사는 2008년 대회 유치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해 "팔당을 세계 유기 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정작 팔당 유기농 단지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라, 대회의 개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정부는 남양주시 조안면·양평군 양서면 일대의 유기 농지 21만 평을 수용해 여기에 자전거 도로·테마 공원 등의 위락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 농민 비명 가득한 팔당…유기농 대신 유람선?)

경기도는 대체 부지를 마련해 차질없이 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으로 팔당 유기농 단지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몰리면서 '유기농'없는 '유기농 축제'라는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기사입력 2010-04-15 오후 12:23:19 | 선명수 기자 | 기사보기


 


◆ MB가 극찬한 '녹색의 땅'은 어떻게 '눈물의 땅'이 됐나? 



팔당 농민들이 이명박-김문수 사진을 거꾸로 들고 다니는 까닭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수십 년 동안 일궈온 땅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변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팔당 농민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
유기 농업의 메카'로 불리며, 이명박 대통령까지 이곳을 직접 찾아 농민들을 격려했었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이곳의 유기 지를 밀어내고 자전거 도로, 체육 시설, 테마 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 때는 정부의 지원도 활발했다. 1995년부터 경기도와 농협은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직거래 판로를 열어줬고, 정부는 이곳을 '유기 농업 특구'로 지정하고 유기 농업을 적극 권장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팔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유기농은 한국 농업의 미래"라고 이곳 농민을 한껏 추켜세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농민과 함께 2008년 이탈리아를 찾아 세계유기농대회 유치를 위해 애쓰는 등, 유기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팔당의 신화'는 여기까지다. 지난해 6월 정부가 4대강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김문수 지사가 '세계 유기 농업의 메카'라 불렀던 팔당은 '한강 살리기 사업 9공구'로 전락했고, 농민들은 '하천 부지 불법 점유자'가 됐다.
유기농을 장려했던 김문수 지사는 "수도권 시민의 물탱크에 농사를 짓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말을 바꿨다.
이 지역 농민들이 팔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지사의 사진을 거꾸로 들고 다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16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유기 농업 붕괴와 바람직한 하천 관리 방안' 토론회에서도 상황은 되풀이됐다.
민주당 이찬열 의원·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환경정의 등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정부 측 인사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으나, 토론은 정부의 입장을 재차 '홍보'하는 것에 그쳐 참가자들의 빈축을 샀다.

 
▲ 2007년 대선 후보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은 팔당을 찾아 유기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었다. 팔당 농민들의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레시안(최형락)

 

'녹색의 땅' 팔당, 이젠 '눈물의 땅'으로

팔당에서 개신교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는 김선구 용진교회 목사는 팔당을 '눈물의 땅'으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팔당 농민들이 '어이없이 쫓겨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지역 농민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땅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 1975년 팔당댐 건설이 그 시초였다. 댐이 생기면서 전체 농지의 70퍼센트가 수몰되거나 강제 수용을 당했으며, 땅을 잃은 농민들은 간신히 하천 구역 점용 허가를 얻어 유기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팔당 지역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친환경 유기 농사가 말고는 대안이 없었던 농민들이었다.

김선구 목사는 "상수원 보호 구역, 개발 제한 구역 등의 엄격한 통제로 무너져 내리는 집 하나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살았던 농민들이, 수몰되고 얼마 남지 않은 땅에서 '생명의 농업'을 시작했으나, 이제 4대강 사업으로 그조차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이어서 "팔당이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환경 농업으로 생명의 고리를 이어 나간 성과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것을 숫자로 평가하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에서 팔당은 생명의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땅이다"고 덧붙였다.

 
▲ 팔당 농민들은 1975년 팔당댐 건설 이후 이 지역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친환경 유기 농업에 종사해왔다. 댐 건설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다. ⓒ프레시안(선명수)

 

물 확보·홍수 조절 목적 4대강 사업, 팔당에 추진 명분 없어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진홍 중앙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팔당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보면, 이 사업은 물 확보 및 홍수 조절을 목적으로 강 본류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라며 "그러나 정작 팔당에서 추진되는 4대강 사업엔 물 확보 및 홍수 조절을 위한 어떠한 사업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명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굳이 어떤 사업을 추진한다면, 수질 개선 및 생태 보전을 위한 환경부 소관 사업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지형적인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팔당은 팔당댐이 축조됨으로써 생긴 저수지 같은 곳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의 목적 자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진홍 교수는 또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개정 하천법에 의거, 하천 구역 안에서 영농 행위를 금지토록 한 조치를 두고 "하천 구역 설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하천법에 의하면, 현재 팔당 지역은 '댐의 계획 홍수위 아래에 해당하는 토지', 즉 '하천 구역'에 해당돼 영농 행위 및 하천 점용 허가가 금지된다. 그러나 법을 엄밀히 적용한다면,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일대는 모두 팔당댐의 계획 홍수위 아래에 해당돼 전체가 '하천 구역'이 된다. 따라서 이곳에 거주하는 농가, 주택도 하천법의 하천 점용 허가 금지 사항인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고정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해당돼 불법 점용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두물머리 전체가 하천 구역이 돼 삼익아파트 299가구를 비롯해 1322가구 3123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하며, 주민 이전비로만 2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이런 하천법의 무리한 적용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같은 두물머리 지역의 주택·상점은 허가하고, 유독 유기 농지에 대해서는 점용을 금지하고 있다""다른 지역의 하천 점용 허가는 묵인하고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팔당 지역에 대해서만 점용 허가를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날 김진홍 교수는 팔당 유기 농지를 보존하는 방안으로 두물머리 일대를 포함한 팔당 지역을 '하천 구역'이 아닌 '홍수 관리 구역'으로 설정해 유기 농지의 하천 점용을 허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도 지난해 11월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유기농·무농약 등 친환경 농법에 따라 농작물을 경작할 경우, 하천 부지에 비닐하우스 등의 설치를 허가하는 '자연친화적 농업 기구'를 지정하는 하천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김 의원은 당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상수원 보호 구역 내 유기 농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팔당의 유기 농업이 식수원 오염의 주범'이라는 정부 측의 입장에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 캐서린 디마테오 회장은 "유기 농업은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서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유기 농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앞으로 보낸 바 있다.

정부 관계자 원론적 답변에 지역 주민 "4대강 홍보하러 왔나"

발제자들의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부 측 인사로 참여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들은 원론적인 정부 입장만을 반복해 참가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날 정채교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공사 3팀장은 "팔당 지역의 4대강 사업은 법과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수도권 시민의 젖줄에 농사를 짓는 것은 옳지 못하며, 일괄적으로 하천 부지의 영농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에 유독 팔당 농지만 보존해달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팔당 농민 정지형 씨가 "예전엔 직거래 판로까지 뚫어주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던 정부가, 갑자기 4대강 사업이 시작되니까 법 적용을 운운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 4대강 사업을 해야 하니 법 적용조차 마음대로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정 팀장은 "유기 농지는 팔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이주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찬세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남한강살리기 팀장은 "4대강 사업은 공익을 위해 필요한 국책 사업으로, 하천 본래의 기능을 되돌리는 강 살리기 사업"이라며 "그동안 오래 쓰셨으니 다른 곳으로 이주해 달라. 농민들이 투자한 것에 비해 보상이 적고 그래서 반발하는 것으로 안다. 불가피한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해 참가 농민의 반발을 샀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한 지역 주민은 "그동안 수차례 농민들이 대화를 요청해도 묵묵부답이더니, 오늘은 4대강 홍보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냐"면서 "홍보하고 설득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공무원들이 급하긴 급했나 보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김인석 신부는 "국민 이야기를 들으라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은 것이지, 국민을 무식한 아이 취급하면서 설득하고 홍보하라고 선출한 게 아니다"라며 정부 당국자의 태도를 질타했다. 

 

프레시안 | 2010-04-16 오후 2:07:11 | 선명수 기자 |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