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야권연대 지지부진 분석
‘MB심판’ 한 목소리···속내는 제 각각
야당의 ‘민주당 책임론’에 민주당 반발 … 민주당 내부분열로 연대전선 먹구름
야권 파탄나면 지방선거 필패 가능성 대두, 공통된 명분 강화로 상황 타개 나서야
‘6·2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중 하나인 야권연대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야권은 5+4회의를 통해 합의문을 작성하는 등 연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듯 했으나 진보신당의 이탈과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도 지사 출마로 연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당 내 주류와 비주류 진영 간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야권연대에 대한 신속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권연대’가 파탄 날 경우 여당을 상대할 강력한 카드를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명분을 잃게 되어 선거에서 입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가 난항을 겪고 있는 현 상태에 대해 일부 당과 여론이 민주당 때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제1야당으로 기득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 것이 야권연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권연대 협상 결렬은 민주당 탓?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연대 결렬은 민주당이 다른 당들을 연대의 대상, 공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욕심을 부렸기 때문으로 생각한다”며 진보신당의 탈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야권 연대는 전국적인 의미에서 야5당의 연합공천 방식으로 추진하고자 제안이 됐던 것인데. 각 정당들이 지분 협상에만 몰두했다”며 정책적 조율이 없는 야권의 지분 갈라먹기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현재의 야권연대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일차적 원인은 근 두달여간에 걸쳐 협의를 거듭한 끝에 나온 3월 16일 합의문을 민주당 최고위가 추인하지 않은데 있다”며 “제1야당인 민주당 지도부의 지도력과 야권연대에 대한 책임성이 MB심판이라는 국민적 여망에 턱없이 미치지 못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3월 16일 합의안을 추인하고 연합후보 경선방식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다음 달 5일까지 협상이 무산되면 도당 차원의 긴급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입장을 정리하고 그에 따라 경기도지사에서부터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으로 6월 2일 지방선거까지 완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치권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협상 테이블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다른 야당들도 독자적인 선거 노선을 선택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를 탈퇴한 진보신당과 같은 강수를 두지 않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판 정리가 되지 않으면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혀 긴장감을 고조 시켰다. 또 야권연대를 탈퇴한 진보신당에 대해서는 진보신당이 야권연대에 합류하지 않고 선거를 치루는 상황이 와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후보가 선거를 완주하면서 얻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제시하는 불리한 협상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권의 목소리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경기도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야권후보 단일화 방법을 시민단체에 백지위임 하겠다”고 주장하며 한 발 물러섰다. 유 전 장관은 참여경선방식을 주장하는 민주당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먼저 꺼낸 이유에 대해 “야당 합의도, 중재도 안 되고 연대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국민 보기 민망하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각 당에게 유리한 방법만을 고집하면 야권연합은 성공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5+4연대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4개 시민단체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방법을 제안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제1야당 중심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보장’을 주장하는 만큼 유 전 장관과의 충돌이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치 아픈 민주당, 당 내 목소리도 갈려
민주당은 야당과 여론의 연이은 공격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민주당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사태에 대해 억울한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야권연대가 교착 상태에 빠진 책임은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당연히 출마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야권연대는 이들 과의 문제가 해결돼야만 이뤄질 수 있다”며 세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당초 광역, 기초단체장은 민주당 중심으로 하는 대신 광역, 기초의원은 민주당이 양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진보신당의 탈퇴와 유 전 장관의 경기도 출마로 인해 틀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연대가 안 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각 당의 양보가 없으면 독자적인 노선으로 갈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이미 야권연대 파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당 밖에서 민주당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당 내부의 상황도 만만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야권 연합공천 지역 선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내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연합공천 지역이 잠정 합의된 데에 비주류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정동영, 추미애 의원을 중심으로 지도부와 각을 세워온 비주류 의원들은 “연합공천 선정지역이 지도부에 비판적인 비주류 의원들의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는 등 선정기준이 공정하지 않고 당내 소통 없이 당권파가 연대를 불투명하게 일방 진행하고 있다”며 지도부를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런 반발기류를 무마하기 위해 협상대표자를 이목희 전 의원으로 교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호중 수석부총장으로 번복하는 등 오히려 운영의 혼선을 보이며 빈축을 샀다.
이와 함께 수도권 11곳 기초단체장 공천을 군소야당에 양보한 잠정 합의안이 공개된 뒤 당내에서는 “얻은 것 없이 주기만 했는데 도대체 양보 기준이 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내의 불만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제1야당 중심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확실한 보장’과 ‘야 4당에 주기로 잠정합의한 수도권 기초단체장 11곳 중 일부 회수’를 고수하고 나섰다.
이와 같이 민주당이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나서면서 수도권 후보에 대해서는 경기도에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전 장관이 속해 있는 국민참여당과, 기초단체장 회수와 관련해서는 기초단체장 진출을 노렸던 민주노동당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야권연대의 어려움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제한적 야권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호중 수석부총장은 “지역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연대는 그것대로 촉진하고, 중앙 차원의 연대협상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중심의 후보단일화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야권파탄은 곧 선거필패
민주당 내부에서도 야권분열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어 정세균 대표가 이번 선거 최대 과제로 꼽은 야권 연대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정 대표의 야권 연대 실패는 곧 민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운영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는 이러한 민주당 내부에서의 운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동영 의원을 상임고문에 위촉하며 활로를 모색했지만 공천문제로 비주류 진영과 갈등을 만들며 오히려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게다가 정동영 의원이 천정배, 추미애, 김영진 등 의원 21명과 함께 '수요모임'이라는 거대 비주류 조직을 결성하여 현 지도부와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모 정치전문가는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여당과의 선거에서 선봉을 서야하는 입장인데 내부 분열을 막지 못하고 야권의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명분을 잃어버려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장관 역시 야권연대가 파탄 날 경우 올 후폭풍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유 전 장관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협상 과정이 어떻든 간에 야권연대가 결렬이 된다면 국민들은 굉장히 비판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선거에서 지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들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멸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MB정권심판을 명분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고 야당에게도 유리한 조건이지만 야당들이 사리취의, 작은 기득권을 포기할 때만 국민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며 민심을 읽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역 자체적으로 연대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부산지역의 야 5당과 시민사회진영이 ‘6.2지방선거 후보단일화’에 나서기로 전격 합의하며 1차 합의문을 발표한데 이어 인천에서 공천 협상이 타결돼 야권연대의 불씨가 아직은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3당은 합의문에서 인천시장 후보는 정치적 합의를 통해 단일화하고, 10개의 기초단체장 후보는 강화군 등 8곳은 민주당이, 남동구와 동구 등 2곳은 민노당이 공천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야권 연대는 지역에서 먼저 타결해 나가면서 중앙 차원의 타결을 압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동당 민병렬 후보는 “서로 다른 당이 연대하는 만큼 차이를 인정하고 한나라당 심판이라는 공통의 요구를 앞세워야 한다”면서 “결코 어느 한 쪽을 들러리로 세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통된 명분과 입장이 새로 구성된다면 야권이 연합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초계함 침몰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사법부의 재판결과가 야권의 정치 판도를 다시 뒤집을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흘러가 야권단일화가 무산되고 각 야당이 독자적인 노선으로 선거에 임하게 되면 선거에서 필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 2010-04-07 | 이경익 기자 st12@sisatoday.com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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