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기자의 넋두리
진실 앞에 당당한 모습을 기대하며 ‘그분’을 응원하는 이유
어제도 노무현. 자고나면 또 노무현.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노무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노 전 대통령…. 나는 “그 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분을 향한 한 표를 던지지도 않았고 한나라당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핵소추 밀어붙였을 때에도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검사들과의 언쟁을 벌이며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라며 그야말로 통쾌함의 진수를 선보인 그 분께 그래도 나름의 기대를 가졌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거센 반대에도 불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군을 파병하고 한미FTA를 추진하던 그 분에게서 더 큰 환멸을 느꼈다.
‘노사모’를 보며 참 순진하고 철없다고 생각했다.
그 분을 칭찬하던 지인들을 향해 비웃음과 콧방귀를 날려주기도 했다.
그러다 그 분의 임기 열 달 정도 남겨둔 2007년 늦봄 언저리에 청와대를 출입하게 됐다.
청와대 출입했다고 말하기엔 겸연쩍은, 맨 오른쪽 건물 춘추관(기자실)이다.
출입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부처 기자실을 폐쇄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춘추관과 몇몇 군데를 제외한 모든 기자실을 없애겠다는 말에 나 역시 내 밥그릇 빼앗긴다는 생각이었는지(아니면 그 분이 좋지 않아서였는지) 대다수 언론 매체들의 반격에 합승해서 ‘기사실 폐쇄 결사 반대’를 지면 기사 등을 통해 외쳐댔다.
또한 그 분의 마지막 대변인 천호선씨의 일일 청와대브리핑 시간에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문제 등을 진드기(?)처럼 캐물어 천 대변인과 노 대통령 팬들의 원성과 야유를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얼마간 계속 출입해서 2008년 봄에도 새로 온 대통령(저기 계시니 “저 분”이라 칭한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저 분에게도 표는 던지지 않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여의도통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떠나간 그 분의 사람들(비서진)과 청와대에 새로 들어온 저 분의 사람들은 참 많이 달랐다.
얼마 안 가 춘추관 출입은 끝났고, 다니던 신문사에서도 나오게 됐다. 그리고 시간은 또 흘러 다시 늦봄이다.
“저 분”이 “그 분” 못 잡아먹어 안달난 봄인가. 지인 중에 누군가 내게 이렇게 비아냥댄다. “너, 노무현 당하는 거 보고 신나겠다?”
소리 없는, 그저 쓴웃음으로 답했다. 지금 그 분께 “너무 죄송했다”는 말씀 올린다.
그 분의 정책을 계속 비판했기에 죄송한 것이 아니다. 그 분을 안 좋아해서 죄송한 것도 아니다.
‘BBK 스캔들’에도 불구, 정권을 쥐게 만든 책임이 언론에게 분명 있고 기자들도 있고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을 취재한답시고 춘추관 드나들며 밥그릇만 챙기려 했던 ‘나’에게도 책임이 없을 수 없기에 한없이 죄송하고 면목 없다.
FTA, 쇠고기, 파병은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그 분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고 여겨보려 한다. 지금의 정권에게 왜 그런 선물들을 주고 갔는지 아쉬움은 남지만, 신자유주의 통과물에 최종 ‘도장’ 찍지 않은 그 분을 더 추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그 분의 박연차 돈 관련 해명에 대해 두둔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심코 올라탔던 택시 안에서 들었던 말이, ‘박연차 뉴스’를 볼 때마다 뇌리를 스친다.
“죽은 권력 뒤나 캐고 다니고 잘하는 짓이다.” 기사 분의 말이다.
참여정부 때 우리(‘기자’ 꼬리표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는 너무도 자유롭게 취재했고, 기사를 맘대로 써댔다.
그것은 ‘언론자유’가 아닌 ‘방종’이었다.
그 분은 조중동과 싸웠어도, 조중동이 그 분을 매일 ‘바보’ 만들었어도, 자신 특유의 ‘언어’를 무기삼아 상대했지 직접 ‘칼’을 들이대진 않았다.
기자를 가족들 앞에서 체포하고 구속하는 시나리오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조선일보를 압수수색하겠다고 수시로 검사를 파견한다? 조중동의 지면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을 것이다.
그 분은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지 마시라 당부 드린다. 내가 그 분에게 유일하게 호감 갖는 건 그 분의 ‘깡’이다.
그 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정당하게 처벌받고, 수사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당당하게 따지는 일이다.
그 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런 이유에서 그 분을 응원하고 있다.
그 분을 '불쌍히 여겨' 좋아하게 되는 일은 정말 싫다.
그 분을 둘러싼 의혹과 검찰 수사가 어떤 결말을 맺든, 딴 건 몰라도 나는 '당당한 노무현' 만큼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노라 말하고 싶다.
미디어스 | 2009년 04월 23일 (목) 18:55:14 | 김연세 객원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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