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으면서도 장애인운동을 하는 이유
복지부가 성인남녀 509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40.1%가 ‘장애인은 아이와 같다’고 답했고,
41.9%는 ‘장애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지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쉽게 화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2.5%였으며
52.6%는 ‘장애인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말 장애인은 아이와 같을까요? 장애인은 행복하지 않을 것인가요?
그저 막연히 장애인을 내려 보면서 단정 짓는 것은 일제 시대, 조센징들은 때려야 된다는 일본 군국주의자들 논리와 어찌 이리도 닮았는지 섬뜩하네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서 장애인 활동가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성북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상임활동가 문애린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문애린씨가 비리가 있는 시설에 설립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박상규
-장애인 운동을 해오셨는데, 돌아보면 어떤가요?
제가 장애인 운동판을 줄여서 장판이라고 하는데, 장판에서 활동한 건 3~4년 정도밖에 안 돼요. 저는 장애인들을 위한 야학을 다녔거든요.
검정고시를 보고, 대입을 준비하려는 참에 야학에 공부하려고 들어갔죠.
그곳에서 공부도 하였지만, 장애인 운동의 시초가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는 곳이었어요.
처음에는 학생의 입장으로 이걸 왜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대학을 갔죠. 장애인하고 비장애인이 같이 공부하고 함께 다닐 수 있는 통합대학이었어요.
막상 들어가 보니까 편의시설은 정말 잘 되어있는데, 사람들 인식은 반대였어요.
장애인들도 그렇고 비장애인들도 그렇고 생각은 그대로였어요. 거기에 들어가면 장애인들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경쟁이라면, 비장애인하고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해야 하는데, 그럴 순 없는 거잖아요.
“사회에서 살아갈 때 왜 늘 장애인이 맞춰야 하는 거죠? 사회가 장애인에게 맞춰줄 순 없는 건가요?”
저는 디자인과였는데, 만들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할 때, 장애인들은 청각장애인들이 많았고, 비장애인들도 반이나 되었죠.
거기서 교수님들도 그렇고 학우들도 그렇고, 제가 열심히 해야 한다, 여기서도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된다, 사회 나가서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몰고 가더라고요. 학교생활을 마치고 공부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사회에서 살아갈 때, 제가 왜 늘 맞춰야 하는 거죠? 사람들이 제게 맞춰줄 순 없는 건가요? 이런 생각이 들면서 활동하게 되었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장애인여성 활동가로, 어떻게 보면 힘들죠.
그런데, 활동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자기가 열정과 목표를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거든요.
나를 먼저 변화시키고 가족을 변화시키고, 내 친구를 변화시키고 그래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실 텐데, 어떤가요?
사회가 변하는 거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예전 지하철엔 엘리베이터가 없었잖아요. 지금은 웬만한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생겼죠.
엘리베이터가 생기기까지는 4~5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그 이전에 오이도 역에서 장애인부부가 수직형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서 죽은 적이 있고,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비장애인들은 계단이랑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올라갈 수 있는데, 장애인들에게 계단은 참 불편하죠.
난공불락처럼 느껴지는데, 올라가려면 저희는 살인기계라 부르는 리프트를 탈 수밖에 없었어요.
이걸 탈 때마다 장애인들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예요.
리프트가 멈춰질 수 있고, 잘못하면 넘어질 수 있는 거죠.
장애인은 목숨을 걸어야만 이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움직일 수 있어야 사람을 만나고 교육을 받는 건데, 언제까지 목숨을 걸어가면서 이동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투쟁을 했어요. 지하철도 점거를 하고 버스도 타고…
시민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죠.
시민들은 잠깐 불편할 뿐이지만 장애인은 몇 십 년을 그렇게 감수를 해야 되는 거예요. 시민들이 잠깐 감수해주면 안 되는 건가요?
그렇게 싸움을 해서 엘리베이터가 생겼죠.
장애인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만 오히려 노약자나 임산부가 많이 타세요. 비장애인들도 잠깐 다리를 다쳐서 장애를 입은 분들도 이용하시고요.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장애인을 위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거라는 걸 새삼 느끼죠.
사람들도 점차 그렇게 인식을 하게 되는 게 다행이고 고맙다고 느껴져요.
또 한 가지, 활동보조인이라고 아시나요?
2~3년 전만 해도 활동보조 서비스 개념을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비장애인들 하루일과가 먹고 씻고, 사람들 만나는 거잖아요.
장애인도 똑같이 할 수 있어야 하죠. 먹고 씻고 사람들 만나는 거 같은 기본들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사람 사는 거라고 할 수 없겠죠.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사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살아가는 기본 권리죠. 결국엔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조금씩 시행되고 있어요. 장차법도 생겼는데, 저희는 이런 것들을 어린이나 노인이나 여성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많아지고 사회에서 공론화되는 걸 보면, 보람 있다는 생각이 들죠.
-한국 사회에서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게 있다면?
가장 급한 게 장애인 노동이에요.
집에 있는 장애인도 있지만 시설로 가는 분들도 많거든요. 주거 문제와 연결되는데, 사람이 직업을 가져야 스스로 설 수 있게 되잖아요.
자기가 일을 하고, 일을 통해서 수익을 얻고, 그것을 쓰고 살고, 미래를 계획하는 거죠.
전혀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 끊임없이 벌어지는 시설비리
그런데 장애인들은 전혀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모든 장애인들이 단순한 노동을 하는 데도,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못 받는 거죠.
더구나 그것조차 못하는 장애인들도 많아요. 가족이나 보조인에게 얹혀 살 때가 많죠. 가족들도 힘들게 되고, 악순환이 되는 거죠.
장애인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돈이 있으려면 노동을 해야 하는데, 노동할 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고, 해결할 조짐도 안 보여요. 일을 못하니 부모님에게 얹혀살지 못하면, 그냥 굶어죽거나 가족들에게 버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또 하나 시급한 게 시설장애인이에요.
시설 비리에 대해 들어보셨어요?
제가 시설경험이 없어서 완전하게 얘기할 수 없는 건 있지만, 국가인권위에서 50~60대 분들이 두 달 동안 농성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젊을 때 시설에 들어가니 아무 것도 한 거 없이 늙어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주는 대로 먹고, 주는 대로 입고, 자기생각과 고민과 못하도록 한다는 거죠. 또 여성들 같은 경우는 수없이 성폭행을 당하고 소리 없이 죽어나갈 수도 있어요.
장애인들 현실을 보면, 자기가 시설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가는 건 아니거든요.
가족들이 힘들어하니까, 날 거기다가 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예요. 선택권이 없는 거죠. 거기에 있으면 밥도 공짜로 주고 옷도 공짜로 주는데 뭐가 싫으냐고 말을 하는데 거기서 일주일만 살아보라고 하세요. 사람이사는것인지 짐승이 사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 한국 사회에 많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까지 장애인을 볼 때 어린아이 취급을 해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져도, 50~60대가 되어도 어린애로 취급하거든요.
장애인도 똑같이 나이를 먹고, 권리가 있는 사람인데,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해요.
장애인 여성 같은 경우, 이런 걸 더 많이 당해요. 특히 취객 같은 분들이 쉽게 그러죠.
그 사람 입장에서는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건지, 안타까워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제 입장에서는 싫을 수가 있거든요.
낯선 남자가 다가올 때 공포감과 거부감이 있어요.
장애인들도 당신과 똑같은 권리를 지닌 인격체니까 함부로 대하지 말고 존중해 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시민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잖아요.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강해도,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돈이 많아도 밥을 못 먹고, 차를 만드는 노동자가 없으면 아무리 힘이 세도 움직이기 어려운 거죠.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 하고 결국은 누군가와 어울려서 살아가는 거죠.
사람끼리 잘 어우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국회와 대통령이고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쉽게 욕하고 있는데, 자기는 뭘 하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게 맞는지,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세상인지 고민했으면 해요. 단지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모두 더불어 살 수 있었으면 해요.
장애인들은 한 번 움직이는 게 되게 힘들어요.
장애인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거리 점거를 한다는 건 그만큼 절실하다는 거예요.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거거든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만 장애인에게 투쟁을 하고 생명을 걸어야만 가능한 것이거든요.
장애인들 지겹다, 이렇게 하지 마시고 한 번 더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장애인 문제에 가슴 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그 뿌리를 봐야 합니다 @SBS
장애에 대해 편견이 매우 심한 한국 사회, 장애와 저학력, 거기에 사회편견이라는 삼중차별
많은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배려’를 사회낭비로 여기기도 하죠. 대부분 장애인이 태어난 다음에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걸 모르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잊고 있기에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고 바라보게 됩니다.
복지부 조사에서 장애인의 79.7%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다”고 답을 합니다. 차별이 없다는 응답은 5.4%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차별 내용가운데, 보험계약이 가장 많았습니다.
장애인의 55.6%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되지 않거나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차별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차별이 많은 영역은 학교였습니다. 또래 학생들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는 장애인은 절반에 가까운 48.9%였습니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입학거부, 전학강요, 수업배제 등을 당하여 국민이라면 누려야할 교육권을 빼앗겨왔고, 정부는 두 손 놓고 있어왔지요.
그리하여 전체 장애인의 49.5%가 초등학교 졸업학력일 정도로 장애인들은 최악의 학력소외 계층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신체조건 등으로 교육의 차별을 받지 않아야 된다는 교육기본법 제4조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지요.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34조(장애인에 대한 평생교육)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의무가 있으나 실제 이뤄지는 지원은 턱없이 모자라죠.
학교 교육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법치를 좋아하는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법에 따라서 차별하지 않아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높아만 지는 고학력 시대에 장애인들의 반은 초등학교 졸업학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와 저학력, 거기에 사회 편견이라는 삼중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출처: 꺄르르 | 인권 여행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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