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박중석 기자]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자신을 밝히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있다.
라면과 갓 찧은 햅쌀, 군밤장수 할머니의 하얀 봉투까지 동사무소로 전해지는 사랑의 손길들은 추석이 더 외로운 이웃들에게 명절의 온기를 틔워준다.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사상구 엄궁동 동사무소에는 갓 찧은 햅쌀 100가마가 도착했다.
쌀이 도착한 뒤 40~50대 여성으로 보이는 기부자는 전화를 걸어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만을 남겼다.
당시 전화를 받은 엄궁동사무소 김경자 사회복지담당자는 "본인 고향이 엄궁동인데 어려운 어른들이 많은 것 같더라며 그분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면서 "이름을 물어봐도 말씀해 주지 않고 전화번호기록도 남지 않게 전화를 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구 암남동사무소에도 지난해부터 설과 추석 때면 동사무소로 라면을 보내는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보태라는 전화 한 통화만을 남긴 이 기부자는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라면 40상자를 동사무소로 보내왔다.
동사무소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관내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라면을 전달했다.
서구 아미동사무소에도 매년 명절 때마다 하얀 봉투에 현금을 넣어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는 군밤할머니가 있다.
이번 추석에도 겉면에 '군밤장수'라는 메모가 적힌 봉투를 놓고 간 할머니에 대해 동사무소내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아미동사무소 박혜정 사회복지담당자는 "봉투에 '군밤장수'라는 메모를 보고 직원들 사이에서 '어디서 본 것 같다'라는 말들이 무성하지만, 할머니가 본인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배 10상자를 트럭에 싣고서 동사무소에 가지고 온 북구 화명동의 40대 남성, 매년 명절 때면 쌀 10가마를 보내는 사상구 엄궁동의 이름 없는 기부자 등 이번 추석에도 자신을 밝히지 않은 얼굴 없는 천사들의 손길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어졌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한가위에 더 쓸쓸해지기 마련인 어려운 이웃들이지만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는 이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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