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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조폭의 협박 "다리 잘라버리겠다"

테마파크 2009. 3. 21. 15:55

사이버 조폭의 협박 "다리 잘라버리겠다"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 2009/03/21 07:21

 

요즘 자주 발생하는 사이버 조폭에 대한 뉴스를 보다보니, 몇년전 조폭에게 직접 협박당한 일이 생각납니다.

약 3년전 정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컴퓨터를 잘 하는 고등학생 C군에게 접근한 조폭이 있었습니다.

저와 C군은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최근 사이버 조폭의 현황과 함께 그 때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최근 소식을 보면, 사이버 조폭이 해킹 공격을 해서 돈을 갈취하는 사건이 종종 있습니다.

해커들은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서버를 경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인 컴퓨터를 좀비로 만든 후 감염된 컴퓨터를 원격 조종해서 특정 사이트를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를 살펴보면 사이버 조폭들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명 ‘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자’들로 불리는 해커들은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행성 업체 사이트를 비롯한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공격해 돈을 요구한 후 이에 응하지 않으면 아예 사이트를 마비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조직폭력배들이 자영업자 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 것과 흡사한 형태입니다.

이들은 전화나 e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금액과 날짜를 정해놓고 입금을 요구할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합니다. 

심지어는 악성 해커에게 돈을 주고 경쟁사를 공격하는 ‘청부 사이버 공격’까지 감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이버 조폭 뉴스를 보다가 C군과 있었던 과거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C군은 컴퓨터 뿐만 아니라 해킹에 대해서도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C군은 저를 삼촌처럼 따르는 편이었습니다. 

어느 날, C군이 저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중국에서 어떤 사람이 자꾸 이상한 제안을 해온다는 것이었습니다.

C군은 그 사람이 "공부도 시켜주고 용돈도 풍족하게 주겠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기도 하지 않느냐. 중국에서 좋은 아파트에서 편하게 공부도 하고 컴퓨터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C군도 그 얘기에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C군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 공부하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몸이 아파 일도 거의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저는 C군에게 "내 생각에는 너의 컴퓨터 실력을 노리고 접근한 것 같은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만일 또 그런 연락이 오면 안된다고 해라. 내 핑계를 대서라도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당시 중국에 리니지 아이템을 탈취하는 작업장을 차려놓고 돈벌이를 하는 악덕업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경계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제 휴대폰으로 그 사람에 연락이 왔습니다. 

 

그는 "C군이 집안도 가난해 공부도 하기 힘든데 저희들이 돈 걱정없이 공부시켜 드리지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전화로 들어보니 50대 전후의 나이였고 목소리는 다소 위압감을 주는 굵직한 톤이었습니다.(그 사람을 조폭으로 칭하겠습니다.)

나 : "뭐 하시는 분인지요?"
조폭 :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어요. 한국의 불우한 학생들을 중국에 데려다 공부도 가르치는 자선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나 : "그런데 왜 C군을 선택하신 것인가요?"
조폭 : "공부할 가정형편도 안되는데 돕고 싶어서 그럽니다. 학생이 컴퓨터도 잘 하는데 중국에 와서 중국어도 배우면 좋잖아요. 좋은 아파트 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고 학비도 모두 대줄 겁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특별한 이유없이 중국에서 컴퓨터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두고 공부시킨다는 것이 수상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하자고 하고 일단 끊었습니다. 그 분야를 좀 아는 후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중국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조폭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조폭은 또 저에게 두번째 전화를 했습니다.

조폭 : "조금 생각해 보셨겠지요. C군을 잘 보살펴드릴테니 염려말고 중국으로 보내세요."
나 : "고마운 일입니다. 그래서 확인 좀 해보려고 하는데, 연락처와 주소가 어떻게 되시나요?"

조폭 : "선의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나 : "아니요. C군을 보살펴 드린다고 해서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사실 이 부분에서 조폭의 억양과 말투가 달라졌습니다.)

조폭 : "걱정말고 보내주세요."
나 : "제 후배가 기자인데 한번 통화하고 싶다네요. 괜찮겠지요?"

조폭 : "이런~&#%$*(욕). 너 이 자식. 다리를 잘라버리겠다. 만약 허튼수작하면 한국에 건너가 가만두지 않겠어. 모두 다 죽을 줄 알아."그런 후 조폭은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사실 조폭의 협박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겁도 났습니다.

지금은 글로 쓰기 때문에 당시 상황 전달이 덜 되지만 조폭의 협박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첫번째 전화를 받은 후 사이버 조폭이라는 감을 잡았습니다.

후배도 얘기를 듣더니 조폭인 것 같은데 직접 통화를 해서 취재를 해보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해킹에 의해 변조된 사이트 화면 모습]


조폭과 두번째 전화를 통화한 후 저는 후배에게 아무래도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명감도 들어 중국서 활개치며 게임 사용자들이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조폭을 잡아보자고 의협심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조폭의 협박을 받은 후 가족 걱정이나 C군 등 주변 사람들의 신변에도 염려가 되었습니다.

나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고생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런 판단을 하는데 저와 후배는 많은 번뇌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도저히 안되겠으니 그만 두자고 후배를 설득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소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조폭의 협박은 위협적이었습니다.

사실 두번째 전화 이후에도 조폭은 저에게 한차례 더 (조금은 부드럽게) 협박성 확인 전화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도 많았었습니다.

한번 계속 가볼까 생각하면 가족들 얼굴도 떠올라 조폭 소탕에 나서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각자는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당시의 일을 잊고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긴 사연인데 짧게 글로 쓰려니 중간에 빠진 이야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이버 조폭이 예전에는 중국에 특정 아파트와 같은 곳에 작업장을 차린 후 게임 아이템 등을 훔쳐서 블랫마켓(게임 아이템 거래시장)에 팔아넘기는 수준의 활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예 직접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켜가면서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사이버 조폭에 당하고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거나 사실이 알려지기를 두려워하는 사이트는 돈을 주고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할 수록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와 편리성이 증대되는 반면 돈과 재산을 노린 사이버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이버 조폭과 같은 악성 범죄가 판치지 못하도록 국가간 공조 수사를 통해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이버 조폭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는 법제도나 국제 공조 수사기관 역할 분담 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어도 속수무책이라고 하는데 정부 차원이 신속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일반 사용자들도 늘 인터넷 사용에 있어 악성코드 프로그램에 주의하고 스스로 자신의 컴퓨터와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보안관리를 잘 해야겠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보다 안전한 인터넷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세대의 역할인 듯 합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이버 조폭들이 더 극성을 부린다는데 악랄한 범죄에 대해 민생안정을 위해서라도 강력하고 단호한 법집행이 필요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