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증 그 원인과 치료법>
손을 떠는 증상, 즉 '수전증(手顫症)'은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가져다 줄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간혹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잔을 받다 손을 떨면 '혹시 알코올중독이 아닌가' 의심을 사기도 하며, 약물복용 등의 오해로 첫인상을 매우 안 좋게 남길 수도 있다.
이러한 손 떨림 증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거나, 여럿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손을 떠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흔이 나타나 면접 등을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만남에서 낭패를 보기 쉽다.
# 왜 나타나나
손가락이나 손이 떨릴 때 흔히 수전증이라고 한다.
수전증이란 질환 자체의 이름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한 손이 떨리는 증상을 총칭하여 일컫는 말이다.
신체부위가 떨리는 진전증(震顫症)은 손 뿐 아니라 머리, 목소리, 다리, 턱 등 몸의 여러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수전증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손이 신체부위 중 가장 많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한 대부분의 진전증은 수전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손을 떨지는 않으나 머리가 떨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에 진전증이라는 말을 쓴다.
수전증은 일반적으로 '풍기'라는 오해를 사는 전형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풍기'라는 명칭은 매우 광범위한 증상과 질환을 뜻하는 단어로 수전증만을 의미하기에는 부적절하다.
혈액순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뇌혈관 장애로 인한 질환으로 종종 오인되는 경우가 있으나 뇌혈관 질환으로 손이 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뇌혈관 질환의 특징은 갑자기 발병하고 한쪽에만 증상이 나타나며 일정기간의 급성기가 지나면 대체적으로 회복된다는 점인데, 수전증은 양측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비교적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발병하며 시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만 뇌혈관질환에 의해 손의 힘이 약해진 경우 물건을 들 때 지탱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떠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
# 증상의 구분과 질환별 특성은
진전증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생기느냐에 따라 '안정시 진전'과 '활동시 진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활동시 진전으로 주로 나타나는 병으로는 본태성 진전이 있으며, 안정시 진전이 특징적인 질환으로는 파킨슨씨병이 있다.
생리적으로 인체의 근육들은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세한 반복 운동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 이 반복 운동이 과장되어져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나타날 때 이것이 떨림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떨림은 특별한 신경계 질환이 없이도 나타날 수 있으며, 커피나 홍차를 많이 마신 경우와 과도한 불안증으로도 이러한 떨림을 경험할 수 있다.
◇ 대표적 원인은 본태성
본태성 진전은 손떨림 증상의 가장 대표적인 병.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진 않지만 가족력이 있는 본태성 진전증은 일종의 유전적 병으로 우성 유전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직계가족 중에 진전증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손떨림이 처음 시작할 때 한쪽에서 시작하나 곧이어 대개 양측으로 침범하게 된다.
따라서 한쪽 팔이나 다리에만 비대칭적으로 심한 진전증이 있다면 본태성 진전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많다.
환자들은 수저를 집거나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혹은 글씨를 쓸 때 손이 떨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어떤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에 심해지는 형태의 진전증이 전형적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거나 악화를 반복하기도 하는데, 주로 긴장하거나 화를 낼 때 또는 흥분된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이것 때문에 사회생할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감정적 흥분 이외에 또 다른 악화요인으로는 심한 피로, 극심한 온도변화, 중추신경 흥분 약물 등이 있다. 술은 많은 본태성 진전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수면 중에는 대부분 증상이 소실된다.
발병연령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일찍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10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60대 이후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병력을 물어 볼 때 본인은 손만 떤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관찰해보면 손떨림 이외에 머리를 떨거나 심한 경우 턱, 입술, 혀, 그리고 성대에까지 진전이 나타나 목소리가 떨리거나 노래를 할 때 고음부위에서 갈라지기도 한다.
임상 경과를 보면 10대 이전에 발병된 경우 점점 악화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증상은 고정된다. 아주 천천히 진행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진전의 크기가 커지거나 손이외의 다른 신체부위로 퍼질 수 있다. 진단은 위에서 열거한 여러 특징들을 종합하여 진단하게 된다.
대표적인 감별 질환으로는 윌슨씨병, 헌팅톤씨병, 소뇌퇴행성 질환 등이 있다.
갑상선 질환이나 저혈당, 내분비장애 등의 만성 내과적 질환, 혹은 신경계 약물 및 호흡기계 약물에 의해서도 떨림 증상이 흔히 발생하므로 이들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본태성 진전의 치료는 개인마다 달라 정도가 아주 경미하여 일상생활이나 직업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환자 자신이 일상생활 혹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 약물복용이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
단, 약물을 중단하면 질환 자체가 악화되지는 않으나 약물 복용 이전의 상태로 돌아 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대인 관계가 많은 직장인일 경우 약물 복용을 많이 원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알코올, 베타차단제, 프리미돈 등이 있다.
진전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보툴리눔 독소를 근육 주사할 수 있으며 드물지만 수술적인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로 진전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 파킨슨씨병도 의심해 봐야
수전증이 나타나는 흔한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파킨슨씨병이 있다.
이 경우에는 본태성 진전과는 달리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에 보행시에 손떨림이 심해지는 것으로, 주로 손을 사용하지 않고 누워 있거나 걸을 때 진전이 나타나며 수저를 집거나 하는 동작을 취하면 떠는 증상이 소실되거나 진폭이 감소된다.
발병연령 또한 대개의 경우 60대 이후로 병이 진행함에 따라 걸음의 보폭이 좁아져 종종 걸음을 걷게 되고 운동동작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질병이 진행한 경우에는 본태성 진전과는 비교적 쉽게 감별된다.
따라서 손떨림이외에 어지럼증, 소변장애, 감각이상, 요통 등의 증상이 있으면 우선 가까운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양대병원 신경과 김용덕교수는 "본인이나 친지가 수전증을 보였다고 해도 정확한 진단 전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이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비교적 약물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또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도 수전증을 방지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버리고,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는다든가, 커피, 홍차를 너무 마시지 않는다든가, 피로를 풀어 버리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만일 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 하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다면 수전증의 큰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준규 경향신문 의학전문기자ㆍ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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