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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시장선 ‘신뢰 제로’인데…청와대선 또 엄호

테마파크 2008. 10. 10. 23:52

[강만수, 시장선 ‘신뢰 제로’인데…청와대선 또 엄호]
박병원 수석 “사람 바꾼다고 경제문제 풀리지 않아”
업계 “장관 말에 신경안써”…여권 ‘연말 교체’ 예측도

 

한겨레 권태호 기자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위기 대응방안에 대한 한승수 총리(가운데)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정리된 듯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 문제가 여권 안팎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의 거취론은 여권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야당이 몇달째 주장했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0일 분명한 어조로 강 장관을 엄호하고 나섰다.

 

박병원 경제수석은 이날 <불교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사람(장관)을 바꾼다든가, 부총리직을 신설하면 경제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또 경제정책의 ‘사령탑 부재’ 지적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매주 화요일 모여 논의를 하고 있고, 요즘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없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수석의 이날 발언은 여당 안에서 일고 있는 경제팀 교체론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런저런 채널로 여러가지 의견들이 집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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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현시점에서 강 장관을 강하게 엄호하고 나선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 강 장관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을 이뤄내는 ‘엠비노믹스’의 산파이다.

즉, ‘강만수=리틀 이명박’이라는 인식이 강해 강 장관의 퇴진은 이 대통령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킬 것으로 청와대 쪽은 인식하고 있다.

야당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강 장관 퇴진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런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둘째, 최근의 경제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므로 강 장관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재무장관) 폴슨도 안 잘리는데, 한국에서 재무장관 자르면 미국에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딴판이다.

강 장관은 경제사령탑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강 장관이 ‘위기가 아니다’, ‘위기다’라는 발언을 며칠 간격으로 쏟아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고, ‘나는 고환율 정책 쓴 일 없다’, ‘이전 정부 잘못’이라는 등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4대 그룹에 속하는 한 대기업 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강 장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거의 제로”라며 “기업들도 사업계획을 짤 때, 강 장관 말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겉으로는 시장을 강조하면서도 ‘관치’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도 비판 대상이다.

강 장관이 지난 7일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해외 자산을 팔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키코 사태에 대해서도 ‘각 기업이 알아서 할 일’, ‘은행 잘못’, ‘중소기업 돕겠다’ 등으로 말을 계속 바꾸며 정책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여권 안에서조차 ‘현 상황이 조금 진정된 뒤에 자연스럽게 강 장관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에선 국정감사가 끝나고 내년도 예산 심의 전에 강 장관을 교체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연말쯤 개각이 필요한 시점에서 강 장관이 포함되는 형식을 취하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정책조정과 함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차원에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