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수 칼럼] 이명박이 죽어야 이명박이 산다
취임한 지 불과 100일밖에 안 된 이명박 대통령이 벼랑끝에 서 있다.
매일 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타오르는 분노의 촛불은 좀처럼 꺼질 줄을 모른다.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서 시작됐던 촛불 시위대의 함성은 이 대통령의 통치 전반에 대한 격렬한 성토로 증폭돼 도심의 밤하늘로 울려 퍼진다.
이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침없이 표출된다.
촛불시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한사코 외면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면모 일신을 통해 수습하겠다는 쪽으로 돈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청와대와 내각 재편만으로 촛불 정국이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이처럼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진 이유는 일차적으로 그가 한국사회 변화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경제활력 회복과 사회적 양극화 해소 등 시대적 과제들의 해결에 필요한 전문적 식견과 비전, 그리고 리더십의 결여도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를 초래했다. 삶의 질 문제에 대한 그의 시각도 대다수 국민의식의 질적인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소득 2만달러 시대의 한국 국민은 잘사는 문제를 새마을 운동 시대를 지배했던 단순한 물질적 풍요의 증대가 아닌, 생명·환경·교육 등 삶의 구체적 요소들의 개선 문제로 인식한다.
최근의 촛불시위는 이 대통령의 구시대적 경제발전론 대한 민중의 전면적 거부의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을 보좌할 수 있는 유능한 청와대 보좌진과 내각을 꾸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수호하는 공적인 제도가 아닌 가족의 사유물로 인식하고 능력과 자질은 무시한 채 가족과의 친소관계를 기준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핵심자리에 포진시키는 정실인사를 함으로써 빚어졌다.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등의 비아냥은 여기서 비롯됐다. 가족 권력화의 한복판에 그의 친형이자 전 국회의장인 이상득 의원이 있다.
그는 인사 실패의 책임자로 지목돼 사실상 축출된 박영준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권력의 핵심부에 자신의 심복들을 심는 데 성공함으로써 정권의 최대 실세로 등장했다.
시중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 만사가 형으로 통한다), 형제정권 등의 야유성 신조어가 나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집중은 정상적인 권력구조를 마비시키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이 대통령과 친형,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영준 전 비서관 등 5명이 사실상 국가를 통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쇠고기 파동을 비롯하여 각종 크고 작은 국정 난맥은 그 필연적 산물이었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고자 한다면 취임 이후 추구해온 제왕적 국정운영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이 시급하다.
대통령 한 사람이 황제처럼 모든 것을 결정하고 형님과 몇몇 심복들에게 의존하는 집권 초기의 통치 틀이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가족 권력화를 깨끗하게 청산함으로써 권력구조를 투명화해야 한다.
자신이 인정한 대로 부동산 투기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인물들은 이번 쇄신 때 전원 교체함으로써 실추된 정권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의 과정이다.
어제의 이명박이 죽어야 오늘의 이명박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장정수칼럼] 문제는 소통이 아니라 신뢰회복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임기 말이 되면 예외 없이 민심 이반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집권 기간 동안 누적된 국민적 불만이 임기 말의 권력 누수와 맞물려 터져나와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집권 초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취임 석 달도 안 돼 20%대로 곤두박질친 이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가 장기화할 경우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는 복합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만 일차적으로 신뢰의 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이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들은 인수위 시절의 설익은 정책 남발과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등으로 야유되는 이 대통령의 각료 인선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청계천 촛불시위는 바로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폭발이다.
국민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안중에 없고 미국 축산업자만을 최우선으로 섬기는 이 대통령의 ‘사대주의적 실용주의’를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당의 고위 인사들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측근들로 분류되는 인물들까지 그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총선 공천이 끝난 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속았다고 공개적으로 배신감을 토로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 구성 문제에서도 이 대통령은 당내 인사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말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말 바꾸기가 계속될 경우 이 대통령은 여권 내부에서조차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 상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잘못된 진단은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
이 대통령이 1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현재의 위기를 소통의 문제로 파악한 것은 민심 이반의 진단과 처방에서 여전히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국민과의 소통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장을 강요하는 일방적 소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성이 결여된 일방적 소통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고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킨다.
현 위기는 본질적으로 이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국정 난맥의 저변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 부재는 청와대 보좌진 및 내각 인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청와대와 내각에는 실무 경험이 부족한 학자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보니 작은 문제를 키워서 위기로 확대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대통령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한-미 쇠고기 협상 파동 등 일련의 국정 난맥상에 책임이 있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보수진영의 정치적 주술에서 자신을 해방하는 인식의 대전환도 시급하다.
이 대통령이 되돌아갈 수 없는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려고 할 경우 청계천 촛불시위와 같은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이다.
국민적 신뢰의 회복은 이런 허위의식의 청산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도자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장정수칼럼] 거대 여당의 출현을 두려워하는 이유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이번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쉽게 얻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 안정세력의 확보는 취임 뒤 소수 여당의 한계를 절감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아주 선전해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행정부 장악에 이어 의회까지 여당이 지배하는 정치지형의 출현은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갈등 해소라는 정당정치의 메커니즘이 무력화된다.
정치적 균형도 파괴됨으로써 정치 불안이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
거대 여당의 출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선전을 질시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노사 갈등과 대운하 건설 계획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민중세력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회 흐름에서 소외된 민중세력은 민생문제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장외투쟁 등 물리적 실력행사를 선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구축된 뒤에도 여야의 극한 대결과 장외투쟁의 일상화 등 정치적 혼란이 다반사로 벌어진 적이 있다.
한나라당의 거대화를 두려워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자신에 대한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로 오판하고 한층 독선적이고 권위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들은 이미 나타났다. 이 대통령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비밀리에 추진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과 민주적 절차와 국민 합의를 생명으로 하는 국가 경영의 차이점을 혼동하는 이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질주하게 되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 등 개혁·진보 진영의 급속한 몰락도 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개혁·진보 진영은 총선 국면에서 야당의 견제론을 소리 높이 외쳤지만 수도권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견제론에는 수긍하면서도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을 견제의 주체세력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반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로 폭락했는데도 민주당의 당 지지도가 20%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자초한 결과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이른바 혁명공천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듯했던 민주당은 당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무원칙한 비례대표 공천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
또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쟁점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공명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에 안정론 대신 변화론을 들고 나와 견제론의 공세를 둔화시킬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고무될 경우, 이미 논란의 대상이 됐던 각종 정책들을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밀어붙일 것 같다.
만약 이 대통령이 ‘고소영’, ‘강부자’로 불리는 소수특권계층의 이해관계에 역점을 두고 각종 사회경제 정책들을 집행하려 들면 심각한 민심 이반에 직면할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스타일에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거대 여당의 탄생은 그가 맞닥뜨릴 정치적 위기의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장정수 편집인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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