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이 가스관을 차단한다는 것은 과잉우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노선도 ⓒ민중의소리 유동수 디자인실장 |
국내 반북냉전 세력들이 철저하게 고립되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에 대한 국내 ‘안보위협론’을 국내외의 저명한 인사들이 모두 나서 방어하는 모양새이다.
시간대 별로 이들의 발언을 재구성해 본다면 아래와 같다.
9월 1일 박근혜
“(가스관이) 한번 깔렸다 하면 쉽게 끊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스관 연결도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신뢰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9월 6일 주펑 베이징대 교수
“나는 북한이 (가스관을 틀어막아) 러시아와 반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9월 7일 정부 당국자
“(남북러 가스관이 중국을 통과할 경우)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가스관이 짧아져 그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섰다.
9월 8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각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처럼 북한이 가스관 건설 완료 후 가스를 끊을까 또 보장이 되고 있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되기만 하면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가 책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북한이 가스관을 끊을 경우 러시아가 동일한 가격으로 액화천연가스(LPG)를 배로 보내는 방법’을 러시아측과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만큼 남북러 가스관 연결에 대한 ‘우려’ 혹은 ‘반감’이 높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우려’ 혹은 ‘반감’일까.
'금강산 시설 강탈한 北에 파이프라인 묻을 수 있나'라는 8월 25일 동아일보 사설은 이를 잘 대변한다.
이 사설은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3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지만 북한의 불가측성(不可側性)이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금강산에 있는 남한의 건물과 장비를 강탈”한 북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한이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북한의 파이프 차단 위험성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경제사업이 정치적 영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신뢰가 바닥에 달해 있는 현 조건에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동안 북의 행위를 보면 남북 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북은 가스관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해마다 1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이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측은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 혹은 ‘반감’은 반쪽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첫째, 북의 가스관 차단 우려 못지않게 러시아의 가스관 차단 우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주장에서 러시아의 차단 우려는 그다지 중요한 변수로 지적되지 않는다.
둘째, 현재의 잣대로 미래의 결과를 단정짓는다.
현재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대결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그들의 ‘우려’ 혹은 ‘반감’이 현실화되는 것은 미래의 일이다. 따라서 미래의 일에 대한 예측은 미래의 남북관계를 전망하면서 나와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남북 관계는 개선되지 않는다’ 혹은 ‘남북 관계는 개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같은 절름발이 인식으로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혹은 개인 역시 어떤 형태의 투자를 해서도 안 된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할 뿐이다.
셋째, 현재의 남북 경색에 대한 불균형적인 평가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의 남북 경색에는 북측의 도발적 행위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남측의 도발적 행위 역시 현 남북 경색의 원인을 제공했다. 따라서 ‘가스관 리스크’는 북측도 남측도 모두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넷째, 가스관 연결이 갖는 정치적 상승작용을 애써 간과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개선되어야 가스관 사업이 안정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완전히 개선되기 전이라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스관 연결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준다. 가스관 연결이 남북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스관이 연결된다면 한반도 갈등과 긴장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섯째, 결정적으로 북이 가스관을 차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북에게 경제적 혜택을 준다. 또한 가스관 연결이 러시아와 중국이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중·러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북측으로서는 보다 큰 손실을 보게 될 가스관 차단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 그만큼 소극적인 생각이었다면 북이 이번에 가스관 연결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일부 세력(냉전수구세력)들의 ‘우려’와 ‘반감’은 가스관 연결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아니다.
가스관이 연결되어 한반도에서 ‘평화와 협력, 긴장해소’라는 새로운 국면이 연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일 뿐이다.
즉 가스관 정치가 갖는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관 정치’의 파급력
이들이 ‘우려’하고 ‘반감’을 갖는 것처럼 남북러 가스관 연결은 ‘가스관 정치’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그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하다.
우선 가스관 정치는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물론 가스관 연결은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구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구체적 진행은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혹평해왔던 MB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전에는 없었던 ‘MB의 치적, 성과’라고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가스관 정치’에 결합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긍정적 이해관계가 더욱 상승한다.
가스관 정치가 본격화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가스관 정치가 주는 경제적 이익 때문에라도 한반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에게는 양면의 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우려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놓고 우려를 제기하며 속도조절을 요구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을 줄이는 부수 효과도 가져온다.
당면해서는 남북 관계 해소에 도움이 된다.
몇 년 전부터 받아오던 러시아의 ‘구애’를 최근에 북측이 받아들였다는 것은 북측 역시 가스관 연결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스관 정치에 남북 당국이 모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관 정치가 성공하려면 남북관계 변화가 수반된다.
가스관을 연결하기 위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하고, 가스관 대화는 또 다른 남북 대화를 유도하게 된다.
결국 가스관을 연결하고자 하는 가스관 정치는 한반도 안보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안보를 명분으로 하여 제기되는 가스관 차단 우려는 껍데기 우려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스관 정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을 준다.
민중의소리 | 2011-09-11 10:17:48 | 장창준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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